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해가 지나도 언제나 긴장되는 학부모 상담

by Trey

일 년 중 가장 긴장되고,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때가 두 번 있다. 학부모 공개수업과 학부모 상담주간이다. 특히 학부모 상담주간은 더 긴장이 되곤 한다. 학부모와 일 대 일로 마주 앉아서 진지한 이야기를 서로 나누어야 한다는 것이 나에게는 조금 어렵게 느껴진다. 더군다나 대화의 주제는 함께 이야기 나누는 상대방의 자녀로 한정되어 있으니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주로 상담 방식은 두 개로 나누어진다. 학교로 직접 찾아와 마주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방문 상담과, 학교에 방문하지 않고도 전화를 통해 진행하는 전화 상담이다. 저학년일수록 방문 상담의 빈도가 높고, 또 1학기에 있는 상담일수록 더 그렇다. 내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당연히 방문 상담의 경우에 더 긴장이 되곤 한다.


보통 다른 선생님들이 학부모 상담을 진행할 때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겠다. 학부모 상담을 진행하는 것이 각각 선생님들마다의 비밀 노하우인지, 아니면 경력이 쌓이더라도 나처럼 긴장되고 부담되는 건지, 지금껏 다른 선생님들과 상담을 어떻게 해야 하고, 어떤 순서로 해야 하는지 등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본 적이 거의 없다. 보통 “우리 OO이가 학교에서 잘 지내나요?”라는 질문을 받으면서 상담을 시작하곤 한다. 정말 큰 트러블이 있거나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경우가 아니고서는 내 눈에는 다 잘 지내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하루 종일 친구들이 혹은 선생님이 개입해서 아이들의 갈등 문제를 해결하곤 하기에 결과적으로는 모두가 잘 지내는 상태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그럼요~ 잘 지내고 있습니다.”라는 답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몇 번의 학부모 상담을 경험하면서 나는 말을 잘 못하는 타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렇게 당연한 이야기만 주고받는 상담을 이어가서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학부모도 그러한 답변을 기다리며 약속을 잡아 방문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상담 스케줄 표를 미리 살펴보며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잠시 뒤 방문하는 부모님의 자녀에 대해 말할 거리를 준비한다. 교우관계나 친밀도 조사를 했던 결과를 다시 한번 점검하고, 그간 진행했던 평가들의 결과 추이를 대충이나마 확인한다. 혹시나 아이가 만들었던 작품이나 활동했던 사진에 특별한 것이 있는지 살펴보고 준비해 둔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20분간의 상담이 시작되면 상황을 봐가면서 하나 둘 준비한 내용들을 풀어낸다.


보통 아이의 학교 모습에 대해 전해 듣고는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는 부모님들이 많다. 집에서는 정말 차분한 아이인데 학교에서는 활발하다거나, 집에서는 아무것도 안 하려는 아이인데 학교에서는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인다거나 하는 식이다. 나는 아이의 집에서의 모습을 전혀 알 길이 없고, 부모님들은 아이의 학교에서의 모습을 알 수 있는 경로가 사실상 나뿐이니 이런 상담이 어쨌든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아이들은 많은 경우에 학부모 상담을 무서워하는 것 같다. 뭔가 본인들의 행동이 찔리는 구석이 있었던 건지 “선생님~ 엄마 오시면 뭐라고 할 거예요?”라고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날만큼은 장난 한 번 안치고 바른생활 어린이가 되곤 한다. 나도 장난식으로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한다. “음.. OO이가 매~일 장난치고, 매~일 놀기만 한대요 라고 해야지?” 물론 정말 틀린 말은 아니지만 상담에서 학부모에게 전할 정도의 중요도 높은 말도 아닌 것 같다.


이번 주가 2학기 상담주간이다. 3학년도 사실상 저학년에 속하고, 고학년에 비해서 학부모님들의 관심도 많다. 이번 일주일 동안 11건의 상담 예약이 잡혀있다. 11번 준비를 하고, 11번의 실전에 임해야 한다. 학생과의 관계와는 별개로 학부모와의 관계를 잘 다지게 되는 또 한 번의 좋은 계기가 되면 좋겠다. 학부모와 가정으로부터 교사에게 전해지는 응원과 격려, 그리고 믿음과 지지가 작을지라도 교사에게는 큰 힘이 되고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한 해씩 지나면서 깨닫고 있다. 이번 주는 더더욱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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