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다 보면 시간은 항상 부족하다. 최대한 시간 내에 열심히 해보겠다고 다짐을 하는데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 꼭 생기고 만다. 평일에 늦게까지 남아서 일을 하기도 쉬운 상황은 아니다. 끝나고 있는 약속이나, 무슨 무슨 연구회나 모임 같은 것들도 포기할 수는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쉬는 시간이다. 나는 주로 정적인 휴식을 좋아한다. 집에 가면 운동을 하는 시간을 빼고는 대부분 차분하게 모든 것을 잊고 쉬곤 한다.
그러다 보니 내가 남아있는 여러 일들을 처리할 수 있는 시간은 주말뿐이다. 이틀밖에 안 되는 주말 중 꼭 하루 이상은 학교에 나와 일을 하는 것 같다. 남들은 무슨 일을 그렇게 많이 하냐고, 왜 이렇게 혼자서만 일이 많냐고 물어본다. 그러게나 말이다. 나도 작년까지는 틈만 나면 조퇴를 쓰고 여기저기 잘 돌아다녔다. 그런데 올해는 왜 이리 정신이 없고 여유마저 없는지 모르겠다.
주말에 학교에 오면 모든 문이 잠겨있다. 딱 한 군데 출입할 수 있는 문이 있는데 그마저도 당직 기사님께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열어달라고 말씀드려야 하는 그런 곳이다. 당직 기사님은 두 분이 계신데, 하루 씩 번갈아가며 일을 하신다. 주말을 이틀 내내 나오는 경우가 많다 보니 모든 당직 기사님들을 뵙게 된다. 그분들도 의아해하실 것 같다. 왜 그리 혼자만 매일같이 학교에 나오느냐고.
처음에는 좋았다. 항상 붐비고 정신없이 돌아가는 학교에 익숙해져 있는 상황에서 조용하고 차분한 학교를 만나게 되니 말이다. 여유롭게 교실 정리도 하고, 수업 준비도 하고, 해야 할 일들을 하나하나 오로지 나의 페이스대로 진행하고 끝내는 것이 좋았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지금 상황은 주말이 더 바쁘고 치열하다. 그러다 보니 일주일 중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보통 아침에 늦잠을 자다가 10시나 11시쯤 학교에 나온다. 오는 길에는 항상 커피를 한 잔 사서 오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주말에도 일하러 가는 나에게 주는 작은 선물 같은 의미다. 커피를 가지고 3층에 있는 교실로 향한다. 1시~2시까지 일을 하고는 고민을 시작한다. 과연 학교에서 점심을 해결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 학교를 나설 것인지. 최근 들어서는 간단하게나마 학교에서 점심까지 해결하는 횟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혼자 나가서 음식을 사 오거나 배달을 시키는 경우가 훨씬 많긴 하지만 때때로는 주말에 출근하는 선생님들과 함께 간단한 점심을 먹는 경우도 있다.
주말에는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간다. 일을 하는데도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 나는 놀거나 쉴 때만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고 느껴질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사실 오늘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나는 토요일의 조용한 학교에 있다. 오전부터 지금까지는 영상을 편집했다. 당장 월요일 아침 시간에 전교 교실에 내보내야 하는 방송을 만들어야 한다. 미리미리 하지 왜 당장 주말까지 미뤄 두었냐는 궁금증을 가진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바로 어제, 그러니까 금요일까지 실시한 캠페인을 촬영해서 만드는 영상이다. 솔직히 정말 많이 섭섭한 기분이 든다. 캠페인을 담당하는 선생님도, 이런 캠페인을 하는지 마는지 또 캠페인을 소재로 방송을 만드는지 마는지에 대해 관심 없는 여러 사람들도 정말 너무하다. 나는 출근을 하지 않았더라도 주말 내내 영상을 자르고 붙이며 시간을 보내야 했을 것이다. 젊고 집이 가까운 내가 주말 시간을 학교 일에 반납하는 게 당연하다는 듯 일이 흘러간다.
큰 일 하나를 끝내면 또 다른 자잘한 일들이 밀려온다. 사실 하나하나 해내는 성취감은 분명히 있다. 그것이 개인적인 성취였다면, 나 자신의 성장을 위한 성취였다면 더욱 좋았을 것을. 내가 이렇게 열심히 주말까지 반납해가며 일한 결과로 내가 온전히 성장할까? 학교가 눈에 띄게 발전할까? 학생들이 한 단계씩 발달할까? 오늘만큼은 일을 너무 하기 싫어서 이런저런 허튼소리를 해본다. 글을 쓴 김에 다 깔끔하게 덮어두고 집으로 가야겠다. 내일마저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