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동되는 워키토키
생각해 보면 어릴 적 동네 골목에는 강아지와 아이들이 많았어요. 실제로 많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추억 속 골목의 모습은 언제나 그렇습니다. 골목의 원래 기능은 무시한 채 우리의 골목 구분법은 축구를 하기 위해서는 어느 집 앞이 넓어 좋고, 함박눈이 가득 온 날 가마니 썰매를 타기 좋은 곳은 누구네 집 앞 경사가 최고인지를 따지며 우리식으로 평가하고 기억하곤 했었죠. 하지만 언제나 엄마의 목소리가 닿는 범위 안에 있어야 한다는 것쯤은 불문율처럼 지켜지곤 했습니다.(밥은 소중하니까)
小石碑胡同
웃는 얼굴이 너무 이쁜 회족(回族) 아이들
그래서인지 북경의 후통을 걷다가 자신도 모르게 아이들의 모습을 찾고 있는 저를 발견하곤 합니다. 짧은 목을 잠망경마냥 길게 빼고 두리번거리는 것이죠. 지금의 한국에서 아이들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학원가를 가야 하겠지만 북경의 골목은 미래의 어른들에게 소중한 추억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추억제조기 역할을 여전히 해내고 있으니까요.
福祥胡同
사합원의 구조를 흉내 내어 여러 가구를 모아놓은 오래된 공동주택은 대문을 함께 사용한다. 아이를
혼자 남겨놨는지 잠가놓은 붉은 철재 대문 너머로 아이가 홀로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후통에서 만나는 북경의 아이들은 소박하고 천진하며 순수합니다. 세상 그렇지 않은 아이들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적어도 후통의 아이들은 잠시나마 저와 놀아줄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있어요. 한국에서라면 무턱대고 학원엘 찾아가 공부에 바쁜 아이들에게 나와 놀아달라고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저를 발견한 학원 선생이 교실로 불러들여 손가락질을 해대며 학원 땡땡이치고 골목에서 놀기나 하면 나중에 이 사람처럼 된다며 학생들을 협박할지 모릅니다. 제가 누군지 모르는 어린 학생들은 공부 안 하면 저 아저씨처럼 뚱뚱해지는구나~ 하며 죽어라 공부하는 것이죠. 요즘 아이들은 백수보다 뚱보를 더 무서워하니까요.
鼓楼
한국에서 고무 줄 놀이를 하는 아이들을 본 게 얼마나 되었을까. 이젠 기억도 안 난다.
同乐胡同
아이들은 카메라를 든 나를 보곤 뭐가 재밌는지 깔깔거리며 도망을 갔다.
저는 언제나 제 아이를 시골에서 키우고 싶었습니다. 정글북의 모글리처럼 말이죠. 학원도 없고 사람을 조급하게 만드는 엄친아, 엄친녀도 없고, 어떠한 인위적 강요가 없는 환경에서 야생으로 키우고 싶었습니다. 아이는 학원도 스트레스도 없는 들과 산을 뛰어놀며 칡과 약초를 캐내 늙은 아비를 봉양한다... 가 아니라;;; 하지만 이미 우리의 시골도 더 이상 그러한 곳이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어요. 우리의 관념 속 시골은 현실에선 이미 사라져버렸으니까요. 어딜 가도 아파트에 학원에, 대형마트에, 중국산 저렴한 농산물이 넘쳐나는 재래시장 등 도시와 별반 다르지 않잖아요. 풍경은 여전할지 몰라도 살아가는 방식은 도시와 다르지 않게 된 것이죠. 두메산골에 살더라도 아이는 학원을 가야하고 찬거리는 마트를 가야 하고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넷플릭스를 봐야 합니다. 결국 물리적 장소는 중요하지 않은 셈이고 더불어 그것과는 별개로 사람마다 다양한 사정이 있기에 생활하던 환경을 바꾼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기도 하고요. 물론 그런 사정들 대부분은 남들이 볼 때 사소할 수 있겠지만 언제나 중요한 것은 그런 사소한 것들로 인해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죠.
小石碑胡同
골목에 버려진 탁구대 위에서 위험하게 놀고 있던 귀여운 아이들. 위험하니 내려오라며 손짓발짓을 하니 사진을 찍어준다는 이야기로 듣고 포즈를 취했다. 미래의 모델 꿈나무들.
후퉁에서 만나는 북경의 아이들은 재밌습니다. 그런 아이들을 보는 어른에게도 재미를 줍니다. 많은 장난감에 둘러싸여 노는 법보다 쉽게 실증내는 것부터 먼저 배우는 우리 아이들과 달리 공 하나, 나무 작대기 하나를 가지고도 재미나게 노는 것이죠. 장난감 자체의 새로움이 없으니 그것에서 스스로 재미를 찾는 거예요. 스스로 스토리를 만들 줄 아는 겁니다. 그래서 구경하는 사람도 재미있고 지켜보는 것만으로 저도 동참한 듯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이고요. 북경에서라면 가끔 아이들과 죽이 맞아 함께 공놀이 등을 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그들은 이방인인 저에게도 기꺼이 한자리를 내주니까요. 경쟁과 경계 보다는 함께 하는 재미를 아는 것이죠. 역시 아이들답고 사람이 아이일 때는 이렇게 자라야 하는 거예요. 아이들은 학원 건물이 아니라 골목에서 자라야 합니다.
大觉胡同
시장입 구에 세워진 자전거 짐칸에 올라 장을 보러 간 엄마를 기다리던 꼬마 익살꾼
후통이 좋고 후통의 아이들이 좋습니다. 아이들에게 너무나 소중한 공간인 골목과 그곳에서 뛰어놀며 소중한 추억을 쌓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낭만이 근사합니다. 골목에서 만나는 순수한 아이다움이 좋아요. 너무나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