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날과 다름없는 힘들고 지쳐가는, 그럼에도 아닌 척 힘을 내서 어떻게든 아이들과 생활하는 오후 시간이었다. 밥을 먹고 난 뒤라 졸리기도 하고, 아이들은 점심시간 내내 뛰어놀다 들어와서 아직까지 남아 있는 에너지를 교실 속에 이리저리 쏟아내고 있을 때였다. 그렇게 한 시간 수업을 하고 쉬는 시간이 되었을 때 갑자기 교실 전화가 울렸다. “지금 전학생이 왔어요. 부모님이랑 교무실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잠시 내려와서 함께 올라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5교시에 걸려온 조금은 갑작스러운 전화 내용에 솔직히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교무실로 내려가면서 복도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에게 “얘들아 선생님이 할 말 있으니까 잠깐 교실에 가서 앉아보자”라고 이야기하며 교무실로 내려갔다. 한 작은 여학생이 있었다. 거리가 있는 다른 지역에서 이사를 오면서 전학을 오게 되었다고 한다. 그 학생, 그리고 그 학생의 부모님과 함께 교실로 올라갔다. 올라가면서 신발장도 알려주고, 자주 사용하는 계단도 알려주다 보니 어느새 교실에 도착했다.
아이들은 눈치가 얼마나 빠른지 벌써 자기들끼리 신나 있었다. 문 틈으로는 “전학생이다!”라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이제 곧 마지막 교시가 시작하는 시간이 되어 간단하게 부모님께 안내를 드리고 교실로 들어갔다. 마지막 시간은 원어민 선생님 시간이다. 평소 원어민 선생님은 우리 반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으로, 원어민 선생님 수업시간은 곧 축제라고 보면 될 듯하다. 나는 속으로 ‘아 전학 온 첫 시간부터 에너지가 차고 넘치는 모습을 경험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사실 조금은 민망하기도 했다.
원어민 선생님이 수업을 진행하는 동안에 전학 온 학생의 부모님께서는 교과서와 여러 필요한 학용품들을 가지고 오셨다. 나는 짐을 받아 사물함을 새로 정하여 넣어두었다. 벌써부터 아이들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전학생을 바라본다. 옆에 앉게 된 학생은 이것저것 필요한 것은 없는지 물어보고 챙겨주는 모양이다. 건너 모둠에 앉은 학생도 내가 지나갈 때 “내일 제가 데리고 다니면서 보건실이 어딘지, 도서관이 어딘지 알려줘도 괜찮아요?”라며 물어본다.
사실 어느 학교, 어느 학급이나 새로 전학 오는 학생에게 관심을 한가득 갖고, 환영해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 반 아이들이 더욱 그렇게 전학생에 관심을 갖는 것은 그럴 만한 일이 있었다. 사실은 9월에 전학생이 오기로 되어 있었다. 아침부터 교무실에서 전화가 온 것이다. 오늘 전학생이 올 예정인데 아직 오지 않아서 학교에 도착하는 대로 교실로 안내해 주겠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괜한 소란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 나 혼자만 알고 있었다. 다만 언제 전학생이 교실에 들어올지 모르니 괜히 빈 책상을 하나 뒷줄에 가져다 두었다. 괜히 클리어 파일도 하나 더 가져다 두고.
아이들은 합리적인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이렇게 준비를 하는 것은 전학생이 오는 것 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이야기를 해 주었다. 사실 아침에 전화가 왔고 전학생이 오늘 중으로 학교에 오면 교실로 바로 안내받아 올라오기로 했다고 말이다. 그렇게 종례시간이 될 때까지 전학생은 오지 않았다. 그다음 날에도, 지금까지도 그 전학생은 오지 않았다. 한창 공사 중인 학교가 마음에 들지 않아 전입학원서를 들고 옆 학교로 갔을 수도 있고, 예정되어 있던 이사가 취소되었다거나 하는 무슨 이유가 있었겠거니 하면서 나는 안도했다. 아이들에게는 엄청난 실망으로 다가왔다보다. 두세 달이 지난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때 오기로 했었던 ‘그 전학생’에 대해 이야기를 하곤 했으니 말이다.
전학생과 함께 할 남은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게 될지 기대가 된다. 우리 반의 분위기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나는 ‘울퉁불퉁’하다는 말을 쓰고 싶다. 순탄하고 평온하기만 한 학급 분위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잘 적응하여, 친구들과 좋은 관계를 만들어가며, 선생님을 신뢰하고,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다가 ‘아 전학 오길 잘했다’하며 다음 학년으로 올라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