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갑작스러운 정전

by Trey

오늘 나는 어김없이 8시경 학교에 도착을 했다. 비가 내리지는 않았지만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처럼 날은 흐렸고, 사방에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 있었다. 덕분에 아침임에도 어두컴컴한 새벽녘 같았다. 출근길에 사 온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들고 3층 교실로 올라갔다. 평소 다른 선생님들보다 일찍 출근을 하는 탓에 복도와 교실이 어둑어둑한 것은 익숙했으나 평소와는 무언가 느낌이 조금 달랐다. 보통은 일찍 온 아이들이 중간중간 불을 켜 놓고 친구들을 기다리곤 했는데 오늘은 불이 켜진 반도 있지만, 불이 꺼진 복도에서 서성이는 아이들이 많았다.


교실에 도착하고 교실 불을 켰다. 그리고 컴퓨터를 켰다. 윈도우 로그인을 한 뒤에 오늘 해야 할 일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때 교실 천장의 조명 몇 개가 미세하게 깜빡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형광등이 지지직 거리는 듯했다. 뭔가가 이상하다고 생각할 때쯤 친한 보건 선생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학교 교문 앞까지 다 왔는데 빵이랑 커피 한 잔 사러 갔다 오자고 하는 전화였다. 마침 아침에 크게 해야 할 일도 없었고 해서 그 선생님을 만나러 내려갔다.


내려가는 길에 이제 막 등교하는 학생들이 저마다 ‘펑’ 소리를 들었냐며 이야기하는 것을 듣게 되었다. 학교 주변에서는 별의별 일들이 다 일어나기에 별로 주의 깊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어디 풍선이 터졌거나, 자동차가 페트병을 밟았다거나 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등교하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펑’ 소리를 이야기하고, 어떤 아이들은 총소리 같다고까지 이야기를 했다. 불빛이 지지직 거리는 것, 복도가 조금 어두웠던 것, 날이 여느 때보다 흐리고 안개가 자욱하게 끼었다는 것을 빼면 여전히 평화로운 아침이었고, 등굣길이었기에 아무 생각 없이 빵집으로 향했다.


나는 아침에 커피를 사 왔기 때문에 빵만 한 조각 사서 먹었다. 그리고는 교실로 향했다. 아직까지도 어두컴컴한 것은 오늘 날씨가 너무나도 흐린 탓이라 생각했다. 교실로 갔는데 컴퓨터가 꺼져있었다. 교실 불이 환하게 켜져 있는데 컴퓨터가 꺼진다는 것은 말이 안 되기 때문에 윈도우 업데이트가 자동으로 실행되었다거나, 어떤 아이가 실수로 컴퓨터를 껐을 것이라 생각하고 컴퓨터를 다시 켰다. 평소와 다르게 엄청 긴 시간이 지난 후에야 컴퓨터가 켜졌다.


1교시 수업을 시작했다. 국어 시간이었다. 국어 책과 TV 화면을 번갈아 보면서 수업을 이어나갔다. 이때, 아까보다 더욱 심하게 형광등 불빛이 깜빡였다. 아이들은 저마다 눈이 아프다며 한 마디씩 말을 덧붙였다. 불을 차라리 끄고 수업을 하자는 말이 나올 정도였는데, 너무 어두운 날씨 때문에 책이 제대로 보일 것 같지 않았다. 그렇다고 계속 켜 놓고 수업을 하자니 깜빡이는 불빛 때문에 힘들 것 같았다. 아예 불을 꺼 버리고 책 대신 TV 화면을 보면서 수업을 이어나가기로 했다. 불을 다 끄고 TV에 볼 내용을 트는 순간, 컴퓨터와 TV와 공기청정기와 칫솔 살균기와 온풍기를 비롯한 교실의 모든 것들이 빛을 잃었다.


정말 확실한 정전이었다. 중간에 “띠리링" 공기청정기 켜지는 소리와 함께 전기가 들어왔으나 전등은 여전히 깜빡거렸다. 재빨리 컴퓨터를 켜서 수업을 이어나가려는 찰나에 또다시 모든 전기가 끊겼다. 수업이 10분 정도 남았는데 어찌해야 할지 정말 난감했다. 오후에 하기로 했던 바른 인성 어린이를 미리 뽑아야겠다고 생각하고 투표를 진행하려던 순간 전기가 다시 들어오며 교감선생님의 안내방송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재 정전이 자꾸 반복되어 안전 진단을 위해 모든 전기를 차단하고 복구공사를 시작하려 한다는 것이다.


1교시가 끝나고 급하게 교무실에 다녀온 우리 학년 부장 선생님은 우리에게 소식을 전해주었다. 학교 바로 옆에 있는 전봇대 같은 전기 설비에 까마귀 한 마리가 달려들어서 전기 설비를 망가뜨렸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폭탄 터지는 듯한 ‘펑’ 소리와 함께 전기가 오락가락하면서 흘렀던 것이다. 물론 까마귀는 우리 학교 구석 어딘가에 떨어져 죽었다고 한다. 전기가 온전히 통하지도 않는 상태에서 우리는 엄청난 양의 전기를 어떻게든 써보려고 껐다 켰다를 반복했으니 정말 엄청나게 위험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학교에서도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화재가 발생할 위험이 있기에 모든 전기를 차단했던 것이다. 복구가 일찍 끝나지 않으면 급식도 문제고, 수업을 이어나가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오전 수업만 하고 조기 하교하도록 한다는 소식도 함께 전해 들었다.


2교시에 아이들은 다행히도 전기 문제와는 큰 관련이 없는 운동장으로 체육 수업을 나갔다. 나는 학교를 돌아보다가 보건실에 갔다. 그곳에서 전기가 끊긴 이야기, 공사를 하러 오셨다는 이야기, 단축수업을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 등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던 그 순간 다시 모든 불이 들어왔다. 곧이어 교무실에서부터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현재 모든 전기가 복구되어 정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안전사고의 위험에서 벗어난 것은 너무나도 다행이지만, 뭔가 평범한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것이 조금은 아쉬웠다.


아이들이 돌아오고 난 뒤, 나는 차마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전기가 조금만 더 늦게 고쳐졌다면 너희가 지금쯤 아마 집에 가고 있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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