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 여름방학을 빼고도 학생들과 선생님들에게 큰 기대가 되는 때가 있다. 바로 학교장 재량휴업일이다. 무슨 가족친화 방학, 효도방학, 징검다리 연휴 방학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것 같지만 정확한 이름은 학교장 재량휴업일이다. 말 그대로 학교의 장인 교장선생님의 재량으로 학교를 쉬도록 할 수 있는 날이다. 물론 한 학기에, 한 해에 채워야 하는 수업 일수는 어느 정도 법으로 정해져 있기에 무작정 재량휴업일을 만들 수는 없다.
겨울이 되면 학교에서는 다음 학년도의 교육과정을 계획하고 작성한다. 각자 자기가 맡은 업무에 대해서 부서별로 모여 이번 해의 교육 활동을 되돌아보고, 개선해야 할 점과 신설해야 할 점, 폐지해야 할 점들을 나누고 반영한다. 아무래도 학교 학사, 교무에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재량휴업일에 관련한 결정은 교무부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맞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재량휴업일에 대해 선생님들이 함께 논의해서 결정하는 경험을 해 본 적은 없다. 보통은 결정된 결과만 받아보고 아쉬워하거나 만족스러워하며 내년의 계획을 짜곤 했기 때문이다.
왜 이런 이야기를 쓰냐면, 바로 우리 학교는 지금 2년째 재량휴업일이 하루도 없다. 남들 다 쉬는 징검다리 연휴에도 정상적으로 수업을 하고, 하다못해 우리 학교의 개교기념일에도 학교에 나온다. 개교기념일에 국어 수업, 사회 수업을 하는 것은 아니고, 현장체험학습을 가거나, 운동회를 했다. 단 하루도 재량으로 쉬지 않다 보니 안 좋은 점이 많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불만이 많다. 학원을 같이 다니는 다른 학교 아이들은 전부 다 쉰다고 하는데, 왜 우리 학교는 쉬지 않는지에 대해, 또 개교기념일에도 학교에 나와야 하는 이유에 대해 3학년 아이들조차 불만이 많다. 그리고 선생님들도 불만이 많다. 사실 징검다리 연휴를 하루 더 쉰 다음에, 목요일에 하기로 예정된 방학식을 금요일에 하면 된다. 다른 학교에서는 그 날 왜 쉬기로 했는지를 꼭 물어보고 내년도 교육과정을 편성하는 그런 과정을 거치면 좋겠다. 물론 나는 내년에 이 학교에 없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런 날에는 수업을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 학교라는 상황을 배제하고 보더라도, 그런 날은 연휴라고 부를 정도로 어딘가를 놀러 가기 좋은 날이다. 회사원들도 연차를 내거나 하는 방식으로 여행을 가거나 휴식을 취하곤 한다. 요즘은 가정에서 실시하는 ‘교외체험학습’ 제도가 잘 되어있다. 그런 날에는 당연히 학교도 쉴 것이라 생각하고 가족들이 여행 계획을 잡곤 한다. 학교가 쉬지 않는다는 소식을 듣게 되어도 가족들은 여행을 취소하기보다는 ‘교외체험학습’ 신청서를 제출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많은 날에는 7~8명까지도 교실을 비웠던 때가 있었다. 그런 날 선생님의 입장에서는 수업을 진행하기엔 참 좋긴 하다. 집중시키고 살펴보아야 할 아이들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도를 나가기 또한 매우 애매하다. 그날 해야 할 수업 내용은 학교에 오지 않은 많은 아이들이 돌아온 뒤로 진도 나가기를 미루게 되고, 놀이를 하거나 다른 활동을 찾아 진행하곤 한다. 그 날은 학교에 오나, 학교에 오지 않나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확실히 할 때 하고, 쉴 때 쉬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다. 아이들에게도, 선생님들에게도. 그리고 쉬는 것에 대한 책임은 다 함께 지게 된다. 방학이 하루 줄어들겠지만 35일의 방학이 34일로 주는 아쉬움보다는 모두가 쉬는 날 학교에 나와 온전한 활동조차 하지 못하며 하루를 보내는 속상함이 더 크지 않을까 싶다. “모두가 즐거운 학교”는 정문에 플래카드를 걸어놓는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즐겁게 보낼 환경을 만들어줘야 우리가 즐거워진다. 즐거운 환경을 만들도록 결정하는 것도 교사이고, 그 즐거운 환경을 누리게 될 것도 교사들인데, 무언가 이유가 있었겠지만 지난 몇 년의 학사 일정은 조금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