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마음속에서는 언제나 줄다리기

by Trey

학교에서 생활하다 보면 원치 않게 줄다리기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마음속으로 말이다. 마음속으로 줄다리기를 하는데도 다 드러나 보이며, 승자와 패자가 보이곤 한다. 어느 정도 밀고 당기는 것은 어느 사회에서나 흔히 일어나는 일이겠지만, 매일 같이 줄다리기를 하다 보니 이제는 이게 맞는 일인가 싶을 때가 있다.


가장 먼저 아이들과 하루 종일 사소한 줄다리기를 해야 한다. 서로 다른 서른 명에 가까운 아이들의 필요와 요구를 들어주고 피드백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다 보니 이러한 줄다리기가 불가피하다. 선생님이 마음대로 강요하다 보면 무서운 선생님, 학생인권 침해, 아동학대라는 말이 너무나도 쉽게 나와버리는 세상이니 말이다. 그 강요가 정말 비합리적이고 비인간적인 강요가 아닐 텐데도 말이다.


반대로 줄을 놓아버리고 아이들의 의견을 모두 받아준다면 그 또한 큰 문제로 이어진다. 팽팽한 줄다리기에서 생겨나는 서로 간의 적당한 긴장감과 질서가 사라지게 된다. 아이들은 기세 등등하게 본인들의 요구를 강하게 이야기할 것이다. 선생님은 본인이 계획한 여러 가지 교육적 활동을 제대로 이루어나가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누군가는 그러한 교실을 보며 아이들을 생각하는 좋은 선생님, 아이들이 행복한 교실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지만 마냥 그렇게만 볼 수 없다는 점은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아이들과의 줄다리기를 끝내고 나면 선생님들과의 줄다리기가 시작된다. 학년과 학년 사이의 줄다리기도, 선생님과 관리자 사이의 줄다리기도 끊임없이 이루어진다. 큰 학교에서 일을 하고 있다 보니 정말 심하다 싶은 경우가 참 많다. 아이들의 문제가 선생님들 사이의 팽팽한 긴장으로 이루어지는 경우도 여럿 있었다. 대다수의 경우에는 모여서 이야기를 하거나, 회식 자리에서 술 한잔 하며 이야기를 나누거나, 아니면 그냥 시간을 두고 흘려보내면 해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은 날을 세우고 줄을 아무리 밀고 당겨봐야 같은 일을 하는 동료일 뿐이다. 내년에 옆 반을 서로 맡게 될지도 모르고, 언젠가 다른 학교에서 어떤 모습으로 다시 만나게 될지 모르기에 다들 어느 정도 서로를 배려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마지막은 학부모들과의 줄다리기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게 참 어렵다. 사실 줄다리기라고 표현하는 것도 적절치는 않다고 생각한다. 직접 마주하는 경우도 얼마 없고, 의견을 부딪힐 상황도 거의 없다시피 할 정도다. 하지만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경력이 많은 (보통 학부모들보다 나이가 많은) 선생님들은 정말 아무렇지 않게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하곤 한다. 그러면서도 결국은 좋은 관계를 만들어서 학급 운영에 도움이 되는 상황으로 마무리짓곤 한다.


글을 쓰며 생각을 해보니 나는 학부모들에게 항상 웃어주기만 했다. 그러면서도 참 여러 무시당하는 말을 많이 들었던 것 같다. 나이나 학번을 먼저 물어보거나, 아직 결혼을 안 해봐서 선생님이 모르는 거다, 애를 안 낳아봐서 부모 마음을 모른다는 등의 이야기가 그렇다. 솔직히 나는 별로 개의치 않는다. 전부 사실이니까 말이다. 나이가 어린 건 드러나 보이는 것이고, 결혼도 아이도 전혀 경험이 없다. 하지만 그러한 이야기를 선생님들과 공유하면 이야기를 들은 주변에서 더욱 민감해하며, 마치 놓고 있던 나의 줄을 대신 잡아서 당겨주고 있는 모습처럼 보일 때도 있다.


좋든 싫든, 나는 앞으로 30년쯤 더 넘게 이런 줄다리기를 하고 살아야 한다. 지금도 사실 불만족스러운 상태는 아니지만 조금만 더 이러한 관계가 편해지고 안정적으로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은 종종 하게 된다. 나도 언젠간 익숙해지겠거니. 언젠간 줄을 밀기로 혹은 당기기로 신경 쓰지 않고도 적당히 관계를 유지하며 살 수 있겠지. 그게 교직 생활 가장 큰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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