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잠시 벗어나 휴식을 취하고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공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학교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나 또한 그러한 공간의 필요성을 느꼈다. 매 해 구성원이 바뀌고, 그에 따라 분위기가 급변하는 학교에서 더욱이 그러한 안식의 공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을 집으로 보내고 밀린 일을 처리하다가 틈이 생긴다면 억지로라도 휴식을 취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평소 대화를 자주 나누는, 말이 잘 통하는, 친한 또래 선생님이 있는 교실은 종종 방문하여 휴식을 취하고 재충전할 수 있는 좋은 공간이 될 수 있다. 그러한 공간에 간다고 하더라도 딱히 별다른 일을 하지는 않는다. 보통은 커피를 한 잔 타서 오늘 하루가 어땠는지 이야기를 나누거나,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활동을 공유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결국은 ‘내가 세상에서 제일 피곤해’라는 주제로 대화를 끝내곤 한다.
하루 6시간을 쉼 없이 말하며 지내야 하는 선생님에게, 또 다른 말하기 시간이 간절히 필요하다는 것이 조금은 이상하다. 목이 갈라져가며, 때로는 목을 다쳐가며 쉼 없이 이야기하는데 그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또 다른 말을 하려고 하니 말이다. 그러나 많은 선생님들이 안정을 찾기 위하여 나름의 사랑방에 모여들고, 함께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니 나에게만 그러한 시간이 필요했던 것은 아닌 듯싶다.
큰 학교에서 근무를 오래 하다 보니 참 특이한 현상이 자주 일어난다. 50명이 넘는 교직원들 중 한 해 동안 단 한 번도 이야기를 나누어보지 못한 선생님이 생긴다는 점이다. 심지어는 어떤 선생님들의 이름을 들어도 얼굴이 떠오르지 않거나, 얼굴을 보고도 선생님인지, 학부모인지, 방과 후 강사님인지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방과 후 시간에 오며 가며 여러 선생님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점차 다양한 선생님들과 서로에 대해 알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어색한 관계들이 있는 반면, 친한 선생님들끼리는 또 상상하지 못할 만큼 친하게 지내곤 한다. 마치 고등학교 친구처럼, 대학교 동기처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곤 한다. 나의 경우에 고등학교 친구들은 다양한 지역으로 뿔뿔이 흩어져 자주 볼 수가 없다. 또한 나는 내가 지금 있는 지역에서 너무나도 먼 곳에 위치한 대학을 졸업하였기 때문에 동기들을 만나기는 더욱 어렵다. 이러한 나의 상황에서 볼 때, 친한 선생님들이 여럿 생겼다는 점은 아주 반갑다. 친한 선생님들을 하나 둘 새로 만나게 되고, 깊은 공감대를 쌓는 이러한 방과 후의 대화 시간은 나에게 더욱 특별하고 소중하게 다가온다.
내가 2014년 첫 발령을 받은, 그리고 지금까지 나의 교직생활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유일한 학교, 이 곳만 이러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을지도 모른다. 학교를 옮겨가야 하는 나의 입장에서 이러한 따뜻한 분위기가 대부분의 학교에서 이어지고 있었으면 좋겠다. 매년 구성원이 바뀌고 스스로 적응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교직사회에서 마음이 맞는 친한 선생님들을 만나고 더욱 가까워질 수 있는 이런 분위기는 너무나도 소중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선생님들과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덕분에 방과 후에 쓰려고 마음먹었던 이 글도 집에 와서야 작성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좋은 사람들과 서로 즐겁게 지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이 용서되고 이해되는 것 같다. 내일도, 모레도 나는 즐거운 일과 슬픈 일, 화나는 일과 놀라운 일들을 선생님들과 함께 나누고 해소하고, 재충전하는 이 시간을 즐길 것이다. 커피 한 잔과 함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