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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정윤 May 28. 2023

알파가 살아갈 시대를 생각하며

알파세대 (하)


“우리 모녀는 외식할 때 더치페이다.” 



방송인 홍진경 씨와 그의 딸 김라엘 양의 인터뷰에서 나온 이야기다. 라엘 양은 2010년 생으로 이제 중학생이 막 된 ‘알파세대’다. 하지만 밥을 사 먹을 때 엄마가 돈을 내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먹은 만큼 용돈에서 나눠 낸다고 한다. 홍씨는 엄마가 돈을 내주면 자녀가 용돈을 받아도 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인터뷰 내용은 알파세대의 특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바로 알파세대가 가진 경제 감각과 이들의 성장배경으로서 영향을 미치는 부모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지난 글에 이어 세 번째로 살펴볼 알파세대의 특성은 이들이 ‘조숙한 경제인’이라는 점이다. 경제인으로서 기본적인 활동은 소비다. 현재 알파세대의 일상에는 소비가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학교가 끝나면 다이소에 들러 쇼핑하고, 즉석사진관 ‘인생 네 컷’이나 코인노래방에 들러 친구들과 놀며, 취향대로 재료를 선택할 수 있는 마라탕과 버블티를 먹는다. 돈 한 푼 없이도 놀이터에서 종일 뛰어놀 수 있었던 모습은 옛말이다. 

이렇다보니 최근 다이소에 가면 청소년들을 위한 화장품과 스티커를 비롯한 문구류 코너가 차지하는 공간이 더욱 커진 것을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학교 앞에는 꼭 마라탕 음식점과 버블티를 판매하는 식음료점을 찾아볼 수 있다. 알파세대의 구매력이 나타나는 지점이다.



이처럼 소비가 생활화 되어있다보니
 다른 세대에 비해 이른 나이에 돈의 가치를 깨우친다. 소비를 넘어 소득과 투자에도 관심이 많은 것이다.

지난 2022년 5월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국민주식으로 불리는 삼성전자 주식을 가진 주주 중에서 20대 미만 미성년자는 35만 명 이상, 즉 전체 주주의 7%가 넘는다. 부모들이 자녀를 위해 매매한 경우도 있지만, 직접투자에 나선 청소년도 적지 않다. 지난해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는 초등학생 주주가 참석해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초중고생 시절부터 창업에 나서는 청소년도 있다. 유튜브에서 ‘10대 사장’ ‘학생사장’ ‘문구사장’과 같은 검색어를 넣으면 10대 사이에서 관심이 많은 스티커, 마스킹 테이프 등 문구류를 직접 만들고 판매하는 어린 창업자들의 브이로그가 검색된다. 이들은 어떻게 상품을 제작하고 포장해 택배를 부치는지 전 과정을 공유하며 또래 고객과 소통한다. 직접 사업자로 나선 이들은 알파세대보다는 연령대가 높지만, 알파세대가 10대 후반이 되는 시점에는 업종도 다양해지고 수도 많아질 것이라 예상해 볼 수 있다.

 



앞서 살펴본 알파세대의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하는 것은 바로 알파세대의 부모다. 주로 밀레니얼세대 혹은 젊은 X세대에 해당하는 요즘 부모들은 
냉전시대가 끝나고 자본주의를 체감하며 자란 ‘자본주의 키즈’들이다. 그 덕에 투자에도 관심이 많으며, 자녀들 또한 어린 시절부터 경제관념을 갖기를 바란다. 『세금내는 아이들』이라는 경제교육 콘텐츠를 담은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현상도 이러한 부모들의 열의를 반영한다.


이뿐만 아니라 밀레니얼 세대는 우리 사회에 ‘웰빙(well-being)’ 바람이 불면서 '삶의 질'을 말하기 시작한 시대에 성장했다. 따라서 자녀를 키울 때에도 물질적으로 부족함 없이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했던 이전 세대와 달리, 자녀 양육에서 정서발달이나 대인관계까지 두루두루 중시하는 부모가 됐다.


교육관에서도 차이가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한국 사회 특유의 교육열 속에 치열하게 자랐지만, 그저 명문대를 나오는 것으로는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을 몸소 체감하기도 했다. 여기에서 나아가 ‘워라밸(work-life-balance·일과 삶의 균형)’과 같이 삶에서 행복 측면도 중시한다. 이 때문에 자녀 교육열이 무척 강하면서도 맹목적인 주입식 교육은 지양한다. 최근 교육에서의 화두는 자녀의 기질을 파악하고, 이에 맞는 맞춤식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교육개발원의 2021년 조사 결과에도 나타난다. ‘우리 사회에서 자녀 교육에 성공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에 ‘자녀가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된 경우’가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자녀가 인격을 갖춘 사람으로 크는 것’이라는 응답이었다. 오랫동안 ‘자녀가 좋은 직장에 취직한 경우’가 1위를 지켰던 흐름을 바꾼 것이다.


 



다만 알파세대보다 앞서 살아가는 어른이라면 알파세대가 겪게 될 어려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는 스마트 기기를 떼어놓기 어렵다는 것이다. 오늘날 스마트 기기를 통해 접하는 거의 모든 서비스는 사용자의 이용 시간을 늘리기 위해 뇌의 도파민 분비를 촉진하는 온갖 수단을 동원한다. 이에 현 사회를 ‘중독 경제’라 부르기도 하는데, 성인도 벗어나기 어려운 미디어의 영향에서 어린아이들이 자유롭지 않을 것은 자명하다.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 외국에서는 청소년들이 영상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위험한 행동을 하다가 목숨을 잃는 사고까지 보도됐다. 극단적인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SNS는 이미 청소년들에게 여러 심리적인 어려움을 야기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잘못된 사회적 비교다. SNS에서 필터가 적용된 이미지들을 접하거나 명품을 과시하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보면서 가치관에 왜곡을 겪는 것이다.


2020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색조화장 경험이 있는 초중고 학생의 54.7%는 초등학생 때 화장을 시작했다고 응답했다. 또 글로벌 컨설팅사 베인앤드컴퍼니의 보고서에서는 Z세대의 첫 명품 구매 연령은 평균 15세로 밀레니얼세대보다 3~5년 앞당겨진 것으로 나타났는데, 알파세대는 이보다도 이른 시기에 첫 명품 구매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 분석했다. SNS와 소비문화 영향이 이미 자료로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부모의 SNS 사용에 대해서도 경각심이 필요하다. 일본에서는 유명 만화가의 자녀가 유년 시절 본인의 사생활을 만화 소재로 사용한 부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화제가 됐다. 일명 ‘셰어런팅(share+parenting·자녀를 양육하며 온라인상에 사진을 포함해 자녀의 사생활을 공유하는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2021년 세이브더칠드런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만 11세 이하의 자녀를 둔 부모 중 86.1%는 자녀의 사진이나 영상을 SNS에 공유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경종을 울려야 하는 것은 개별 가정이나 부모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아이들의 미래까지 고려하는 어른들의 책임있는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본 내용은 필자가 국방일보에서 연재하는  <병영에서 만나는 트렌드>글을 수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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