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년은 체육을 맡아서 가르쳐주시는 체육 선생님이 따로 배정되어 있다. 이전에도 그렇긴 했지만 요즘 체육 시간이 끝나고 올라오면 아이들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일러준다. 예전에는 “오늘 발야구했어요!”, “우리 팀이 졌어요, 아쉬워요”와 같은 이야기가 많았었는데 요즘에는 “오늘 체육 선생님한테 혼났어요”라던가 “체육 선생님이 이렇게 줄 안 서고 친구랑 싸우기만 할 거면 체육 이제 나오지 말라고 하셨어요”라는 이야기가 간간이 들려온다. 뭔가 대책을 세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 끝에 이런저런 시도를 해 보았다.
첫째로 아이들에게 한 번 더 반복하여 당부했다. 체육 시간에 지켜야 할 것들을 다시 일러주고, 스스로 이야기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스스로 이런저런 규칙을 읊을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한 상태다. 다만 바깥이라는 환경으로 인해, 또 담임 선생님이 아닌 또 다른 선생님을 만나는 반가움으로 인해, 넓은 공간에서 진행하는 수업의 특성상 소리와 집중도가 모여들지 않는 탓으로 인해 스스로 행동으로 옮기기가 어려운 것이다. 가장 기본이 되는 규칙과 약속을 함께 상기하고 지키기로 했다. 이 단계에서 바로 개선이 되고 효과를 보인다면 참 좋으련만 현실은 꼭 그렇지가 않다.
둘째로 실현 불가능한 겁을 주었다. 규칙도 수 차례 이야기하고 약속했는데도 승부욕 때문에 싸우고 체육 선생님이 통제가 안될 만큼 고집을 부리는 학생들도 나타났다. 체육 선생님과 이야기했다는 핑계를 들어가며 정말로 제대로 약속을 지키기로 약속하지 않으면 체육을 절대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까지 했다. 물론 그렇게 할 수는 없다. 이런저런 방법의 하나로 겁주기 식으로 던져본 말이지만 아이들한테는 큰 충격이었나 보다. 실제로 “체육 시간에 오늘 준비운동하는 데 장난만 치고, 돌아다니는 학생들이 있었다는데 체육 선생님이 이렇게 하면 다음부터 체육시간에 우리 반만 나오지 말라고 했습니다”라고 전달한 적이 있다. 말의 의도는 ‘그러니까 다음부터는 제대로 다 함께 합시다’였지만 아이들은 진심으로 받아들였나 보다. 다음 날 체육이 또 들었는데 아이들이 청바지 같은 운동하기 불편한 옷을 입고 온 것이다. 아이들은 하나같이 “이제부터 체육 못하는 거 아니었어요?”라며 오히려 되묻곤 했다.
셋째로 체육관 수업을 하는 날 만큼이라도 내가 미리 나가서 함께 준비운동을 하곤 한다. 우리 반은 다행히 점심시간 바로 다음 수업을 체육관 수업으로 정해두었다. 점심을 먹고 아이들이랑 느긋하게 미리 체육관에 가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아이들이 워낙 뛰어노는 것을 좋아하고 활발한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미리 체육관에서 조금 같이 놀아주면 그들 나름의 활동 기준치가 달성되는 것 같았다. ‘이 정도면 충분히 뛴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도록 한 뒤에 준비운동을 함께 했다. 보통의 경우에는 체육부장을 맡은 학생들이 두 명 나와서 친구들에게 구호를 붙여가며 운동을 했지만 나는 방송장비를 켜서 음악을 틀어 놓았다. 운동회 때 모든 학생들이 함께 했던 조금은 웃기고 괴상한 준비운동 댄스를 함께 추었다. 그럴 때만큼은 누구 하나 딴짓하는 사람 없이 활짝 웃으며 준비운동을 하게 된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방향 전환’이 중요한 것 같다. 생각의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싶다. 아이들이 교사 마음에 들지 않는 방향으로 행동을 할 때 교사는 엄청난 스트레스와 함께 아이들의 방향을 내 쪽으로 돌려놓으려고 엄청 노력을 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감정도 닳고 마음도 닳고 몸도 지쳐간다. 아이들의 성향과 마음의 방향을 이용해서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면 어떨까. 아이들의 방향을 교사에게로 맞추려 노력하지 말고, 아이들의 방향을 살펴본 뒤 교사가 아이들과 같은 방향을 향하여 선다면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을까.
교사도 스트레스가 없고, 아이들도 나름의 에너지를 분출하면서 교사가 의도하고자 하는 목표까지 달성이 된다면 그게 완벽한 수업이 아닐까 싶다. 물론, 그렇게 하기까지 교사는 상당히 힘들 것이다. 나 또한 그렇고 말이다. 방향 자체를 바꾼다는 것은 내가 학생 때부터 몸소 체험하여 정립되어 온 교사와 학생 사이의 관계도를 머릿속에 다시 그려 넣어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기 때문이다. 나도 몇 차례 시도하면서도 원점으로 다시 돌아오곤 했다. 이번에 찾은 방향 전환의 열쇠는 ‘준비운동’이다. 점차 이렇게 하나하나 열쇠를 찾아간다면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같은 방향에서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웃고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