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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정윤 Apr 02. 2023

수요를 놓치지 않기위해 필요한 것들

뉴디맨드 전략

최근 국내 경기 상황이 좋지 않다.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국내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3% 증가했던 것에 비해 올해에는 0.7% 증가하는 것에 그칠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생활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다 보니 이전에 소개한 ‘체리슈머’ 키워드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소비자들의 소비행태도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국면에서 많은 비즈니스 주체들이 고민에 빠진다.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 및 판매하는 비즈니스라는 것은 결국 수요와 공급의 문제다. 수요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비즈니스는 존속할 수 없다. 경기가 좋을 때는 사람들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경험하는 것에 개방적인 반면 불황 국면에서는 기존에 소비하던 것도 줄이는 수요 위축이 벌어진다. 이제 비즈니스의 화두는 새로이 수요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뉴디맨드(New Demand) 전략’이다. 그리고 그 전략의 핵심은 사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수요를 만드는 것이다.


마케팅 구성요소 4P로 살펴보는 전략


사실 수요를 만든다는 것이 바로 ‘마케팅’이다. 물자가 부족해 생산하기만 하면 팔리던 공급 주도의 시대를 지나, 상품과 서비스가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여러 가지 거래 조건을 변화시켜 시장을 공략하는 마케팅이 시작됐다.


전통적으로 마케팅의 주요 구성 요소는 ‘4P’, 즉 Price·Promotion·Place·Product(가격·판매촉진·유통·제품)라고 이야기한다. 이 네 가지를 기준으로 지금 필요한 뉴디맨드 전략에 대해 살펴보자.


첫 번째 P는 ‘Price(가격)’다. 마케팅 방법으로서 가격 정책에는 매우 다양한 방안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경쟁 제품 대비 저렴한 가격을 설정해 ‘가성비템’으로 포지셔닝하고 판매량을 늘리는 것을 들 수 있다. 다만 가성비 제품이 될 경우, 가격대 자체가 높아지지 못하고 그만큼 이윤을 남기는 것에 한계가 존재한다.


그런데 조금만 달리 생각하면 실제 가격을 낮추는 것 대신, 심리적 가격을 낮추는 방법도 있다. 바로 재판매(re-commerce)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당장 어떤 100만 원짜리 상품을 구매해야 한다면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을 나중에 중고거래 마켓에 70만 원에 판매할 수 있다고 한다면 실제로 소비자가 느끼는 가격은 30만 원이 된다. 이것은 새 상품을 사려는 사람에게도, 저렴해진 재판매 상품을 구매하는 사람에게도 금전적·심리적 부담이 완화된다.


최근 발렌시아가, 룰루레몬, 자라 등 유명 글로벌 브랜드들이 중고 거래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유아동복 브랜드를 비롯한 국내 의류 업체들도 자사품 중고 거래에 나서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의류 재판매의 경우 자원 순환이라는 의미에서 환경적 영향을 중시하는 시대적 흐름에도 부합한다.


또한 가격 정책을 응용하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한다. 일본에 위치한 ‘리렌트 레지던스 시부야’의 경우, 월세 가격이 200만 원 정도로 결코 저렴하지 않은 레지던스(숙박시설)이다. 장기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곳에서 월세를 내고 사는 것이 억울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러한 세입자를 위해 이곳에서는 집을 장기간 비울 경우 한 달 최대 15일까지 1박당 6만 원의 월세를 돌려준다. 여행을 떠난 기간 외부 숙박객에게 공유 공간을 빌려주고 숙박비를 받는 것이다.


남은 세 가지 P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자. 두 번째 P는 ‘Promotion(판매 촉진)’이다. 수많은 제품 중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이벤트·홍보를 하는 것이다. 다만 소비에 방어적인 상황에서는 추가 수요를 촉진하는 것보다 사지 않을 수 없는 이유를 제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예를 들어 ‘지금이 사지 않으면 안 되는’ 한정 판매가 이에 해당한다. 식품업계에서 봄철 한정으로 ‘벚꽃 에디션’과 같은 베리에이션(변형) 제품을 출시하는 것, 스타벅스에서 연말 이벤트 기간에만 증정하는 다이어리 굿즈를 만드는 것 역시 한정 판촉의 일종이다.


세 번째 P는 ‘Place(유통)’다. 과거 마케팅에서는 소비자들 눈에 띄게 하고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길목에서 판매하는 것이 중요하게 여겨졌다. 따라서 상점을 열 때도 ‘입지’는 가장 중요한 고려 요소였다. 그러나 온라인 채널이 생겨나면서 place의 의미는 온·오프라인을 모두 포함하는 유통 채널의 개념으로 확장됐다.


채널의 다양화는 단순히 소비자들이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졌다는 의미가 아니다. 채널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맥락’이 많아졌다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각 상품과 서비스가 어떠한 맥락에서 적합한지를 고려해 채널을 공략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채널에 맞게 상품을 세분화하는 것도 차별화된 수요를 끌어내는 좋은 방법이다. 채널 자체의 특성을 활용하는 예로 ‘카카오톡 선물하기’ 전용 상품이 있다. 업계에서는 모바일 선물하기 시장 규모가 2021년 5조 원을 넘어섰다고 이야기할 만큼 모바일 선물 시장이 중요한 채널이 됐다.

선물용 수요가 높은 ‘정관장’의 경우, 기존 제품 ‘활기력’을 모바일 선물 특성에 맞게 구성해 ‘활기력 에너지 박스’와 같은 온라인 전용 제품을 만들기도 했다. 가격대를 모바일 선물 시장의 주 소비층인 2030에 맞추고 패키지 디자인에도 응원 메시지를 담아 꾸민 것이다.


이러한 특화 상품 개발은 네 번째 P, ‘Product(제품)’와도 관련이 있다. 제품 개발을 통해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 내는 방법에도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소비자의 작지만 확실한 니즈를 공략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그 중 하나이다. '선물하기'와 같은 채널 특화 제품은 물론, 수험생·임산부·반려인구 등 뾰족한 니즈를 가진 세그먼트 특화 제품을 만드는 것이 훌륭한 방법이 된다. 예를 들어 종합비타민과 같은 영양제의 경우만 하더라도 브랜드가 매우 많아 선택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때 ‘수험생’ ‘50대 여성’처럼 집단을 특정해 제품을 타기팅할 경우 선택상상황에 놓인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나’를 위한 제품으로 생각하게 되어 일반 제품에 비해 확실한 구매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소비자의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앞서 살펴본 모든 전략을 꿰뚫는 핵심은 무엇일까? 바로 소비자의 마음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수요는 소비자에게서 나온다. 아무리 혁신적이고 최고의 성능을 가진 제품이라도 소비자의 맥락에서 빛을 발하는 순간이 없다면 무용지물이 된다.


지금 시장에서 성공하고 있는 상품과 서비스, 그리고 브랜드는 한 번의 시도로 탄생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주파수에 맞춰 수백, 수천 번 미세조정을 거쳐 완성되었음을 잊지 않아야 한다.






본 내용은 필자가 국방일보에서 연재하는  <병영에서 만나는 트렌드>글을 수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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