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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렌드버터 Jan 21. 2021

첫 번째, 관찰하기 - 영국에서 패션마케팅 공부하기

Part 2. 첫 번째 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

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처음으로 했던 과제가 ‘리테일 브리프 작성하기’였다. 


패션 아이템을 하나 선정하고 가장 비싼  가격대, 중간 가격대, 가장 싼 가격대의 브랜드 매장에 가서  제품, 서비스, 매장 위치, 윈도우 디스플레이 등 리테일 환경과 관련된 사항을 관찰하는 일이었다. 


예를 들어 패션 아이템으로 남성용 화이트 셔츠를 정했다면  버버리(프리미엄 브랜드), 탑샵(중가 브랜드), 프라이마크(저가 브랜드) 매장에 방문해서 각 브랜드의 제품 특징뿐만 아니라 리테일에 대한 모든 요소를 자세하게 살펴보아야 했다. 모든 매장을 방문한 다음에는 관찰한 내용을 요약정리해서 사진과 함께 제출하는 것으로 과제가 끝이 났다. 


매장에 방문하기 전 문득 궁금해졌다. 

왜 이 과제가 패션 마케팅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처음으로 주어졌을까?


오프라인 매장은 브랜드가 소비자를 최전선에서 직접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제품 소개뿐만 아니라 브랜드에 대한 경험을 제공하고 브랜드 가치를 각인시킬 수 있는 장소인 것이다. 이런 이유로 수많은 회사들은 매장 디자인과 리테일 마케팅에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다.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상점을 방문하지만 알고 보면 컬러, 간판, 제품 진열, 조명 하나까지 모든 요소가 소비자의 구매활동을 유도하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매장을 관찰하는 활동만으로도 리테일과 브랜딩, 마케팅까지 여러 분야를 복합적으로 배울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관찰해야 할까? 


내가 자주 써먹었던 방법은 ‘스스로 질문하고 대답해보기’였다. 매장에 들어가기 전, 우리의 시선을 가장 먼저 빼앗는 건 무엇일까? 바로 윈도우 디스플레이다. 쇼윈도를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리테일러가 타깃으로 하는 소비자가 누구인지 추측할 수 있다. 윈도우 디스플레이를 보면서 마음속으로 질문을  던진다. 


‘고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눈길을 사로잡는가?’ 
‘표현하 고자 하는 테마가 무엇인가?’
‘이 테마는 현재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는가?’
‘윈도우에 있는 마네킹은 브랜드의 스타일을  적절하게 보여주고 있는가?’


매장에 들어가면 동선과 제품 분류 방식을 살펴보면서 다시 질문하기 시작한다. ‘고객들이 쉽게 돌아볼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있는가?’ ‘제품들이 어떤 기준으로 배열되어 있는가?’  등등. 이런 식으로 간판, 조명, 음악부터 고객을 맞이하는 직원까지 리테일의 전반적인 요소를 살펴볼 수 있다. 


방문하고 나서 느낀 점을 다이어리나 블로그를 이용해서 기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매장을 관찰하는 건 리테일 환경뿐만 아니라 소비자 행동을 이해하는 데도 유용하다. 수업 시간에 튜터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실제로 물건을 사러 왔다고 가정하고 매장을 관찰해보세요.”


물건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을 파악하는 건 소비자 심리를 추측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후로도 수많은 스토어를 다니며 관찰하는 일이 계속되었다. 이런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각 브랜드의 리테일 콘셉트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고 리테일을 바라보는 통찰력도 기를 수 있었다.


매장을 방문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멋진 경험이자 배움의  기회로 기억되고 있다.


참고: 리테일 숍 리포트 예시 (브랜드 Zara)

참고: 리테일 환경 리포트 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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