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외국에서 살아보기? 원어민 선생님의 마음

by Trey

우리 학교는 규모가 꽤 큰 학교인데도 지금까지 원어민 선생님이 근무를 했던 적이 없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그랬다. 올해 인사자문위원회를 통해 업무를 분장할 때까지만 해도 원어민 선생님이 오게 될 것이라는 것은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2월 말, 개학 준비를 하던 도중 원어민 선생님이 오신다는 소식을 학교에서 알게 되었다. 그렇게 올해 우리는 원어민 선생님과 함께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원어민 선생님이 한 분이라 모든 학년에 수업을 들어간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이번 해 내내 5~6학년 영어 수업에 주당 1시간씩 들어가기로 했다. 그리고 1학기 때는 추가적으로 4학년 영어 수업에 1시간씩, 2학기 때는 3학년 영어 수업을 1시간씩 함께 하기로 결정되었다. 그렇게 벌써 한 해가 지나가고 있다.


원어민 선생님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오신 분이다. 처음으로 원어민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얻어 한국이라는 나라에 오게 된 분이다. 원래는 회사에서 사무직으로 일을 했으며 우연한 기회에 원어민 교사를 지원해 보게 되었다고 한다. 지구 반대편 생소한 문화의 생소한 나라에 와서 지내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닐 터라 처음에는 걱정이 되기도 했다.


여름이 다가오던 때 원어민 선생님과 조금은 진지한 대화를 할 기회가 생겼다. 평소 몇 차례 대화를 하고 몇몇 선생님들과 더불어 식사를 함께 했던 터라 조금은 마음을 열고 대화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고향이 너무 그리운 그 시기가 온 것 같다는 말을 했다. 말도 안 통하고 음식도 생소하고, 문화나 분위기 자체가 너무나도 다른 곳에서 혼자서 살아간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여행을 가더라도 며칠 길어지기 시작하면 집이 그리워지곤 하는데, 일을 하면서 정해진 틀 안에서 지내야 하니 더욱 그랬을 것이다.


방학이 되자 원어민 선생님은 바로 고향,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긴 휴가를 떠났다. 긴 휴가 후에는 아이들의 방학 중 영어캠프를 위하여 다시 출근을 해야만 했다. 나도 마음속 한 켠에는 다른 나라에 가서 일을 하며, 생활을 하고 현지인처럼 오랫동안 지내보는 경험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하다. 나는 대학교 때부터, 아니 고등학생 때부터 대학생이 되면 꼭 워킹 홀리데이를 다녀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교대에 합격하고 입학을 하고서 그러한 기대가 조금씩 사라졌다. 매번 어려워지고, 이상하게 바뀌어가는 임용시험 제도를 조금이라도 원활하게 통과하기 위해 사람들은 휴학을 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군 복무까지 대부분 졸업 후로 미루어두고 졸업과 임용시험에 집중했다.


임용시험 후 바로 졸업을 했고, 졸업 후 바로 발령을 받아 일을 시작했다. 나는 워킹홀리데이를 갈 수 없는 상황에 처해 버렸다. 약 10년을 근무하기 전에는 1년간의 자율 휴직을 신청해 볼 수 있는 기회조차 없다. 사실 해외취업, 타 직종의 부부와 동반하는 해외 체류, 유학 등을 제외하고는 해외에 간다는 이유로 휴직을 할 수 없다. 그러던 중 한 가지 희망처럼 다가온 공문이 있었다. 바로 재외 한국학교 파견교사 모집이다. 말 그대로 해외의 도시에 살고 있는 우리나라 국적의 아이들을 우리나라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가르치는 직업이다. 체류비와 급여를 동시에 주고, 2년 정도를 기본으로 근무하는 조건이었다.


지금까지는 지원해보지 못했다. 사실 경력 제한이 항상 있어왔기에 군휴직을 제외한 실 근무 경력이 5년도 되지 않은 나로서는 지원 자체가 불가능했다. 요즘 들어서 경력에 제한이 없는 파견근무 희망자 모집 공문이 가끔씩 오곤 한다. 경력에 제한 없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는 만큼 지역이 다양하고 굉장히 멀다. ‘보츠와나’라는 나라 이름을 솔직히 이 공문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고, 위치도 처음 찾아보게 되었다.


여행을 길게 가는 것과 그 나라에서 직업을 가지고 책임감 있게 생활한다는 것은 마음가짐부터 부담감까지 굉장히 많은 차이가 날 것이다. 나도 그 부분에서 망설이고 있다. 우리 학교에 오신 원어민 선생님도 아마 같은 부담과 걱정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식사를 자주 한다고는 하지만 외로움과 단조로움, 답답함이 떨쳐내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마음속에 자리할 것이다. 그래도 우리 학교에서 다양한 선생님들과 함께 지내는 경험을 바탕으로, 또 우리나라에서 겪는 여러 가지 일들을 바탕으로 설렘, 행복함, 따뜻함, 풍요로움으로 감정의 변화가 조금이라도 생길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그래야 나도 언젠가 마음 편히 다른 나라에 가서 일을 해 보는 경험을 시도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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