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아이들도 선생님도 급식을 기다립니다

by Trey

학교에서 일하면서 좋은 것들 중 하나는 바로 급식이다. 아주 신선하고 질 좋은 국내산 재료로 만들어진 정성이 많이 들어간 음식이기 때문이다. 학교마다 영양 선생님에 따라 나오는 음식의 종류나 맛이 다르겠지만, 우리 학교는 현재 내가 먹어본 급식들 중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우리 학교에 전입 오는 선생님들 모두가 인정하는 부분이다.


나는 담임을 맡기 전까지 교과 전담 교사를 오래 했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영어 선생님, 체육 선생님과 같이 특정한 교과만 가르치는 교사를 교과 전담 교사라고 한다. 이때 좋은 점은 밥 먹는 시간이 자유롭고 또 여유롭다는 점이다. 수업이 없다면 정해진 시간 내에서 원하는 때 식당에 가서 밥을 먹으면 된다. 나는 주로 아이들이 밥을 먹으러 오기 전에 일찍 가서 밥을 먹곤 했다. 갓 지은 따뜻한 밥과 뜨거운 국물, 그리고 윤기 흐르는 반찬들을 먼저 조용히 여유롭게 먹을 수 있는 큰 장점이 있었다.


우리 학교는 엄청 큰 규모의 학교다. 학생 수가 많기에 식당이 두 개나 있음에도 시간을 나누어 운영해야 한다. 시간을 나누어 운영하면서도 그 안에서 학년 별로 또 한 번 시간을 쪼개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저학년은 3교시를 마치고 점심시간을 갖고, 고학년은 4교시를 마치고 점심시간을 갖는다. 고학년 담임만 하다가 이번에 저학년 담임을 처음 하게 되었는데 실제로 밥이 차이가 났다. 고학년을 맡았을 때보다 1시간 정도 당겨진 것인데도 갓 지은 밥과 바로 한 반찬의 맛에 조금 더 가까운 느낌이라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이렇게 만족스러운 급식을 먹고 있지만 항상 기분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항상 붐비는 식당을 마주해야 하고, 아이들의 자리를 확인해주어야 하기에 너무 분주하다. 고학년 때에는 그나마 조금 여유롭게 운영을 할 수 있었다. 4학년은 A식당을, 5학년은 B식당을 각각 사용한다. 그리고 6학년은 반으로 나누어 A와 B를 이용한다. 1학기에 먼저 먹은 학년은 2학기에는 다른 학년을 위해 양보해주었다. 그렇게 체계적으로 돌아가니 자리가 부족해서 아이들이 무거운 식판을 들고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리다가 누군가와 부딪혀 쏟거나 흘리는 일이 거의 없었다. 실제로 팔 힘도 어른에 비해 매우 약하고, 균형감각이나 상황 대처능력이 자라나는 중인 어린이들은 쉽게 식판을 떨어뜨리거나 쏟는 경우가 많다.


저학년에 와서도 방식은 비슷하게 운영을 한다. 1학년이 A식당을 쓰고, 2학년이 B식당을 쓴다. 그리고 3학년은 반으로 나누어 A식당과 B식당을 쓴다. 다만 다른 점은 1학기와 2학기 내내 1학년과 2학년이 먼저 밥을 먹는다는 것이다. 나는 밥을 천천히 먹는다고 불만은 없다. 그런데 아이들에게는 큰 불만으로 다가가는 듯하다. 아무리 설명하고 이해를 시켜보려고 하는데도 불공평하다는 의견이 많다. 학교에 아직 적응하는 시기인 1학년과, 아직은 도움과 보살핌이 많이 필요한 2학년에게 배려해주는 시스템 자체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그것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작은 배려들이다. 점심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늦게 가는 학년들의 입장에서는 일찍 가는 학년이 모두 밥을 다 먹고 나오기만을 기다렸다가 식당에 들어갈 수도 없다. 그렇게 한다면 아이들이 밥을 먹고 자유롭게 쉬거나 노는 시간은 10분도 남지 않는다. 그래서 함께 정한 약속이 늦게 가는 반이 10분 정도만 천천히 가자는 것이다. 아이들은 밥을 의외로 빨리 먹는다. 그런데 일찍 가는 반에서 평소보다 5분, 10분 늦게 오면 이제 문제가 커진다. 우리는 약속한 제시간에 가서 밥을 먹는데도, 늦게 온 그 반이 ‘먼저 먹는’ 학년이기 때문에 우리가 눈치를 봐야 한다. 실제로 우리 학년이 빨리 왔다는 항의를 듣기도 해야 했다.


맛있는 밥을 좀 넉넉하고 여유롭게 먹고 싶다. 아이들도 그럴 것이다. 매번 어린 동생들이 먹고 일어선 그 자리에 흘린 국물과 반찬 조각들을 선생님이 와서 걸레로 닦아줄 때까지 앉지도 못하고 무거운 식판을 들고 서있지 않아도 되는. 그렇기 위해 우리가 함께 정한 약속을 조금은 철저히 지키기로 다짐을 했으면 좋겠다. 물론 그 약속이 조금 더 공정하다면 더욱 좋겠지만 말이다.


내년에 나는 이 학교에 있을 수 있는 기간이 모두 끝나 학교를 옮기게 된다. 다행인 것은 현재 우리 학교에 근무 중인 영양 선생님께서도 내가 가고 싶은 학교와 같은 학교를 희망하신다. 과연 내년에도 맛있는 밥을 함께 먹을 수 있을지 너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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