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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ey Jan 28. 2020

#9. LA에서도 선생님의 직업병, 캘리포니아 과학센터

[1일차_LA]

700 Exposition Park Dr  Los Angeles, CA  90037  United States

인 앤 아웃 버거에서 든든하게 첫 식사를 하고 어디를 가볼지 꽤 오래 망설였던 것 같다. 이번 여행도 지난 여행들처럼 어느 도시, 어느 도시에 가야 한다는 계획은 세워 두었지만, 각각의 도시에서 어떤 곳에 가야 할지 세부 계획을 세우지는 않았다. 반은 계획적인 여행이면서도 나머지 반은 무계획 여행인 셈이었다. 그래서 이리저리 지도를 살펴보다가 캘리포니아 과학센터라는 곳에 가보기로 마음을 먹고 운전을 시작했다.


주차장에 무사히 차를 대고 길을 따라 5분 정도 걸어갔다. 1월 17일. 아주 겨울 중의 겨울임에도 햇살은 따스하고 파릇파릇한 식물들이 사방에 펼쳐져 있었다. 가는 길에 펼쳐진 잔디밭과 푸른 하늘과, 웅장한 건물들, 그리고 지나가는 차들까지 참 이국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휴대폰을 켜서는 그 지극히 일상적인 LA의 풍경을 있는 그대로 담아보았다.

캘리포니아 과학센터 가는 길

그렇게 걷다 보니 한눈에 봐도 과학과 관련된 장소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건물이 등장했다. 마치 영화에서 나올 것 같은 우주 왕복선의 연료탱크가 거대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 연료탱크에 넋이 나가 한참을 쳐다보며 걷자 입구가 나타났다.

캘리포니아 과학센터

우리는 과학 하면 주로 '최첨단', '실험', '세련된', '미래' 등의 단어를 떠올리곤 한다. 그래서 한국에 있는 과학관이나 사이언스 파크 등의 시설물은 미래지향적인 모습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온통 유리나 콘크리트로 덮여 있는, 왜인지 외계인이 등장할 것 같이 생긴 모습을 하고 있는 건물이 많다. 그리고 그런 건물은 과학을 새롭고, 신비하고, 미래지향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과학센터는 지극히 예전 건물의 모습을 하고 있다. 벽돌로 지어진, 그리고 세밀한 창틀의 모양과 다양한 조각으로 장식이 된 마치 박물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건물 옆에 커다랗게 위치한 우주왕복선의 연료탱크가 아니었다면, 위의 사진처럼 전투기가 날고 있지 않다면 역사박물관이라고 해도 충분히 믿을만했다.


사실 건물의 모습이 뭐가 중요하겠냐만은, 건물의 모양을 보면서도 느낀 바가 있어 적어본 것이다. 물론 과학은 미래로 우리를 이끄는 동력이자 열쇠다. 과학 기술 덕분에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가고 삶은 편리해진다. 미래지향적인 과학의 특징을 드러내는 '세련된' 그리고 '최첨단의' 이미지가 전혀 틀린 말이 아니다. 다만 과학은 미래 이전의 현재, 현재 이전의 과거에도 존재해왔다. 사람이 활동하기 전부터 존재하던 여러 가지 자연현상들을 하나씩 밝혀내는 것 또한 과학이다. 과학은 미래이자 과거이고, 지금 현재다.


건물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도 직업병인 것 같다. 무슨 생각으로 벽돌 건물을 지었는지, 다른 용도의 건물을 재활용하는 것인지 전혀 알 길이 없으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학센터는 굉장히 넓었다. 주제도 굉장히 다양한 데다가 일일이 체험해볼 수 있는 장치와 프로그램들로 구성이 되어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초등학교 선생님이라 그런지 우리 반 아이들과 이 곳을 찾아온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던 것 같다. 마침 한 초등학교에서 스쿨버스를 타고 견학을 하는 중이었다. 우리나라에도 참 훌륭한 시설들이 많지만 현장체험학습이라는 일회성 행사로 끝나버리는 것이 항상 아쉬웠다. 어린아이들이 자유롭게 시설을 체험하고 돌아다니며 스스로 배우는 모습을 보며 또 한 번 가르침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자연, 생태계, 지진, 물리, 우주 등 여러 가지 테마에 걸친 과학 전시물과 시설물을 체험하고 나면 별관으로 가는 길을 발견할 수 있다. 나는 다른 모든 전시관도 인상 깊었지만 별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바로 우주왕복선이 전시되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다섯 번째 유인 우주왕복선인 엔데버(Endeavour)호가 퇴역하고 이 곳에 실제 상태 그대로 전시되고 있다. 2011년 6월 1일 마지막 비행을 마치고 지구로 돌아온 엔데버호는 이 곳, 캘리포니아 과학센터로 이동하여 상설전시 중이다. 아래의 영상을 보면 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정말 굉장하다는 말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Space shuttle Endeavour's trek across LA: Timelapse (by LA Times)

사람을 태우고 여러 차례 우주에 다녀올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나라. 우주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정거장을 설치하고 운용할 수 있는 나라. 참 대단한 나라인 것 같다. 화려한 과학기술 강국이자, IT 강국이라 불리는 우리나라도 조금만 더 기초 과학과 묵묵한 과학에 힘을 실어준다면 이런 꿈을 이루어내는 시간이 조금씩 가까워지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언젠가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과학센터, 이런 우주 왕복선을 아이들과 함께 마주할 수 있는 날을 그리며 또다시 차를 타고 이동했다. 이제 체크인 시간이 되어 첫 숙소로 가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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