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가을 운동회를 했다. 그중에서도 저학년 운동회를 했다. 우리 학교는 매번 연달아 이틀 동안 운동회를 한다. 하루는 저학년 운동회로 1~3학년이 참여하며, 다음 날은 고학년 운동회로 4~6학년이 참여한다. 운동회를 한꺼번에 하기에는 학생수가 너무 많은 데다가 운동장의 크기는 작은 편이라 부득이하게 나누어 진행하고 있다.
나누어 진행하는 방식에는 나름의 부작용이 있다. 저학년이 운동회를 하는 동안 고학년은 시끄러운 소리와 외부인의 방문 때문에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점이다. 고학년이 운동회를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그러한 문제로 우리 학교는 2학기 현장체험학습을 운동회와 함께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저학년이 운동회를 하는 동안 고학년은 현장체험학습을 떠난다. 다음 날 고학년이 운동회를 하는 동안 저학년은 현장체험학습을 떠난다. 부담 없이 음향장비를 사용하고, 큰 소리로 응원을 해도 전혀 지장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운동회가 나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보여주기에만 치중한 운동회라는 생각이 든다. 여섯 학년이 모두 함께 하는 학교라면 더욱 심하겠지만, 세 학년만 함께 하는데도 직접 참여하는 종목은 몇 개 되지 않고 대기 시간만 길어진다. 한 학년이 경기 활동을 하는 동안 나머지 두 학년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스탠드에 앉아서 지켜보거나, 개인 달리기를 하는 것뿐이다. 개인 달리기 또한 딱 한 번의 기회만 있기 때문에, 달리고 난 후에는 정말로 가만히 앉아있는 것 밖에는 할 것이 없다.
그리고 종목에 대한 생각도 더 해보아야 할 것 같다. 과연 서로 편을 갈라 공 던지기, 박 터뜨리기, 터널 통과하기 등의 놀이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궁금하다. 정말 스포츠 정신을 느끼고 배울 수 있는 종목인지, 아니면 함께 하는 협동심을 기르고 내면화할 수 있는 종목인지 의아하다. 그저 시간 맞추기에 집중한 결과로 생겨난 종목들이 아닌가 싶다. 이런 종목들에 ‘운동회’라는 행사 이름을 붙여서 학부모들을 초대하여 진행할만한 필요성이 있는지부터가 의문이다.
중간중간 학부모 경기, 어르신 경기가 포함되어 있다. 참여하는 가족 분들은 대부분 10~20명 정도다. 세 학년을 합쳐 500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참여하는 운동회 종목으로 과연 적절한가 싶은 생각이 든다. 자신의 부모님, 조부모님이 참여하는 학생들은 물론 아주 즐거워하고 뿌듯해할 것이다. 다만, 무더운 날씨에 자신이 직접 참여하는 종목은 몇 개 되지도 않는 아이들이 대다수인 가운데, 꼭 그러한 경기로 얼마 없는 시간마저 채울 필요가 있을까 싶은 마음이 든다.
매년 이러한 운동회의 문제점은 제기되고 있고, 이를 위한 협의는 항상 이루어진다. 그럼에도 단 한 번도 바뀌거나 개선되어 진행된 적이 없다. 분명 이러한 의견은 항상 여러 선생님들이 제시하는데, 어째서인지 최종 결정 결과를 보면 그렇지가 않으니 말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부모님을 초대하지 않는 아이들만을 위한 운동회를 열어주는 것이 더욱 바람직한 것 같다. 보여주기 식으로 바람을 한 껏 넣어 부풀린 풍선들은 다 치워버리고, 하루 정도 날을 정하여 학년의 모든 학생들이 번갈아가며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종목들로 구성하는 운동회를 만드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거창하게 축구, 줄다리기, 피구 같은 종목도 좋다. 그리고 많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술래잡기, 눈 감고 채기 등의 놀이도 돌아가면서 참여한다면 좋을 것이다. 장담컨대 어른들은 ‘이게 뭐야?’, ‘이건 안돼!’라는 의견을 낼지 모르겠지만, 아이들만큼은 ‘최고다!’라는 의견을 낼 것이 분명하다.
오늘도 그저 그런 힘든 운동회를 끝냈다. 끝내고 나니 정말 허무했다. 우리 팀, 상대 팀의 점수만 남았을 뿐이다. 10살짜리 아이들 입에서 조차 “이건 운동회가 아니라 ‘개고생회’에요”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면 어른들이 한 번 더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보여주기 식 진행과, 지금까지 그래 왔다는 관행을 모두 내려놓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