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코노미의 성장
손님이 식당에 들어서면 직원이 명품브랜드 구찌의 133만 원짜리 코트를 입혀주며 맞이한다. 식사는 분리된 공간에서 자개 밥상으로 개별 제공되며 셰프가 7가지 코스요리를 직접 준비해준다. 그렇다면 이 코스요리의 가격은 얼마일까?
위 내용은 사실 1인분, 아니 1견(犬)분에 최대 7만8000원이라는 ‘반려견을 위한 오마카세’에 대한 설명이다. ‘휴먼 그레이드’로 준비되는 식사에 펫푸드 스타일리스트 자격증과 반려동물 행동교정사 자격증을 모두 보유한 셰프가 음식을 마련하는 등 수준 높은 서비스가 제공된다. 일각에서는 상당한 가격에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하지만 이러한 서비스가 등장하는 것은 반려견과 특별한 경험을 해보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의미일 것이다.
통계청에서 2020년 진행한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전체 가구의 15% 정도가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는 ‘펫팸족(Pet+family의 약자)’이라 한다. 조사에 따라서는 20%가 훌쩍 넘는 인구가 이미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는 것으로 보고하기도 한다. 그만큼 이제 반려동물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이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반려동물과 반려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지원하는 상품 및 서비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일명 ‘펫코노미(펫+이코노미)’라 부르는 새로운 시장이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 의·식·주 세 가지 분야로 나누어 살펴보자.
먼저 반려동물에게 옷이란 필수품이 아닌 만큼 시각적 즐거움을 주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지만 최근에는 기능성 의류도 다수 출시되고 있다. 내의 브랜드로 유명한 BYC에서는 반려견을 위한 ‘개리야스’를 출시해 대단한 호응을 얻었다. BYC 내의 모양을 본뜬 모양으로 귀여움을 선사하는 것은 물론, 야외 활동을 위한 해충 방지 기능, 추위 혹은 더위를 타는 반려견을 위한 보온·냉감 기능 등 기능성 소재로 제작된 것이 특징이다.
반려견의 의생활에 포함되는 품목도 다양해졌다. 야구모자·후드·패딩·레인코트까지 가지각색이다. 브랜드 또한 초호화 명품부터 힙한 느낌을 살리는 스트리트 브랜드까지 확장됐다. 마치 아바타처럼 자신의 패션 스타일을 반려동물에게 그대로 투영하고자 하는 반려인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준다.
반려동물의 식생활도 사람과 흡사하게 진화 중이다. 조사 플랫폼 오픈서베이에서 발표한 ‘반려동물 트렌드 리포트 2023’에 따르면, 반려동물 양육자는 한 달 평균 7만1700원을 반려동물의 식생활에 사용한다고 한다. 특히 대부분의 반려인(97.2%)이 사료를 구매하며, 57.6%는 기능성 영양제·건강식품도 구매하고 있다. 동물병원에서 처방받는 처방 사료가 약에 가깝다면, 최근 다양화된 기능성 사료는 마치 사람들이 먹는 건강기능식품처럼 면역개선·비만방지·구강건강·관절건강 등 반려동물이 자주 겪는 질환을 반영해 출시된다.
반려동물이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공간인 집도 반려동물에 맞게 변화한다. 미국에서는 반려동물에 특화된 인테리어를 의미하는 ‘바키텍처(bark(짖다) + architecture(건축))’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예를 들어 소파나 테이블 아래 반려동물이 들어가 쉴 수 있는 공간을 결합해 디자인한 가구 같은 것이다. 국내에서도 바닥재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인테리어에서 고려하는 것 중 하나다. 일반 바닥재에서는 반려동물이 쉽게 미끄러져 향후 디스크나 관절염 등 문제를 겪기 쉽기 때문에 브랜드마다 미끄럼 방지 소재를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술도 반영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흔히 출입문 하단에 반려동물이 드나들 수 있는 작은 문을 만드는데 이러한 문에는 다른 동물이나 침입자가 들어올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펫베이션(Petvation)’이라는 스마트 도어는 안면인식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 센서를 통해 해당 집에 거주하는 반려동물에게만 문을 열어준다. 이러한 AI는 행동 정보를 학습해 시간이 지날수록 작동 성능이 더욱 효율화된다는 것도 장점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산한 바, 국내 반려동물 관련 산업은 2019년 약 3조 원에서 2027년에는 약 6조 원까지 두 배 정도 성장할 전망이다. 또한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가 자사 고객의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동물병원·애견카페·애견미용 가맹점 등 반려견 관련 지출액이 매년 10% 내외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반려동물 관련 시장이 커지는 것은 인간 사회의 변화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1인가구화, 고령화 등 사회의 외로움 문제가 커지는 속에서 사람들은 인간관계에서 오는 여러 가지 번거로움이 없는 대안적 관계를 찾는다.
더욱이 동물에 대한 지식, 동물권 의식이 높아지면서 반려동물은 가족의 일원으로 빠르게 ‘인간화’된다. 가정생활에서 식기세척기·건조기 등 이전에는 인식조차 없었던 제품이 필수재화 돼가는 것처럼 반려동물을 위한 상품과 서비스 역시 빠르게 개발되는 중이다.
이제 반려동물을 위한 시장은 의식주를 넘어서 외식·여가·의료·교육 등 여러 산업 분야로 확대될 것이다.
니치 마켓으로 여겨져 중소업체 중심으로 형성됐던 시장에 대기업들이 서둘러 참여하고 있다. 커피빈·스타벅스·할리스·투썸플레이스 등 카페 프랜차이즈에서는 최근 펫 프렌들리 존을 속속 도입 중이며 대형 상조업체인 보람그룹 역시 반려동물 장례 산업에 진출할 것임을 발표했다.
신기술 개발로 승부하는 스타트업이 많아지는 것도 관찰된다. 예를 들어, 한 반려동물 관련 스타트업은 집에서 간편하게 반려견의 건강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홈케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반려동물의 특정 부위를 촬영만 하면 AI가 사진을 분석해 질병의 존재 여부를 예측해주는 서비스이다.
앞서 언급한 오픈서베이의 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기르는 응답자 중에 반려동물 놀이터 시설을 이용해 본 사람은 25.2%, 반려동물 동반 투숙 시설을 이용해본 사람은 19.4%에 이른다.
반면, 이와 같은 반려동물 특화 서비스를 향후 이용해볼 의향이 있는 사람은 현재 이용 경험이 있는 사람의 2배에 달한다고 한다.
새로운 성장 산업이 된 펫코노미가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을 모으고 있는 시점이다.
본 내용은 필자가 국방일보에서 연재하는 <병영에서 만나는 트렌드>글을 수정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