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를 씁니다.
나는 살면서 소리를 지르거나 큰 목소리로 대화를 해야 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런 것을 좋아하지도 않았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 여러 사람들에게 들리도록 큰 목소리로 이야기 하는 것이 너무 부담스러웠고, 그렇게 나에게 이목이 집중되는 것이 싫었다.
평생을 그렇게 살아오다보니 선생님이 되고 나서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가 걱정거리가 되었다. 물론 큰 소리로 모두가 들을 수 있게 수업을 하고, 학교 생활을 한다. 때로는 수업 할 때보다 더 큰 소리로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알리거나 전달해야 하는 순간들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익숙하지 않다는 점이다. 어떻게든 큰 소리로 표현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소리를 크게 내는 요령이 없어서 목을 그대로 상처내 가면서 소리를 쥐어짜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나만 겪고 있는 것은 아닌가보다. 초등학교 교사들이 수업이나 학교 생활에 필요한 물품들을 구입할 수 있는 여러 쇼핑몰에 들어가보면 항상 인기제품 높은 순위에 마이크가 있다. 나는 마이크를 하나 구입했다. 내가 학생으로 학교에 다닐 때, 선생님 몇 분이 마이크를 사용했다. 큰 스피커를 들고 다니며, 무선 마이크를 귀에 차고, 혹은 손에 들고 수업을 했다. 선생님의 위치와 소리가 흘러나오는 위치가 달라 뭔가 어색하고 집중이 잘 안됐던 기억이 있어서 마이크를 고를 때 고민을 많이 했다.
노래방 마이크 크기의 무선 마이크 아래 쪽에 스피커가 붙어있는 형태의 일체형 제품을 구매했다. 쉽게 충전하고 언제든 가지고 다니며 사용할 수 있었다. 내 목소리가 입에서 나와서는 바로 앞에 위치한 마이크로 들어가고, 그로부터 15cm정도 앞쪽에 위치한 스피커에서 나와 퍼져 나간다. 나와 똑같은 고민을 통해서 만들어진 제품인지, 소리가 울리거나 붕 떠있는 듯 하지도 않았다. 우선은 결과적으로 아이들 귀에 같은 크기의 소리가 전달되도록 하기 위해 내가 해야하는 노력이 줄었다. 평소 목을 긁어가며 질러내던 목소리를 반으로 줄여도 된다는 것, 그것이 가장 만족스러웠다.
너무 만족스러운 제품이라 2년을 꼬박 사용했다. 매일 교실에서, 운동장에서, 체육관에서 사용한 탓에 스위치 부분이 헐거워졌고, 배터리도 처음보다 오래 가지 못했다. 이제 보내주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느꼈다. 마침 3월 새 학기를 맞이하여 우리 학교에 새로운 교장선생님이 부임하셨다. 교장선생님은 내가 학생 시절에 겪었던 불편함을 그대로 말씀하시며 교실에서 마이크 사용을 하지 않기를 강조하셨다.
3월 한 달간은 거의 사용하지 않아보려고 했다. 물론 내가 학생 때, 선생님들이 사용하던 마이크와는 형태도 다르고, 성능도 다르지만 아이들한테 안좋을 수 있다고 하니 대놓고 그냥 사용하기 뭔가 마음에 걸렸다.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는 한 달동안 솔직히 말하자면 너무 힘들었다. 목은 쉬었고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쌀쌀한 환절기 날씨에 감기기운이라도 더해지면 도저히 말을 할 수 없게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렇게 나는 마이크를 다시 충전하기 시작했다.
전체를 대상으로 이야기할 때 위주로 마이크를 사용하려고 마음먹었다. 마이크 소리를 조금 낮추고 적당히 사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까지도 잘 실천이 되지 않는다. 수업을 하다보면 마이크 소리가 조금씩 조금씩 더 커지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글을 쓰는 지금도 목이 정상 컨디션은 아니다. 방학동안 다시 원래의 목소리를 되찾았다가도, 개학한지 2주만에 다시 망가져 가고있다.
여전히 많은 선생님들, 그리고 나도 마이크를 사용한다.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 편이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정말 어쩔 수가 없는 상황이다. 우리 도교육청에서 학교 생활을 개선하기 위해 전교조와 맺은 협약 사항을 살펴보니 교직원 성대 관련 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래서 현재 어떤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하루 빨리 무언가 대책이 시급한 상황임은 확실하다.
목소리를 되찾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