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만나고 헤어지는게 사람 사는거란다.

by Trey

문득 첫 발령을 받고나서 학교 생활에 겨우 적응했던 무렵이 생각난다. 아이들은 내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았고, 수업은 하는 둥 마는 둥 허둥거리는 사이에 흘러갔으며, 학교의 모든 것들이 너무나도 생소해서 하나 하나 익히고 적응하는 데 온갖 힘을 쏟고 있을 때였다. 매일 하루가 어마어마한 긴장의 연속이었고 여유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 때 힘이 되었던 것은 바로 주변 선생님들의 관심과 도움이었다.


주변 선생님들, 학년의 선생님들은 정말 진심으로 나를 도와주고 챙겨주었다. 하루는 방과 후에 예정에 없던 전 교직원 회의가 갑자기 생겼다. 회의 공간으로 올라가보고서야 회의의 내용을 깨닫게 되었다. 벽에는 “발령 100일을 축하합니다.”라는 문구가 플래카드에 담겨 붙어있었다. 나도 모르고 있던 나의 발령 100일 째를 기념하는 파티였다. 파티는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떡 케이크를 잘라서 축하해주신 선생님들과 나누어 먹었으며, 과일과 과자도 테이블마다 준비되어 있었던 기억이 난다. 이러한 따뜻하고 세세한 감동과 함께 나는 학교에 적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제 학교 생활도 할만한 것 같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는 큰 고민과 당황스러움을 마주하게 되었다. 1학기를 마치는 날, 많은 선생님들이 우리 학교를 떠나갔다. 지금 우리 교육청에서는 9월 달에 발령을 정기적으로 내지 않도록 규정이 바뀌어 보기 힘든 모습이다. 첫 발령을 받았던,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9월에 선생님들이 많이 오고 갔다. 그 당시의 내 기분은 허망함과 속상함이었다. 이제야 조금 적응했는데, 이제야 선생님들과 친해졌는데, 이제서야 내가 조금 무언가를 알 것 같은데 그 모든 것들이 깨져버리는 기분이었다.


송별회라는 이름의 회식을 가지면서 나는 나름대로 마음 속의 아쉬움이 크게 몰려와서는 혼자 울컥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생각했던 것이 있다. ‘이렇게 6개월 마다 만나고 헤어지는 생활을 어떻게 몇 십년을 해야 할까. 아이들이랑 일 년을 보내고 헤어지는 것만으로도 복잡하고 오묘한데, 선생님들과도 매번 만나고 헤어져야 하는구나..’ 나는 누군가와 쌓은 관계가 끝나고, 헤어지는 것 자체를 잘 못견뎌 했던 것 같다. 초등학교 때 학원을 다니고 학습지를 하며 다양한 선생님들을 만났다. 그러한 학원과 학습지 선생님들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하여 바뀌게되는 그 시기에도 나는 굉장히 슬퍼했다.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그런 관계마저도 나는 정말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던 것 같다.누군가와 정을 쌓고 또 다시 헤어지는 과정 자체를 버티기 힘들어 했던 것 같다.


송별회에서 느꼈던 헤어짐의 아쉬움과 슬픔은 첫 여름방학이라는 큰 선물로 금새 잊혀졌다. 그리고 겨울이 되어 이제는 내가 선생님들을 떠나가야 하는 입장에 서게 되었다. 군 복무를 위해서 휴직을 하고 떠나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모든 선생님들이 모여 회의 하던 도중에 앞으로 나와 마지막 인사를 전하는게 어떻겠냐는 권유에 어쩔 수 없이 앞으로 나갔다. 섭섭함과 아쉬움, 그리고 그보다 더 큰 부담감과 민망함이 뒤섞여 무슨 인사말을 어떻게 이야기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회의가 모두 끝난 뒤에 교내 메신저로 다시 잘 다녀오겠다는 인사를 모두에게 보내고 떠났던 기억이 남아있다.


군 복무를 마치고 다시 학교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반 이상의 선생님들이 바뀌어 있었다. 내가 알던, 나를 배웅해 주었던 선생님들은 대부분 학교에서 다시 만날 수 없었다. 그렇게 또 한 번 새로운 선생님, 새로운 학교의 분위기를 익히는 데 힘 써야 했다. 군대를 다녀온 후로는 9월에 인사 발령을 내지 않게 바뀐 덕분에 1년에 한 번 정도만 속상해하면 되었다. 그렇게 벌써 몇 년이 지나서 올 해가 되었고, 올 겨울에는 내가 이 학교를 정말로 떠나야만 하는 입장이 되었다.


첫 발령을 받던 해에 1학년으로 입학했던 아이들은 올해 6학년이 되어 있고, 이번 학기의 마지막 날 나와 함께 이 학교를 졸업한다. 나는 아이들 만큼이나 이 학교에 오래 다니면서 굉장히 많은 정이 들었다. 첫 학교이기도 하고, 정말 오래 학교에 다니기도 했고, 굉장히 다사다난 했기에 학교를 옮기는 그 기분이 아직은 상상도 가질 않는다. 선생님들과의 첫 헤어짐에 힘들어하던 나를 보고 한 선생님이 해주신 말을 떠올리며 또 한 번 잘 이겨내보자고 다짐을 해야겠다. “다 이렇게 만나고 헤어지는 게 사람사는 거지 뭐겠어.. 교직 생활 하다보면 이 사람들 좋든 싫든 언젠가 어디에선가 다 다시 만나게 되어 있으니까 너무 속상해 하지는 마”


그래. 아쉬운 만큼 다음에 더 반갑게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선생님들도, 학생들도, 그리고 언젠가 다시 돌아와 근무하게 될 수도 있는 이 학교까지도. 지금보다 더 돈독한 관계를 만들고, 더욱 서로에게 도움이 줄수 있는 관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꼭 그랬으면 좋겠다. 사실 위에서 조언을 해 주신 선생님이 한 마디 덧붙인 말이 있다. 이 글의 분위기와는 상반되지만 너무나도 뼈저리게 공감이 되는 말이라 아래에 자그마하게 적어보려한다.




“나랑 성격도 일 처리도, 하나도 안 맞는 저 사람이랑 평생 같은 직장에서 매일 마주한다고 생각해봐. 아휴 나는 그게 더 속상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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