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요즘 너무 바쁘다. 출근하고 한숨 돌리면 퇴근해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 어떻게 시간이 흘러가는지도 모르게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 손목에 차고 있는 스마트워치는 쉴 새 없이 울려댄다. 하루 걷기 목표를, 하루 운동 목표를, 하루 계단 오르기 목표를, 하루 일어서기 목표를 오전이면 달성했다면서 말이다. 드륵 드륵 진동 소리와 함께 메시지가 표시된다. “아침형 인간이시군요. 내일도 기대할게요” 뭔가 모르게 놀리는 듯 한 기분이 든다. 그러면서 또 문득 생각한다. ‘나 정말 부지런한가 보다.’
나의 하루를 돌아보면서 천천히 살펴보아야겠다. 나는 보통 아침 8시 ~ 8시 20분 사이에 학교에 도착하려고 노력한다. 보통은 차를 운전해서 출근하기 때문에 시간을 맞추기가 쉽다. 부득이하게 걸어서 학교에 가게 되는 날도 있는데, 이럴 때에는 조금 더 일찍 집에서 나선다. 보통 그 시간에 학교에 가면 아무도 없는 어두운 교실 불을 켜며 하루를 시작하게 된다. 나는 그때가 좋다. 너무 아늑하고 편안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여유를 즐길 틈이 없다. 출근시간에 맞추어 설정해 둔 각종 리마인더 알림들이 쏟아져 내린다. 보통 2~3개 정도의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들을 생각날 때마다 설정해 둔다. 많은 날에는 4~5개의 알림이 동시에 쏟아지기도 한다. 아이들이 오기 전에 최대한 집중해서 처리하려고 서두르는 편이다. 그러나 그러한 시간은 보통 짧게 끝나버린다. 아이들이 학교에 등교한다. 선생님이 학교에 일찍 온다는 것을 알고 점점 등교시간이 빨라지는 듯하다. 그러다 하루 출근을 조금 늦게 하면 아이들이 기다렸다면서 난리가 나기도 한다.
어느새 시간은 9시가 되었다. 9시부터 9시 10분까지 짧은 시간이지만 다 함께 책을 읽는다. 앞선 글에서처럼 요즘은 나도 하던 일을 모두 멈추고 책을 본다. 사실 그 10분이라는 짧은 시간이라도 컴퓨터 자판을 두드릴 수 있다면 작은 일 하나 정도 빠르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그 유혹을 참아낸다. 내가 책을 보니 아이들도 이전보다 조용히 책을 집중해서 본다. 이 분위기를 포기할 수가 없다.
바로 1교시 수업이 시작된다. 보통 아침에는 국어 수업을 하기로 계획하였다. 차분하게 시작해서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수업을 하면서는 수업 말고는 다른 어떤 것도 하기가 힘들다. 쉴 새 없이 대화를 주고받고, 질문을 주고받고, 도움을 요청하는 28명의 아이들을 마주해야 한다. 깜빡하고 활동에 쓰려고 준비해 둔 학습지를 복사하지 못했다. 복사기를 쓰려면 조금 떨어진 교사 연구실에 가야 하므로 교실에서 얼른 새로 인쇄를 시작한다. 그 복잡하고 혼잡한 과정 동안 아이들의 모든 질문에 미소를 지으며 한결 같이 대답한다. “잠깐만 기다려봐~ 금방 갈게”. 바쁜 와중에 정신없이 인쇄를 하려니 실수 투성이다. 모아 찍기에서 실수를 하던, 양면 인쇄에서 실수를 하던 무언가 실수를 하게 되곤 한다.
한 줄기 빛과도 같은 교과 전담 시간이 왔다. 아이들과 체육을 하러 강당으로 줄 지어 이동한다. 강당에서 체육 선생님을 만나고는 나는 교실로 다시 올라온다. 나에게 주어진 40분 간의 온전한 업무 시간이다. 보통은 아침에 다 하지 못했던 자료 준비나, 업무를 하면서 40분을 흘려보낸다. 왜 이리 남의 수업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는지.. 종소리와 함께 저 멀리서 아이들이 재잘대며 교실로 돌아온다. 체육 시간에 누구와 같은 팀이 되었는지, 어떤 놀이를 했는지, 누가 누구랑 싸웠는지 대화를 이어나간다.
점심을 먹을 시간이 되었다. 손을 씻고 줄을 선 후 식당으로 함께 이동한다. 급식을 받아서 아이들을 자리에 앉도록 안내하고 테이블 바깥쪽 모서리 자리에 앉는다. 한 숟갈 점심을 먹는다. 일어서서 반찬을 가지고 투덜대는 아이에게 다녀온다. 한 숟갈 점심을 먹는다. 일어서서 밥 먹다 말고 말싸움을 하는 아이들에게 다녀온다. 그러면서도 아이들은 밥을 굉장히 빨리 먹는다. 얼른 먹고 나가서 친구들이랑 노는 게 더 중요하단다. 아이들이 다 식당을 빠져나가면 나도 식판을 정리하고 나선다.
