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선생님의 연애라고 뭔가 달달하고 설레는 마음을 지닌 채 읽고 있다면 실망일 것이다. 그 연애가 아니다.. SNS를 보다가 “학교 한 줄”이라는 계정을 알게 되었다. 선생님들이 한 줄씩 공감되는 글귀들을 찾거나 지어내어 제보하고, 그 글을 피드에 올려주는 계정이다. 계정을 팔로우하고 피드를 구경하다가 무심코 마음에 쿵 하고 와 닿는 글들을 보았다. 오늘은 그 글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만나자마자 사랑한다 뻥치고 이별 즈음 정말로 사랑해버리는 선생님의 연애, 짝사랑도 괜찮아”
-작가 Y
선생님은 학기 첫날 아이들을 마주한 채 당황해서도, 어색해해서도, 낯을 가려서도 안된다. 마치 ‘너희들이 우리 반에 올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나는 너희 모두를 벌써부터 똑같이 사랑하고 있으며 행복한 한 해를 만들 자신이 있다’는 표정으로 어색해하는 아이들을 마주해야 한다. 물론 선생님 모두가 괜찮을 리가 없다. 나만 해도 어색함에 말이 입으로 나오는지 코로 나오는지 알 수가 없을 지경이다. 그럼에도 몇 년째 나는 그렇지 않은 척하고 있다.
아이들은 학기 첫날부터 꾸준히 물어본다. “선생님 저는요~”, “선생님 우리 엄마는요~”, “선생님 제 이름 기억하죠?” 사실 잘 모를 때가 많다. 나도 사실은 조용히 아이들을 관찰하며 아이들을 서서히 알아가고 싶은 마음이 큰 사람이다. 성격이 그렇고 성향이 그렇기에 나는 사실 빠르게 터놓고 지내는 것을 힘들어하곤 한다. 그러나 나의 성격과 성향은 교실에서는 드러내기가 힘들다. 초롱초롱하게 나만 바라보는, 사랑받으려는 의지가 넘쳐흐르는 30명의 아이들 앞에서 절대로 그럴 수 없다. 나는 첫날부터 아이들을 사랑해야 한다. 그래서 양심에 찔리기는 해도 사랑한다 뻥친다. 진심으로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은 사랑받고 싶어 하는 의지가 어른들의 백 배 가까이 되는 것 같다. 그 열정이 웬만해서는 식지 않는다. 항상 선생님에 대한 본인의 사랑을 표현하고, 표현한 만큼 다시 받고 싶어 한다. 이러한 현상은 일 년 내내, 별 일이 없는 한 굴곡 없이 이어진다. 그렇게 천천히 시간을 두고 아이들과 대화하며 생활하다 보면 정말 진심으로 한 명 한 명의 아이들을 예뻐하게 되고, 사랑할 수 있게 된다. 그때는 벌써 이별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아이들은 새로운 학년과 새로운 친구들, 선생님들에 대한 기대로 이미 마음이 떠나버리곤 한다. 그렇게 선생님은 마지막에 가서야 학생들을 정말로 사랑해버린다.
같은 계정에 작가 Y님이 올린 또 다른 글이 있다.
“더 사랑한 쪽이 헤어졌을 때 더 후회하는 연애. 지난 사랑이 정리 안 된 채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해야 하는 연애. 선생님의 연애”
-작가 Y
사실 선생님과 학생의 일 년살이를 연애라고 보기는 이상하기도 하지만 그리 틀린 비유는 아닌 것 같다. 실제의 연애와는 다른 의미지만 누군가를 진심으로 생각하고, 인정하며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선생님은 만남과 이별의 직업이다. 매 년 새로운 학생들을 만나고 일 년을 살다가 헤어져야만 한다. 그 일 년의 여운이 가시기 전에 새로운 학생들을 만나 또 새로운 일 년을 시작한다. 선생님들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친하게 지내는 선생님도 다른 학년으로, 다른 학교로, 심지어는 다른 지역으로 언제든 흩어져버린다. 운이 좋으면 어딘가에서 다시 만나겠지만 그것도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정이 들어버린 학교도 정리할 새 없이 떠나가야 하며, 새로운 학교를 오래 보아왔던 것처럼 사랑하기 시작해야 한다. 선생님은 그런 연애를 해야 한다.
오늘은 ‘학교 한 줄’에 올라온 다른 글귀를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해볼까 한다. 공감되는 이야기라 사진첩에 저장까지 해 두었던 글이다. 역시 작가 Y님의 글이다.
“선생님이 될 줄 알았더라면 글씨 연습했을 거야. 젓가락질도, 다정하게 말하는 것도, 그저 하염없이 기다려주는 것도. 그런데, 어쩜 좋으니. 나도 선생님은 이번 생에 처음인걸..”
-작가 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