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왜 그동안 자유시간에 인색했을까요

by Trey

담임을 맡으면서 아이들과 조금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시간들이 종종 생기곤 한다. 날이 좋은 날에는 운동장에 나가서 함께 놀이를 하기도 했고, 체육 시간에 함께 나가서 여러 가지 활동들을 함께 하기도 했다. 올 해는 내가 맡은 3학년에 체육을 전담하는 선생님이 계셔서 아이들과 체육 시간을 함께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과 바깥에서 시간을 보내는 횟수가 현저하게 줄었다.


오늘 마지막 교시에 과학 수업을 했다. 흙에 대해서 배우는 단원에 깃발 지키기 놀이가 소개되어 있었다. 모래를 높이 쌓아 놓고 깃발을 가운데 꽂는다. 그리고 친구들이 순서를 정해서 원하는 양의 모래를 자기 앞으로 끌어온다. 순서에 맞추어 진행하다가 마지막에 깃발을 쓰러뜨리는 사람이 지는 방식의 놀이다. 머릿속에 ‘오늘이 좋은 기회다’라는 생각이 번뜩였다.


아이들에게 수업 시작하며 가방을 모두 싸라고 했다. 아이들은 의아해했다. 수업이 모두 끝난 후에 나누어주던 안내장도 미리 나누어주었고, 가방을 모두 싼 다음에 설명을 해 주었다. 아이들이 신나 할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격하게 좋아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마지막까지 놀러 가는 게 아니라 바깥에서 공부하러 나가는 것임을 알려주고는 놀이터로 향했다.


모둠 친구들끼리 깃발을 나누어 받아 놀이를 하도록 했다. 정말 오랜만에 야외에서 아이들이 활동하는 사진도 찍었다. 놀이라는 게 몇 번째 판까지는 신나고 재미있지만 계속 반복해서 하다 보면 질리기 마련이다. 돌아다니며 아이들이 활동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안내해주던 나도 이 한 가지 활동만으로 40분 수업을 모두 채울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아이들과 운동장에 나온 김에 겸사겸사 놀이터에서 자유롭게 함께 놀기로 마음먹었다. 아이들이 점점 반복된 놀이에 지루해할 때쯤 이렇게 외쳤다. “모둠 친구들끼리 이 쪽으로 와서 친한 포즈로 사진 찍으면 그 모둠부터 자유시간입니다~”


아이들은 하던 놀이를 다 제쳐두고 모둠끼리 와서 사진을 찍었다. 왜 진작 이렇게 자유로운 시간을 함께하지 못했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아이들이 너무 밝은 모습으로 너무나도 아름답게 사진을 찍었다. 문득 하루 종일 아이들이 교실 안에서 얼마나 답답하고 지루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이들은 그렇게 놀이터에서 서로서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나는 카메라를 켜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하나씩 사진에 담았다. 단 한 명도 찡그리거나 답답한 표정을 지은 사람은 없었다. 모두가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평소에 사소한 문제로 투덜거리고 짜증을 많이 내던 학생도 그 시간만큼은 친구들과 어우러져 예쁘게 웃었다. 이유 없이 친구를 툭툭 건드리고 장난치던 학생은 철봉에 매달리려고 노력하는 친구를 도와주고 있었다.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니까 정말 많은 반성의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아이다워야 한다고 생각했으면서도 그렇게 아이다움을 보여 줄 기회를 주지 못했던 지난 학기가 생각이 났다.


10분의 자유시간 동안 100장에 가까운 사진들을 찍었다. 사진을 찍으면서도 내가 너무 설렜다. 덩달아 신이 난 것이다. 사진을 찍어주면서 같이 시소를 타기도 하고, 철봉에 매달리기도 하며 함께하는 시간을 보내다 보니 기분도 새롭게 전환이 되는 듯했다. 아이들과 선생님이 모두 스트레스 없는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서로가 웃음으로만 대화하고 소통하는 순간들이 너무 좋았다. 날이 더 추워지기 전에 아이들과 종종 이런 시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넘쳐흘렀다. 조금씩 서로가 행복해지는 방법을 알게 된 것 같아서 의미 있는 하루였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