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대규모 공사를 통해 지어지는 건축물이다. 한 번 지어지면 그 형태를 오래 유지하기 때문에 처음에 설계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 과정에는 건축가뿐 아니라 선생님들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협의를 하곤 한다. 이렇게 지어진 학교는 시대에 맞추어 조금씩 고쳐가며 사용된다.
학교에서는 이를 교육환경 개선이라고 부른다. 천장 석면 보드를 교체하는 작업, 건물의 외벽을 교체하는 작업, 교실 및 복도의 창호를 새로 갈아 끼우는 작업, 옥상 및 벽면에 방수 시공을 하는 작업, 내부에 페인트를 깔끔하게 새로 칠하는 작업, 화장실 시설을 교체하는 작업, 체육관을 새로 정비하는 작업 등 종류도 다양하다. 학교가 점차 오래되다 보면 시행하는 작업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작업들은 주로 방학을 이용하여 진행된다. 공사가 예정되어 있는 해에는 방학이 엄청나게 길어진다. 한 해에 진행해야 하는 수업일수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사실상 조삼모사의 상황이다. 여름방학이 길면 겨울방학은 짧아진다. 학교 시설 등의 교육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니 교사도, 학생도, 학부모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오늘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방학이 길어졌다거나, 매번 방학마다 교실의 짐들을 치워두고, 비닐로 꽁꽁 싸매고 해야 하는 불편함을 토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학교는 벌써 개학한 지 한 달이 다 되어간다. 그럼에도 우리 학교 외벽에는 수많은 철골 구조물들이 놓여있다. 3층에 위치한 우리 교실에서는 창문 밖으로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용접하는 불꽃이 번쩍번쩍하여 개학을 한 뒤로 창문 블라인드를 올린 적이 없다. 환기는 물론 불가능하다.
우리 교실은 별관 꼭대기 층에 위치하고 있다. 옥상에서도 공사를 진행 중이라 쿵쿵 거리는 망치 소리와 드릴 소리가 출근 전부터 이어진다. 위에서는 쿵쿵거리고, 옆에서는 드르륵, 지이잉 거리는 소리가 하루 종일 이어진다. 수업 시간이니 공사를 멈추거나 중단해 달라고 말할 수도 없다. 그렇게 된다면 공사 기한이 더 늘어나게 될 뿐이다.
선생님들도 교무실에 많은 항의를 했다. 그보다 학부모들의 민원은 더 많았다. 방학 동안 해야 하는 공사가 늦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답을 받았다. 이 공사는 원래 11월까지 예정되어 있는 공사라는 것이다. 참 아쉽다. 수업 중에도 퉁탕 거리는 소리와 함께 몇 개월을 생활해야 하고, 어떤 학년의 교사 연구실은 창문이 통째로 설치되지 않아 무슨 루프탑 전망대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지난 몇 주간 태풍도 지나가고, 장마도 지나갔다. 그럴 때마다 아주 난감했다고 한다.
과연 교육환경 개선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물론 공사가 끝나고 나면 교육환경은 보기 좋게 바뀔 것이다. 외벽에 단열 장치를 추가로 다느라 이렇게 시끄러운 것이라 하니 교실은 겨울에 더 따뜻해지고, 여름에 더 시원해질 것이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우리가, 아이들이 실제로 겪어내며 보내야 하는 몇 개월은 교육환경이 악화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무슨 두 보 전진을 위한 한 보 후퇴 같은 소리다.
학교는 공사를 진행하기 딱 좋은 환경이다. 시설물들이 다들 오래되어 가기만 한다. 그리고 방학이라는 유동적인 시기가 있어 집중적으로 공사를 진행하기가 좋다. 이런저런 사업에 의해 별의별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 번에 진행하기 힘들다면 방학 중에 본관 건물, 다음 방학 중에 별관 건물 등 순차적으로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말로 교육환경을 ‘개선’하고 싶다면 말이다. ‘교육환경 개선’은 눈에 보이는 건물의 빛깔에 대한 것이라고만 생각한 누군가가 만들어 낸 말 같다. 우리의 교육 환경을 우리 스스로 지켜낼 수 있도록 충분히 협의하고 이야기를 나누어 진행하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