#14. 아무 데나 피어도 모두 다 꽃이야

by Trey

“산에 피어도 꽃이고, 들에 피어도 꽃이고

길가에 피어도 꽃이고, 모두 다 꽃이야.

아무 데나 피어도, 생긴 대로 피어도

이름 없이 피어도, 모두 다 꽃이야.

봄에 피어도 꽃이고, 여름에 피어도 꽃이고

몰래 피어도 꽃이고, 모두 다 꽃이야.”


-작사/작곡/편곡 류형선

https://youtu.be/P9u5wxrHUvk


2년 전 한 선생님의 공개수업을 참관하면서 처음 듣고는 푹 빠져버린 동요다. 국악 가락을 사용하여 따뜻하고 정감 가는 느낌을 주는데, 나는 그 보다도 가사에 많이 공감을 했던 것 같다. 우리 모두가 꽃이라는 그 말보다 그 앞에 붙은 조건들이 마음에 와 닿았다. 산에 피어도, 들에 피어도, 아무 데나 피어도 모두가 꽃이다. 봄에 피어도, 여름에 피어도, 아무도 몰래 피어나더라도 모두가 꽃이다.


이 노래를 알고부터는 담임을 맡은 우리 반 아이들에게 항상 이 노래를 소개하곤 한다. 노래 자체가 좋아서 소개하는 것도 있지만, 조금은 아이들에게 의도를 가지고 소개하는 때가 더 많다. 그리고 학부모에게도 어떠한 방법으로든 꼭 소개를 하려고 한다. 학부모 공개수업 때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정리하면서 짧게나마 부르는 모습을 보여준 때도 있다. 또 3월 첫 학부모 총회 때 학부모들을 기다리며 교실에 가사와 함께 이 노래를 틀어 놓은 적도 있었다.


아이들도, 나도 모두가 꽃이다. 각자 한 송이의 꽃으로 서로를 마주하고 있다. 향기가 강한 꽃도 있고 향기가 없는 꽃들도 있다. 색깔이 화려하게 붉어진 꽃도 있는 반면 수수하고 은은한 꽃도 있다. 커다랗고 매력적인 꽃이 있는 반면 조그마하고 단정한 꽃도 있다. 남에게 줄기를 기대어 의지하는 꽃과 튼튼하게 다른 꽃을 받쳐주는 꽃들도 있다.


식물원, 화목원, 수목원. 어디가 되었든 방문해 본 기억을 떠올려보자.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꽃들이 각각의 자리를 찾아 조화를 이루고 있다. 우리가 평소에 흔히 보는 익숙한 꽃들도 많지만 평소에는 보지 못했던, 그리고 존재 자체를 몰랐던 생소한 꽃들은 더 많다. 어찌 보면 우리 교실이 그렇다. 우리 어른들은 대부분 평소에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성향과 태도와 습관을 가진 아이들을 표준이라고 생각하고 지낸다. 그런 아이들이 가득한 교실이라는 가정 하에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 교육과정을 만들 때부터, 한 시간 두 시간 직접 수업을 하는 그 순간까지 그런 꽃이 눈 앞에 펼쳐져있기를 바라며 모든 일을 진행한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그 수많은 생소한 꽃들을 가까이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사실 그런 꽃이 훨씬 많은데도 우리는 아직 준비를 마치지 못했다.


아이들에게는 서로를 조금 소중히 생각해주길 바라는 마음에 이 노래를 들려준다. 그리고 자기 자신 또한 얼마나 특별한 한 송이의 꽃인지, 한 명의 사람인지 생각해 보았으면 하는 마음에 이 노래를 들려준다. 누가 어떤 꽃인지, 누가 더 아름다운지, 누구의 향기가 더 매력적인지를 따지고 비교하기보다는 아이들 스스로가 그저 한 송이의 어여쁜 꽃이라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들려준다. 또 나는 내 앞의 30명 아이들이 모두 하늘거리는 꽃임을 다시 한번 상기하기 위하여 이 노래를 튼다. 나도 힘들고 지쳐 가다 보면 그저 눈 앞의 모두가 흔한 개나리였으면 좋겠다. 흔한 장미였으면 좋겠고, 다루기 쉬운 흔한 민들레였으면 좋겠다. 모두가 각기 다른 희귀한 꽃이고, 저마다의 특징과 저마다의 자라나는 방식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하기 위한 그런 노래다.


나도 꽃이다. 아름답고 싶고, 매력 있고 싶고, 꾸준히 피어나고 싶은 그런 꽃이다. 누군가에게는 길가의 흔하디 흔한 꽃 한 송이로 다가갈지도 모르며, 누군가에게는 식물원 속 온실 구석에 위치한 아주 생소한 작은 꽃으로 다가갈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나를 힐끗 보고 ‘뭐야 별거 아니네’라며 지나갈 것이다. 누군가는 내가 여기에 피어났는지도 모른 채 지나갈 것이다. 나는 꽃이다. 다른 이들의 판단에, 다른 이들의 생각에 따라 피고 지지 않는다. 그저 그대로 하루하루 조금씩 자라나는 아름다운 꽃이다. 그 곧은 당당함을 잃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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