점심시간은 20분가량 남았다. 교사 연구실에 들러본다. 나누어주어야 하는 안내장이 오늘도 세 장이나 된다. 종이컵에 커피를 한 봉지 털어 넣고 따뜻한 물을 부어 마시려는 순간, ‘똑똑똑’ 노크 소리가 들린다. 보통은 누가 누구랑 싸웠다던지, 운동장에서 발견한 주인 없는 우유를 주워왔다던지, 가방에 물을 쏟았다던지 하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대부분 점심시간에 내가 듣게 되는 이야기들은 아이들 스스로가 느끼기에 심각하고 걱정스러운 일이다. 커피고 안내장이고 그대로 내려둔 채 아이들과 함께 현장으로 향한다. 누군가는 도움을 필요로 하고, 다른 누군가는 도움을 요청하러 오고, 나는 도움을 준다.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돌아간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오후 수업도 마찬가지로 이루어진다. 알림장을 쓰고, 자리 청소를 하고, 안내장을 나누어 가지고 인사를 서로 주고받으며 아이들은 교실을 나선다. 그때가 보통 2시에서 3시 사이 정도다. 아이들이 자기 자리 주변을 청소하고 갔지만 나는 다시 청소를 한다. 이번에 친구가 추천해준 실리콘 빗자루를 샀는데 이게 진짜 효과 만점이다. 아이들이 한 번씩 쓸고 간 깨끗한 바닥을 쓰는데 검은 먼지가 파도처럼 뭉쳐 따라온다. 미세먼지까지 잡아주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청소가 된다. 아무튼 청소를 하고 나면 내 책상 정리를 한다. 교과서나 연필이나 볼펜이나 프리젠터나 안내장이나 학습지 같은 것들을 정리한다. 나야말로 미니멀 라이프가 필요한 사람인 것 같다.
이제 본격적으로 해야 하는 업무를 확인한다. 3층 교실에서 생활하는 나는 일 하기 딱 좋은 위치에 자리를 잡은 셈이다. 1층, 2층, 4층, 5층, 강당, 운동장 여기저기 움직이기에 적당한 위치가 아닐까 싶다. 안 움직여도 되는 업무를 정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말이다. 오늘은 어디 가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하려고 한다. 다음 주에 있을 2학기 교육과정 설명회(학부모 총회) 자료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 반 자료가 아니라 학교 자료를 만들어야 한다. 내가 방송교육 업무를 담당하고 있긴 한데, 만드는 것 까지가 내 일일까 싶은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뭐 컴퓨터로 뭔가 뚝딱뚝딱 만들고 하는 걸 좋아하니까 좋게 생각하고 만들기로 한다.
갑자기 전화가 온다. 다음 주에 있을 캠페인 활동 모습을 촬영해서 영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하신다. 아침방송에 학생들에게 보여줄 계획이라고. 또 전화가 온다. 다다음주에 6학년에서 흡연예방교육 마술쇼를 하는 것과 관련하여 업체에서 학교 방송설비를 문의해왔다. 또 다른 아침 방송에 미세먼지와 관련된 영상을 미리 준비해 두어야 한다는 전화까지 모두 받고 나니 갑자기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진다. 교실 불을 끄고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둔다. 의자에 삐딱하게 기대앉아서 핸드폰을 살펴본다. 하루 종일 읽지 못한 알림들이 빼곡하게 쌓여있다. 일일이 확인하고 답하고 하는 그 당연한 행동들도 뭔가 일 같아서 하기가 싫다. 그냥 휴대폰을 내려놓는다.
어느덧 퇴근 시간이 다가왔다. 머릿속으로는 오늘 해야 했지만 다 하지 못한 일들을 쭉 떠올린다. 그리고 리마인더 앱에 들어가 알림 설정 날짜를 슬그머니 하루 뒤로 늦춘다. 그 알림 들은 오늘 아침에 이어 내일 출근길에 또다시 나를 반겨주게 될 것이다. 매일 그렇게 지내다 보니 익숙해져서 그런지 정신없는 이런 생활이 당연한 듯 여겨진다.
물론 매일매일이 이렇게 바쁜 것은 아니다. 또 몇 주 지나면 여유가 생기겠지 하면서 일단 또 버틴다. 그때까지만 열심히 해내자! 아침에 리마인더 알림 없이 출근하는 그 날까지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