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내가 없는 그곳에서 느껴지는 나의 책임감

by Trey

나는 다음 주 월요일에 예비군 훈련을 간다. 부득이하게 나는 학교를 하루 비우게 되었다. 이런저런 행사와 빠듯한 진도 때문에 바쁜 시기라서 자리를 비우는 것이 조금 부담이 되기도 한다. 물론 내가 자리를 비우면 누군가 내 자리를 맡아서 채워주어야 하기에 그 또한 부담으로 다가오곤 한다.


보통의 경우에 내가 자리를 비우게 되면 보결전담강사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모든 학교는 아니고 웬만한 규모가 있는 몇 개 학교에 보결전담강사를 배치하여 필요에 따라 신청 절차를 통해 활용할 수 있는 제도다. 병가나 연가, 공가 등의 사유로 학교를 부득이하게 비워야 하는 경우에 수업을 대신 맡아해 주는 제도다. 따라서 보결전담강사 제도는 선생님들에게 큰 도움이 되곤 한다. 다만 모든 학교에 배치되어 있는 것이 아니기에 예비군 훈련과 같이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는 일정이 있는 때에는 거의 구하기가 어렵다고 볼 수 있다.


보결전담강사를 구하지 못한 경우에는 대부분 학교 내에서 해결을 해야 한다. 다행히 우리 학교는 규모가 있는 학교라 전담교과 선생님들도 많고, 같은 학년 선생님들도 많다. 어찌 저찌 시간표만 잘 맞추어 본다면 큰 부담 없이 하루 일과 운영이 가능할 때도 있다. 하지만 나는 저학년을 맡고 있기 때문에 전담 수업이 일주일에 몇 번 없다. 그나마 있는 체육, 도덕 수업을 하루에 몰아넣는다고 해도 두 시간뿐이다. 남은 3~4시간은 어떻게든 다른 선생님들의 도움이 필요한 처지다.


당장 이번 예비군 훈련 때에는 조금은 다른 방법으로 하루 수업이 해결되었다. 우리 학교에 근무하시다 명예퇴직을 하신 한 선생님께서 하루 동안 기간제 교사 형식으로 계약을 하여 우리 반을 맡아주시기로 하신 것이다. 마침 어떻게 하루 수업을 이리저리 구성해야 하나 고민하던 터라 이 소식이 너무나도 반가웠다.


그때부터 내가 없을 월요일 하루의 수업과 일과를 상상하기 시작했다. 열심히 또 최대한 자세히 상상을 해야 계획하고 준비해 둘 수 있을 것 같았다. 주간 학습 안내를 평소보다 조금 더 자세하고 꼼꼼하게 작성했다. 그리고 우리 반을 맡아 주시는 그 선생님을 위해 매 교과 내용을 자세히 기록해두었다. 어디까지 진도를 나갔으며, 아이들이 어느 부분을 어려워하는지, 또 어떤 특이사항을 보이고 있는지까지 따로 기록을 해 두었다. 아이들에게 수업 중 매번 나누어주던 정리 학습지도 미리 프린트해 책상 한편에 정리해 두었다.


내가 월요일에 평소처럼 출근을 하고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면 금요일 퇴근 시간에 이런 준비까지는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어떤 수업을 하고 어떤 활동을 할지 생각은 했겠지만 미리 인쇄하여 순서대로 정리해두고, 하나하나 틀린 부분은 없는지 하루의 일과를 쭉 상상해 볼 생각을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물론 교실 정리나 내 책상 위 물건들을 깔끔하게 치우는 것 또한 이렇게까지 꼼꼼하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무언가 내 교실에 다른 누군가가 온다는 것은 엄청난 부담과 책임감을 느끼게 하는 일이다. 그게 누구든 가볍게 여겨지지는 않는다. 지금도 여러 가지가 걱정이다. 워낙 활발하고 흥을 주체 못 하는 우리 반 아이들이 어떤 태도로 수업에 임할지, 다른 반과 붙기로 한 농구 시합은 잘 진행이 될지, 청소는 잘하고 갈지, 알림장은 어떻게 전해주어야 할지 등 정말 사소한 하나까지도 걱정이 된다. 물론 새로 오실 그 선생님께서 나보다 경력도 몇 배는 더 많으시고 아이들을 대하는 데에는 베테랑이시다. 짧게나마 함께 근무해 본 경험이 있기에 너무 좋은 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뭔가 내 자식을 남에게 맡기는 그러한 부담과 책임감이 느껴진다.


그렇게 금요일 저녁 나는 모든 준비를 다 했다고 생각하며 퇴근을 했다. 주말에 따로 출근을 해서 무언가를 점검하고 확인하지 않는 이상 나 없는 그 하루는 이렇게 흘러가게 될 것이다. 아이들도, 새로 오시는 그 선생님도 만족스럽고 행복한 하루가 되길 바라며 열심히 예비군 훈련에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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