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은근한 에로 도시

부럽다

by 신정훈



북경을 단 하루만 여행해도 민감한 사람들은 바로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이들의 끈적거림을요. 정말 이곳이 사회주의 국가의 수도가 맞나 싶을 정도로 거리에서 만나는 수많은 연인들의 애정 표현은 과감하다 못해 노골적이죠. 사랑에 빠진 나머지 사람이 미어터지는 대로변이라도 서로 껴안고 체온을 느껴볼 순 있겠지만 껴안은 두 팔을 아래로 내려 엉덩이를 더듬는 것은 멜로가 아니라 에로(erotic)죠. 이들은 그걸 보여줍니다.



북경지하철 오른쪽을 보자.



북경지하철 왼쪽도 보자.




저는 이러한, 혹은 이에 준하는 광경을 여럿 봤습니다.(꼭 이런 것만 눈에 들어온다.) 아무리 만원의 지하철 안에서도 이들의 애정 표현은 그칠 줄을 모르는데 가벼운 입맞춤으로 시작해 사탕이라도 돌려먹는지 볼따구가 볼록거립니다. 하지만 아무도 연인들의 행동에 개의치 않더군요. 그래서 점점 더 과감해지나 봅니다. 시단 등 젊은 층이 많이 모이는 거리나 늦은 저녁의 지하철 승강장 등에선 하루에도 여러 번 “누가 누가 찐한가 쇼우~”를 감상할 수 있는데, 심심할 때면 자리를 잡고 앉아 각 연인 별로 점수를 매겨보기도 해요. 보다 과감하거나 연인들의 나이가 많을수록 점수를 후하게 주는 것이죠. 아무리 애정 표현이 과감한 북경이라고는 해도 나이가 어릴수록 좀 더 용감한 편이니 (老)연인들에게 제 나름의 가산점을 주는 겁니다. 소문만큼 중국 사람들이 성에 개방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람 많은 길거리에서도 저러고 다니니 짐작은 할 수 있겠습니다.




2호선

사진 속의 커플은 한 정거장을 지날 때마다 족히 열 번의 뽀뽀를 했고 나는 이 사진을 찍은 후에도 일곱 정거장을 더 가야 했다. 자는 척하다 지친 아가씨와 흔들림 없이 먼 산을 바라보는 금강불괴 남성에 주목하자.




언제인가 늦은 점심을 먹으러 들어간 맥도날드 한구석에서 어린 남녀가(운동복을 입고 있는 것을 봐선 고등학생) 부둥켜안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들 머리 위 벽에 그려진 삐에로 로날드가 응큼한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있더군요. 로날드, 이 응큼한 놈! 그들이 하는 짓으로 봐선 당장 내일 아침 자폭테러 떠날 IS 행동대원과 임당수에 뛰어들 심청이 같았습죠. 그러지 않고서야 이런 공개적인 공간-심지어 꼬마들이 넘쳐나는-에서까지 저렇게 애절할(혹은 에로 할) 필요가 있냔 말입니다. 이런 북경은 애인 없는 모태 솔로들에겐 “정말이지 돌아다니기 싫은” 도시로 에로하게 추천해 봅니다.


왜 인도는 우리에게 불교를 전파하더니 개종해버리고,

중국은 유교를 전해주고 삼강오륜을 땅속에 파묻었단 말인가.


부럽다.







1. 이들은 끝내 내 앞에서 영화를 찍었다. 물론 장르는 뻔하고.

2. 참전용사를 배웅하는 기차역이 아니다. 그저 지하철을 타려는 남자친구를 배웅하는 것일 뿐.


1. 아, 옆 사람이 보잖아~ 오빠! 오빠는 쟤가 중요해 내가 중요해? 응 너. 오~우 케이~

2. 지하철 승강장이든 버스 정류장이든 우리의 애정행각에 장애물이란 없다. 사람들의 시선 따위~


1. 뭐? 놀이동산은 어린이들이 많으니까 몸가짐을 뭐? 안 들려~

2. 연인들의 데이트에 화사한 봄날만큼 좋은 계절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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