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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정윤 Sep 10. 2023

'마음 건강' 이슈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멘탈 웰니스 (하) 

('상' 편에서 이어집니다.)


마음 건강을 관리하는 마지막 단계는 ‘하이테크(high-tech) 매니징’이다.
앞서 소개한 셀프 매니징과 전문가 매니징 두 단계에서도 앱 서비스나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기술의 도움을 얻지만, 여기에서 말하는 하이테크는 진단 및 치료 과정 자체에 고도화된 기술이 적용된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의료용 진단 서비스인 ‘손드헬스’는 이용자의 목소리를 입력하면 음성의 강약·높낮이를 분석해 현재 우울 수준을 판별해준다. ‘히포티앤씨’는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해 어린아이들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진단하고 치료까지 돕는 서비스다. VR 기기를 착용하고 레이싱과 같은 미니게임을 플레이하는 과정에서 ADHD 여부를 판별할 수 있다. 나아가 물건 정리하기와 같은 게임을 통해 치료까지 진행할 수 있는 서비스라고 한다.






이처럼 마음 건강이 중요한 트렌드로 떠오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직접적인 계기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 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사회적 고립 상태가 이어지며 ‘코로나 블루(blue·우울한 상태)’라는 말이 생길 만큼 외로움이 심각한 사회적 위협으로 대두됐기 때문이다. 또한 자기 자신에 집중할 시간이 많아지면서 마음 건강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커지기도 했다.



그런데 팬데믹이 지난 이후에도 마음 건강의 이슈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는 장기적인 요인으로 소셜미디어 사용과 같은 시대적 변화가 마음 건강을 악화시키는 측면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소셜미디어에 넘쳐나는 콘텐츠들을 보다보면 시간이 쉽게 소비된 것을 느낀 적 있을 것이다. 그만큼 소셜미디어 사용은 신체를 움직이거나 자연을 접하면서 스트레스를 완화할 기회를 대체한다. 더욱이 가치관이 확고하게 자리잡지 않은 청소년들은 소셜미디어 사용으로 세상에 대한 인식이 왜곡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필터로 보정한 이미지가 비교 기준이 돼 현실의 자신을 폄하하고 괴롭히게 된다.



이에 따라 미국 최고 보건당국은 지난 5월, 소셜미디어가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심각한 위험이 될 수 있다며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마치 흡연과 비만이 건강에 해로운 것과 같이 소셜미디어 사용에 대해서도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서는 미국과 영국을 포함한 17개국의 통계치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소셜미디어의 영향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나는 10~19세 여성의 10만 명당 평균 자살률이 2003년 3.0명에서 2020년 3.5명으로 증가했다. 그중 11개국에서 10대 여성이 자해로 인해 입원한 비율이 2010년부터 2021년까지 평균 143% 증가했다.


마음 건강이 중요해진 또다른 이유로는 마음을 바라보는 패러다임이 변화한 것을 들 수 있다. 과거에는 마음을 그저 지나가는 기분상태로 생각하거나 ‘마음먹기 달렸다’는 말처럼 개인의 의지에 따라 통제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뇌 연구가 발전하면서 이제 정신은 뇌라는 신체 기관의 작용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최근 스마트워치에 심박수나 혈압을 측정하듯 스트레스 지수를 측정하는 기능이 기본으로 포함된 것도 마음이 관리의 대상이 됐음을 나타낸다.






시장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정신건강을 돌보는 것과 관련된 시장 규모가 2020년 3833억 달러(한화 약 513조 원)에서 10년이 지난 2030년 무렵엔 5380억 달러(한화 약 720조 원)까지 약 1.5배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앞서 마음 건강을 직접적으로 관리하는 서비스에 대해서만 다뤘지만 하나의 삶의 기준이 변화한다는 것은 여러 산업에 파장을 미친다.



예를 들어, 교육 분야에서도 어떻게 마음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지식과 실천 방법을 가르쳐야 할 필요성이 커질 수 있다. 그렇다면 청소년뿐만 아니라 직장인, 노인, 어린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대상에 맞게 개발된 커리큘럼도 요구될 것이다.


게임산업으로 확장되기도 한다. 스타트업 유니온은 유튜브 채널 ‘닥터프렌즈’의 전문의 3명과 협업해 ‘헬프 미’라는 마음 건강 관련 게임을 개발했다. 해당 게임은 정신과 의사가 돼 병원에 방문하는 환자를 진료하는 콘셉트다. 각기 다른 스토리를 지닌 캐릭터들을 진료하면서 병명과 치료법을 찾아내는 일종의 추리게임인 동시에, 중간중간 퍼즐 맞추기 같은 미니게임을 통해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즐길 수 있다.


여가와도 밀접하게 연관된다. 최근 서구권에서는 ‘프릴루프트슬리브(Friluftsliv)’ 라는 북유럽식 라이프스타일이 떠오르고 있다. 밖에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운동을 한다거나, 한겨울에 친구들과 하이킹을 가는 등 야외에서 시간을 보내며 자연에 몰입하는 것의 가치를 중시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뜻한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대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국립공원 내에서 휴가를 보내는 여행 프로그램이나 캠핑지가 인기를 얻고 있다.


"Friluftsliv" 라이프스타일 이미지


국내에서도 여가 시간에 마음 건강을 챙기기 위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마음성장 플랫폼’을 표방하는 ‘밑미(meet me)’는 스스로 내면을 관리하기 위한 리추얼(Ritual·의식적으로 반복하는 행동)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리추얼 실천을 돕는 노트가 제공되고 ‘리추얼 메이커’라 부르는 가이드의 도움을 받는다. 최근에는 어떠한 리추얼이 자신에게 맞을지 찾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명상·필사·나에게 쪽지쓰기 등 리추얼 맛보기 세션에 참여할 수 있는 ‘나도 나를 잘 몰라 파티’를 마련했다.


멘털 웰니스의 콘셉트는 식음료와 같은 일상 영역에도 적용해볼 수 있다. ‘도시인의 쉼’이라는 콘셉트의 카페 ‘묵리459’는 몸과 마음의 건강을 모두 추구하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시그니처 메뉴로 수경재배한 채소를 사용한 샐러드를 판매한다. 통창으로 마운틴뷰를 감상할 수 있고, 휴식과 어울리는 향의 인센스를 갖추고 있다. 안내판에는 이곳을 방문한 고객들에게 ‘자연을 빌려서 즐긴다’는 분위기에 맞게 소음에 주의해달라는 메시지를 적어 놓기도 했다.



사회 전반으로 확장되는 마음 건강 이슈,
향후에는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 있게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겠다.





본 내용은 필자가 국방일보에서 연재하는  <병영에서 만나는 트렌드>글을 수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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