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얘들아 오늘은 봉사활동이 들은 날이야

by Trey

국어나 수학 등의 교과와는 별개로 교육과정 상에는 여러 가지 활동들을 정해진 시간만큼 하도록 되어 있다. 바로 창체라고 줄여 부르는 ‘창의적 체험활동’이다. 창의적 체험활동은 자율활동, 동아리 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의 네 가지로 구분이 되어 있으며 다양한 활동들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 오늘 아이들이 모두 하교한 뒤, 다음 주 주간학습안내를 작성하고 있는 데 우리 앞 반 선생님이 바구니와 집게 30개를 교실로 가져다주셨다. 내일, 우리 반이 교내 청소 봉사활동을 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내가 학생일 때는 외부 기관에서 봉사활동을 어느 정도 이상 해야만 하는 제도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물론 초등학교 때는 아니었던 것 같다. 중학생 때와 고등학생 때 봉사활동 점수를 따기 위해 동사무소나 우체국, 유치원 등 여러 기관에 가서 봉사활동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최근에도 그러한 제도가 운영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초등학교의 경우에는 그때나 지금이나 그러한 외부 봉사활동을 대체로 안내하거나 요구하지 않고 있다.


아이들이 일 년에 하게 되는 봉사활동, 즉 개개인의 생활기록부에 등재되는 봉사활동은 대부분 교내에서 실시하는 ‘창의적 체험활동’으로서의 봉사활동이 전부인 경우가 많다. 학생 개인이 학교 바깥에서 봉사활동을 실시하고 인증서를 가지고 온다고 하더라도, 그 활동 자체를 사전에 학교장에게 미리 승인받지 않았다면 입력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러한 경우가 많지 않기도 하지만 말이다.


대부분의 활동은 한 학기에 한 번 정도 작은 집게를 들고 학교 곳곳을 다니며 작은 쓰레기들을 줍는 활동이다. 화단에 누군가 버려둔 과자 포장지를 주워오고, 누군가 버린 끊어진 줄넘기를 주워온다. 놀이터 모래 속에 파묻혀버린 핫팩이나 먹다 버린 학교 앞 문구점 분식 용기를 주워오곤 한다. 이러한 활동을 하면서 아이들은 굉장히 즐거워한다. 교실 책상에 앉아 수업을 진행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먼저 행복해하고, 쓰레기 줍기를 마치 놀이처럼 여기며 참여하곤 한다. 친구가 큰 쓰레기를 주워오면 지지 않으려고 더욱 주변을 샅샅이 훑어보곤 한다.


또 다른 활동은 바자회나 운동회처럼 학생 이외의 외부 손님들이 많이 오는 행사를 치르고 난 뒤에 실시한다. 저학년인지라 물품을 정리하고 쓰레기봉투를 가져다 버리는 어려운 일을 하지는 못한다. 그렇지만 우리가 맡은 작은 구역에 대해서 책임지고 청소를 하곤 한다. 이런 행사를 할 때, 학교에 방문하는 사람들은 분명 학생의 형제자매 거나 부모님인 경우가 대부분인데도 참 많은 쓰레기들이 예상치도 못한 곳까지 파고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다. 피곤함에 빨리 집에 가서 쉬거나, 친구들과 즐거운 놀이를 하며 간만의 여유로운 오후 시간을 보내고 싶을 텐데도 아이들은 참 열심이다.


한 때는 이러한 것들을 그저 교육과정 상에 제시된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기 위해 억지로 하는 활동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때는 내가 이러한 활동을 귀찮게 여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내가 딱 ‘하기 싫고 귀찮은데 해야 한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하는 행동’이라고 교내 봉사활동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도 이러한 활동을 당연히 싫어하고 귀찮아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귀찮음과 다른 급한 일들, 또 여러 상황의 압박으로 정해진 날짜에 청소 활동을 하지 못하고 넘기기라도 하면 아이들은 “언제 청소해요? 왜 안 해요? 내일 할 거예요? 지금이라도 하면 안 돼요?”라며 질문공세를 퍼붓곤 했다.


그렇게 나도 생각이 변했다. 함께 하다 보니 뿌듯하기도 했고 심지어는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게 되는 때도 있었다. 학교가 깨끗해진다는 것이 우선 좋았고, 학교에 우리가 함께 도움을 주고 있다는 마음 자체가 좋았고, 자기 일처럼 열심히 하는 아이들을 보는 것도 좋았다. 물론 별로 없는 바깥나들이 자체가 좋기도 하고 말이다. 모든 사소하고 귀찮은 일을 놀이로 생각하며 열심히 참여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도 정말 많은 것을 느끼고 변화하게 되는 것 같다. 한 가지 작은 소원이 있다면 굳이 이렇게 순번을 정해 학교 내부를 청소하지 않아도 될 만큼 깨끗한 학교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 년에 몇 번 없는, 몇 시간 할 수 없는 봉사활동 시간을 아이들과 조금 더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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