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교육과정 설명회를 마치며

by Trey

오늘은 교육과정 설명회가 있는 날이다. 보통은 일 년에 한 번 하기도 하고, 학기에 한 번 하기도 하는데 우리 학교는 학기에 한 번씩 교육과정 설명회를 진행한다. 흔히들 ‘학부모 총회’라고 부르는 그 행사이다. 학부모들에게 학교의 교육과정이나, 행사, 새롭게 변화한 것들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려는 목적이다.


나는 교육과정 설명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바로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클릭하여 때에 맞춰서 넘겨주는 역할이다. 내가 만든 학교 소개 영상으로 행사를 시작하고, 내가 만든 프레젠테이션 자료로 행사가 진행되며, 그 모든 방송 및 음향 장비를 내가 세팅하고 운영하게 되었다. 나는 그저 방송 담당이니까. 그 모든 일들보다 더 긴장되고 크게 와 닿는 일이 바로 페이지 넘기는 것이다. 준비를 잘해두어도, 실전에 보이는 모습만을 가지고 누군가는 평가를 할 것이다.


오늘은 아이들과 6교시까지 수업을 하는 날이었다. 6교시 수업은 2시 50분에 마친다. 수업을 마치고 안내장을 나누어주고, 꼭 기억해야 할 것들을 알림장으로 안내하고 하다 보면 10분은 금세 지나간다. 행사 시간은 3시다. 정말 촉박한 일정 때문에 마음 한 켠에서는 짜증이 나기도 했다. 너무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고, 나만 바쁘고 나만 힘든 상황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팅을 하고 준비를 하자마자 바로 행사가 시작되었다. 보통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담임선생님들은 행사 이후에 진행될 ‘담임과의 대화’ 시간을 위해 교실을 정리한다. 청소를 하고 자리 배치를 바꾸거나, 학부모들에게 나누어줄 자료를 준비하곤 한다. 나는 그럴 시간이 전혀 없었다.


과연 옳은 방향으로 일이 돌아가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나는 담임교사이고, 누군가의 담임이다. 학부모 교육과정 설명회에 온전히 설명을 들으러, 행사에 참여하려 학교를 방문하는 학부모는 거의 없을 것이다. 학교 교육과정의 흐름을 알고, 담임선생님과 아이의 교실, 아이의 활동을 알고 싶은 마음이 더 클 것이다. 하다못해 아이의 사물함이나 책상이 어떻게 정리되어 있는지, 요즘은 어떤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지, 아이가 교실에서 주로 무엇을 하고 어떤 놀이를 하며 보내는지, 선생님은 어떤 사람인지, 선생님은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치고 대하고 있는지를 알기 위해 방문할 것이다. 그래서 함께 모여서 설명을 듣는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아도, 시간을 맞추어 교실로 방문하는 학부모들이 많은 편이다.


아무튼 이런저런 짜증과 고민과 걱정을 한 가득 품고서 행사를 마무리했다. 학부모들은 행사장을 빠져나가 아이의 학급으로 하나 둘 이동한다. 대충 빠르게 정리를 하고서 나도 교실로 향했다. 교실 문을 열었을 때, 우리 교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한 편으로는 안도하는 기분이 들었고, 다른 한 편으로는 의아하기도 했다. 사실 학부모 총회는 경력이 얼마 되지 않은 나한테 가장 부담이 큰 행사다. 그런데 아무도 없다는 것은 그 행사가 다른 반 보다 조금 일찍 끝났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무도 오지 않았다는 의아함 때문에 마냥 후련하게 마무리할 수는 없었다.


사실 2학기 학부모 총회에는 참여하는 학부모들이 많이 줄어든다. 이미 한 학기 동안 학교와 담임 선생님에 대해 파악을 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학부모 상담주간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나를 온전히 믿어주기 때문에 방문하지 않은 걸까? 내가 평소에 최대한 많은 정보를 학부모들과 이미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방문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 걸까? 아니면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 이런저런 생각과 고민을 하게 되었다.


우리 학교는 규모가 큰 학교다 보니 내 또래의 남자 교사들이 많다. 오늘 대화를 하다가 알게 된 내용인데, 주로 젊은 남자 교사가 담임으로 있는 학급에서 학부모들이 방문하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뭐 기대를 하지 않거나, 기대한 만큼 우리가 잘하고 있거나.. 둘 중 하나겠거니 하면서 즐겁게 퇴근을 했다. 오늘 교육과정 설명회를 진행하면서 또 한 걸음 교사라는 직업에 적응을 하게 된 것 같다. 언젠가 고민 걱정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날을 위해 또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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