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선생님, 자리 언제 바꿔요?

by Trey

오늘은 아이들의 짝꿍과 모둠 등 자리를 바꾸었다. 솔직히 자리를 바꿀 때마다 스트레스를 엄청 받는다. 이것저것 고려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시력, 앉은키, 짝꿍이나 같은 모둠을 했던 경험, 아이들의 성향, 친구 관계들을 고려하여 항상 어떻게든 짜 맞추어 나가는 모양새다. 기본적으로 자리는 한 달에 한 번씩 바꾸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이번 달 같은 경우에는 월 초에 이런저런 행사들이 많아 교실에서 수업을 한 날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매월 첫날에 바꾸기로 한 약속을 부득이하게 일주일 정도 미루게 되었다.


내가 가장 우선으로 생각하는 자리 바꾸기의 조건은 수업 분위기다. 교실에서 지내다 보면 특정 둘 이상의 친구들이 가까운 거리에 모여 앉았을 때, 엄청난 효과를 발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아차 싶은 마음이 들곤 한다. 그래서 자리를 정할 때 짝꿍들의 관계, 모둠원들의 관계, 앞 뒷사람들의 관계를 꼼꼼히 살펴보려고 노력한다. 특정 친구들이 수업시간까지 필요 이상으로 가까운 자리에 앉아서, 수업 이외의 것에 과도하게 반응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다음으로 중요하게 보는 것은 새로운 친구와의 만남, 그리고 소통이다. 1학기 때는 어찌 저찌 잘 구성이 되었다. 6~7 모둠으로 구성되는데 매 달 자리를 바꾸다 보니 이제는 안 앉아본 친구가 없을 정도다. 아이들은 오늘도 “선생님! 저 쟤랑 벌써 두 번이나 같은 모둠 했어요!”라고 하소연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별 다른 방법이 없다. 너무 심할 정도로 자주 겹치는 학생들이 또 모여있게 될 경우에는 자리를 임의로 옮겨주고는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어쩔 수 없다는 상황 자체를 다시 한번 설명해주곤 한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이 시력이다. 보통 시력을 가장 우선순위로 두는 경우가 많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매번 앞에 앉아야 하는 학생들이 늘어가고, 중간부터 뒷자리 까지만 앉게 되는 학생들이 고정되어갔다. 그래서 아예 모든 책상 배치 자체를 답답하지 않은 선에서 최대한 앞으로 당겨왔다. 덕분에 맨 뒷줄에 앉게 되더라도 교실 중간선을 살짝 넘기거나 하는 정도다. 물론 이렇게 조치를 취함에도 시력 때문에 앞쪽에 앉아야 하는 학생들이 있다. 그런 경우에 조금씩 양해를 구해 자리를 배치하곤 한다.


자리 바꾸기에 대한 이러한 고민은 누구나 하고 있는 듯하다. 하다못해 자리 바꾸기에 대해 방법과 노하우를 알려주는 내용의 연수도 있다. 순서대로 돌아가게 배치하는 모둠, 아이들이 가상의 경매를 하는 과정에서 정해지는 자리, 또 비밀스럽게 모두가 자리를 정한 뒤 한 번에 밝혀지는 재미난 방식도 있다. 나도 이런저런 방법을 공부하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서 시도해 본 적이 많다.


이런저런 시도 끝에 나는 자리 배치를 아이들이 없는 사이에 내가 정한다. 아이들은 랜덤으로 자리를 배치해주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줄 알지만, 사실은 나의 의도대로 정하는 편이다. 여러 해 경험을 해 본 결과 이렇게 하는 것이 가장 부담이 적었다. 아이들의 불만도 적었다. 지금도 방학을 앞두거나, 특별한 일이 있는 때에는 앞서 말한 다양한 방법을 이용하여 자리를 아이들과 함께 정하기도 하는데, 평상시에 운영하기에는 나도, 아이들도 부담감을 많이 느끼곤 한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자리 바꾸기 이벤트는 아이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같이 앉게 되는 짝이나 모둠원이 어떠냐에 따라 학교에 오고 싶은 마음도 달라지고, 수업에 집중하는 정도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자리배치 결과를 조금 더 부드럽고 유쾌하게 전달하려고 신경을 쓰곤 한다. 마치 복권을 사고 하나하나 긁어나가는 마음처럼, 행사장에서 경품 추첨을 하는 것처럼, 나의 마니또가 누구였는지 밝혀지는 그 순간처럼 긴장되면서도 즐거운 분위기에서 전달하고자 한다.


이러한 과정을 모두 거치고 나면 나는 힘이 쫙 빠져 버린다. 그냥 될 대로 되라는 듯 매번 자유롭게 앉도록 하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다. 하지만 그렇게 했을 때 내가 마주하게 될 그 상황이 너무나도 겁이 난다. 앞으로도 복잡하고 신경이 많이 쓰이는 자리 바꾸기를 매 달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언제나 그래 왔듯 모두가 만족하지는 못하더라도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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