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 년 아이들을 처음 만나는 날 아이들에게 한 장의 편지를 건네준다. 간단한 인사말과 함께 아이들에게, 그리고 학부모들에게 전하고 싶은 짧은 내용의 편지가 담겨있다. 내가 일 년을 아이들과 지내면서 가장 중점을 두고 싶은 부분을 미리 알려주려는 것이다. 나는 세 가지 두려움만 없었으면 좋겠다고 전한다. 오늘은 이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첫 번째로, 나는 아이들이 선생님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진 한 해를 보냈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이는 선생님에 대해 두려움, 공포감을 없애자는 문제지 기본적인 예절과 배려마저 내려놓도록 하는 것은 아니다. 선생님이 지나치게 권위적이거나 무서운 분위기를 풍긴다면 아이들은 선생님의 말을 잘 듣고 마치 짜인 듯 행동할 것이다. 그 결과 원활하게 학급이 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만 한 분위기 속에서는 제대로 된 소통과 관계 형성이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리 학생 위주의 수업을 하고, 학생들 간의 상호 활동을 통한 배움을 추구한다고 해도 교사의 역할은 무시할 수 없다. 선생님이 사실상 매 시간 모든 활동과 수업을 안내해야 하는 상황에서 교사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면 과연 정말 내실 있는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두 번째로 수업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한 해를 만들고 싶다고 적었다. 아이들의 가장 큰 스트레스는 공부다. 학교에서도 공부를 하고, 학원에서도 공부를 해야 하니 말이다. 더군다나 집에서 부모님들은 시험 점수에 크게 반응을 하는 듯하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공부에 대해 ‘즐거운 활동을 하며 자연스레 배우는 과정'이라는 생각보다는 ‘좋은 시험 점수를 받기 위한 지루하고 무서운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참 많았다. 아이들이 공부 자체에 대한 부담과 두려움을 최대한 갖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한 번이라도 더 연구하고 고민하여 학습의 소재거리를 바꾸어나갔다. 되도록 일방적인 전달식, 강의식의 수업보다는 참여하고 활동하고 직접 체험하는 수업을 해보기로 했다. 아이들의 지금 단계에서 가장 관심 있는, 또 수업에 접목할 수 있는 여러 소재들을 이용하여 수업을 재구성했다. 그럼에도 수학이나 사회에서 풀이하고 개념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은 분명 있다. 하지만 공부 자체가 하기 싫어서 힘들다고 주저앉는 학생들은 확연히 줄어든 것 같다.
마지막 두려움은 바로 친구들에 대한 두려움이다. 친구들, 그리고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두려움을 없앤 한 해를 만들고 싶은 것이다. 친구들에 대한 두려움이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두려움이다. 선생님이 무서운 것, 공부가 하기 싫은 것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아이들에게는 친구가 전부다. 친구와의 관계는 아이들의 기분, 몸 상태, 학습능력, 방과 후의 활력에까지 영향을 주는 가장 큰 요인이다. 친구랑 관계가 조금이라도 틀어지거나 흥미를 잃어버린 경우에 아이들은 흔히 “학교 가기 싫다”는 말을 부모님에게 하곤 한다. 강제로 학생들을 무리 지어 친구를 만들어 주거나 모든 활동을 친구들이랑 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아이들의 특성과 성향에 따라 자유롭게 관계를 형성하여 생활하되, 지나친 단짝 관계만을 굳혀버리거나, 아무와도 교류가 없는 아이들에게 조금씩 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렇게 올해도 학급 운영을 하고 있다. 가장 먼저 그리고 많이 피드백이 돌아오는 것은 첫 번째와 두 번째 내용에 대한 것들이다. 주로 학부모님들을 통해 이야기를 전해 듣곤 한다. 학부모 상담 때 이야기를 해주시거나, 종종 문자로 이야기를 해 주시는 경우가 많다. “아이가 집에서 선생님 이야기를 참 많이 해요~ 선생님이 너무 좋으셔서 학교 가는데 너무 좋다고 이야기를 많이 한답니다. 선생님께 감사합니다~” 와 같은 문자를 받을 때 그래도 내가 옳은 방향으로 잘 가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고 힘을 얻게 된다. 세 번째 내용인 친구들에 대한 두려움은 오랜 시간에 걸쳐 조금씩 조금씩 변화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아직까지도 교실에서는 친구들과 틈만 나면 다투고 싸우는 일이 잦다. 하지만 학기 초에 비해서 서로가 조금씩 맞추어지는 느낌이 들곤 한다. 서로가 상대방을 조금 더 이해하며 생활하려는 모습을 보여줄 때마다 공부, 선생님, 친구들에 대한 두려움이 완전히 사라지는 행복하고 평화로운 교실이 머지않았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겨울방학을 하는 날, 아이들과 마지막 인사를 하고 헤어지는 날 비로소 세 가지 두려움이 모두 사라진 완벽한 반이 될 것이다. 그리고 또 새로운 반에서 한 해에 걸쳐 이러한 노력을 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교사의 일이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