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생님이 되기 위해 다른 지역에 위치한 교대에 진학했다. 여러 선택지 가운데 한 가지로 교대를 선택했고, 그 결과 나는 집에서 대중교통으로 다섯 시간 가까이 떨어진 먼 곳으로 학교를 가게 되었다.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는 학교 생활이 이어졌고, 고향에 그리 자주 올라오지 않았기에 거리가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새로운 곳에 살아보는 그러한 재미도 느껴보게 되었고, 정말 좋은 사람들과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나는 4학년을 마치고 졸업이 다가올 때쯤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내가 어디로 임용시험을 지원해야 하는지가 정말 큰 고민이었다. 이전까지는 당연히 집이 있는 고향으로 시험을 지원하여 치르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었다. 꼭 올라와야만 하는 이유는 없었지만 집이 있다는 것이 크게 다가왔던 것 같다. 내가 학창 시절 종종 나의 미래 모습을 생각해 볼 때, 내가 고향에서 멀리 떨어져 산다는 것 자체를 떠올리거나 문득 생각해 본 적도 없었기에 더욱 그랬다. 내가 교대 생활을 지낸 그 지역에는 수많은 동기들, 교수님들, 선후배, 그리고 실습 때 만난 좋은 선생님들도 모두 계셨다. 내가 대학을 오기 전까지 평생을 생활했던 곳은 나의 고향이긴 하지만, 교직생활을 하기에는 오히려 마음의 거리가 먼 곳이라고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집이 있다는 그 점이 승리했다. 나는 고향이 있는 지역으로 시험을 지원하여 현재까지 근무를 하고 있다. 첫 해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요즘이야 어느 교대를 나왔느니, 어느 고등학교를 나왔느니 하는 옛날 마인드는 많이 줄어들었지만 당장 내 눈앞에 새로운 사람들이 있으니 그런 걱정이 안들 수가 없었다. 심지어 내가 살던 고향 도시에도 교대가 있었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교대 출신이었다. 내색도 못하고 혼자서 걱정만 하고 있었다. 나는 내가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 노력했다. 어떻게든 열심히 하려고 했다.
그 당시에 교무부장을 맡아 일을 하시던 선생님 한 분이 계셨다. 그분 역시 내가 사는 동네에 있는 교대를 졸업하여 쭉 이 지역에서 근무를 하고 계신다. 그런데 그 선생님께서 퇴근만 가까워지면 계속 나를 부르는 것이었다. 마흔이 조금 넘은 교무부장님과 밥도 밥이지만, 술도 정말 많이 함께 마셨다. 이런저런 대화를 하며 조금씩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러는 도중에 그 선생님께서 이야기를 하나 해 주셨다. “요즘 시대에 아무리 어느 교대니 하며 차별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멀리 있는 교대를 나와서 아는 사람이 없을 것 같더라. 그래서 내가 선배님들도, 후배들도 소개해주면서 잘 적응하게 도와주려고 하는 거다.”라고 말이다.
그동안 나 혼자 가지고 있었던, 내색하지 않았던 답답함이 모두 사라졌다. 너무 감사했다. 크게 드러내지도 못했던 마음속의 고민이었는데 먼저 알아차리시고 도와주시려 한 것이다. 그 후로도 정말 많은 도움을 주셨다. 함께 여행도 참 많이 다녔다. 많이 친해져서 함께 안동과 영주도 가보고, 제주도에도 갔었다. 물론 학교 농구부 전지훈련 응원을 겸해서 가긴 했다. 단순히 여행을 함께 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면서 고민하고 있는 것들, 걱정하는 것들을 다 들어주셨다. 어떻게 보면 외지처럼 느껴질 수 있는 나의 고향에 내가 적응할 수 있도록 가장 큰 도움을 주신 분이라 생각한다.
지금은 학교를 옮기셔서 다른 도시에서 근무하신다. 그 선생님의 자녀들은 아직까지 우리 학교에 재학 중이라 오며 가며 인사도 하고 아이들과도 친하게 잘 지내고 있다. 학교를 옮기신 후에도 종종 만나며 식사자리를 갖곤 했다. 내가 이번 여름에 너무 힘들었을 때에도 항상 위로해주시고 들어주셨다. 명확한 어떤 답을 줄 수 없는 문제기 때문에 나는 그것만으로도 너무 만족스러웠다.
나는 이러한 선배 교사가 되어야겠다고 첫 해부터 다짐했다. 항상 마음으로 먼저 다가서서는 필요한 이야기, 필요한 도움을 전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말이다. 아직은 내가 그러한 행동을 할 수 있을 만큼 선배 교사가 된 것도 아니고, 나 자체도 아직 성장해가는 적응기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조금 더 경력이 쌓여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때에도 나는 이 생각을 절대 잊지 않으려고 한다.
오늘 문득 이 선생님께서 연락을 주셨다. 퇴근하고 족발 먹으러 가는 게 어떻겠냐고. 급히 앉아 글을 적어 내려 가고 나는 이제 식당으로 향하려고 한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어떤 마음의 감동을 받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