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일 년 중 가장 특별한 누군가의 생일

by Trey

일 년에 한 번 있는 생일은 참 특별한 날이다. 어른들에게 지나간 수 십 번의 생일이, 앞으로 다가올 다음 생일이 얼마나 특별하고 소중한 지를 떠올려보면, 이제 갓 열 번째 생일을 맞이하는 아이들이 마주하는 특별함이 얼마나 클지 조금이나마 짐작해볼 수 있다. 오늘은 우리 반 장난꾸러기의 생일이었다.


우리 반 장난꾸러기 학생인 믿음이는 평소에 사소한 일에도 화를 쉽게 잘 내는 편이다. 본인은 마음속으로 ‘그러지 말아야지’하며 수 차례 후회를 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친구와 갈등이 생길 때, 실수로 부딪혔을 때 어김없이 큰 소리를 내곤 한다. 거기에 모두의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어서 선생님과 친구들의 눈에 띄는 행동을 종종 하곤 한다.


믿음이는 보통 학교에 8시 30분 이후에 도착하곤 한다. 나는 오늘 평소처럼 8시쯤 출근을 했는데, 교실에 도착하려는 순간 교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매일 일찍 등교하는 학생이 있어 그 학생인가 보다 생각하며 교실 쪽으로 걸어가는데 코너에서 믿음이 얼굴이 빼꼼히 드러났다. 믿음이가 며칠 전부터 본인 생일이 언제라며 이야기를 했던 탓에 머릿속에서 퍼즐이 열심히 맞추어졌다. 그리고 교실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생일 축하한다고 먼저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었다.


믿음이가 나에게 작은 포장 봉투에 담긴 사탕과 젤리를 몇 개 보여주었다. 다가가 자세히 보니 우리 반 친구들 모두에게 나누어주려고 27개를 포장해 온 것이다. 아무래도 어제 오후 내내 사탕과 젤리를 고르고, 짧은 편지를 써서 작은 포장 봉투에 담아 넣으려고 엄청난 시간을 투자했을 것 같았다. 그리고는 도착하는 친구들 한 명 한 명한테 일일이 봉투를 전해주고 있었다. 그러다가 친구들에게 더욱 빨리 전해주고 싶었는지 봉투가 가득 담긴 종이가방을 통째로 들고는 아예 신발장 앞까지 내려가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생일을 맞은 믿음이를 본인들이 챙겨주어야 하는데, 오히려 믿음이가 아이들에게 자신의 생일을 챙겨주니까 조금 당황한 듯했다. 믿음이가 아이들에게 선물을 다 나누어주고 교실로 돌아오면 모두 다 함께 ‘생일 축하한다’며 이야기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그리고 잠시 뒤 아이들은 그렇게 했다. 믿음이에게 생일이란 어떤 의미였을까. 직접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누구보다 행복하고 신나고 뿌듯한 날이었을 것 같다. 친구들에게 무언가를 선물할 수 있는 그런 특별한 날이었을 것이다. 친구들과 웃으며 대화하고 조금씩 더 친해지는 그런 돈독함을 느낀 날이었을 것이다. 이번 학기 최고의 날이었을 것이다.


사실 나는 학교에서 담임을 맡으면서 생일을 따로 챙겨주기가 참 힘들다는 생각을 했다. 개인별로 생일 당일에 챙겨주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학사일정 상 그러지 못하는 시기에 생일을 맞는 학생들은 나름대로 섭섭할 것 같아 그러질 못했다. 한 때는 한 달에 한 번 생일을 맞이한 학생들과 함께하는 간단한 파티를 한 적도 있지만 그 마저도 비슷한 이유로 당황스러운 일이 생기곤 했다. 올해는 축하한다는 이야기를 전해주고는 있지만 별도로 아이들과 함께하는 이벤트를 진행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내가 마주했던 수많은 아이들의 생일중에 스스로 가장 의미 있어하는 날이 오늘이지 않을까 싶다.


믿음이는 오늘 오후에 친구들과 하기로 했던, 그렇게 기대하면서 며칠 전부터 친구들을 초대하면서 들떠했던 생일파티를 취소했다. 아쉬울 법도 하지만 믿음이는 더욱 즐거워하며 학교를 마쳤다. 가족들과 방과 후에 동해안으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는 것이다. 오늘 친구와 가족들 모두에게 사랑받는 시간을 보낸 믿음이는 한동안 오늘, 자신의 열 번째 생일을 기억하고 그리워할 것이다. 다음 해, 그다음 해의 오늘과 비교하며 웃거나 울 수도 있다. 누구에게나 소중한 생일을 일 년에 30번 가까이 겪을 수 있는 것 또한 이 직업의 장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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