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탈 웰니스 (상)
최근 미국의 청년층 사이에서 떠오르는 아이템이 있다. 바로 ‘크리스털’이다. 홍수정(rose quartz), 자수정(amethyst), 흑전기석(black tourmaline)까지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보석류를 통해 마음의 안정을 얻는 일명 ‘크리스털 힐링’이다. 틱톡에서는 #크리스털톡(crystaltok)이라는 해시태그로 자신의 크리스털 사진과 함께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콘텐츠가 20억 회 이상 등록됐다.
크리스털뿐만 아니라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한 또다른 도구들도 주목받고 있다. 아시아권에서 명상할 때 울리는 보울(bowl)이나 제례용 북(drum) 등이다. 이것들을 활용해 명상에 도움을 받는 것이다. 여행업계나 호텔업계는 아예 이러한 도구를 활용하는 힐링 워크숍, 명상 테라피 등을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상품화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와 유사하게 일종의 기복(祈福) 소비가 유행한다. 최근 가장 잘나가는 굿즈 품목에 ‘부적’이 등장했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알던 노란 종이에 빨간 글씨가 적힌 부적이 아니다. 귀여운 캐릭터 그림에 더해 연애, 수험, 취업, 일상 등 각기 다른 상황에서 사람들이 듣고 싶은 응원의 문구가 적혀 있어 취향에 맞게 고르는 재미도 있다. 마치 ‘행운의 엽서’ 같은 느낌이 드는 형태이다.
왜 이러한 아이템이 유행하게 된 것일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아이템 자체보다도, 사람들이 그것들을 통해 무엇을 구하고자 하는가일 것이다.
한 가지는 분명, 자신의 내면을 돌보는 것. 치열하게 자신을 소진시키고 커다란 영광을 쟁취하는 삶보다는,자신의 하루하루를, 소소한 행운을 기원하는 것에 가깝다.
2000년대 이후 등장한 웰빙(well-being) 트렌드는 삶의 양적 풍요를 넘어서서 삶의 질을 추구하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그것이 몇 년 전부터는 웰빙과 피트니스(fitness)의 결합, 즉 웰니스(wellness) 트렌드로 발전했다. 운동·식이 등을 통해 건강함을 추구하는 웰빙인 것이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코로나19를 겪으며 웰니스의 하위 영역에서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 바로 오늘 이야기할 ‘멘털 웰니스(mental wellness)’이다. 우리말로 간단히 표현한다면 ‘정신 건강’ 혹은 ‘마음 건강’ 정도 될 것이다. 멘털 웰니스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트렌드이지만 특히 국내 사례를 중심으로 소비자들이 마음 건강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3단계 매니징을 살펴보자.
첫 번째 단계는 ‘셀프 매니징’ 단계이다. 일상에서 스스로 마음 건강을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셀프 매니징은 매우 쉽게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인 특징인데 대표적으로 감정일기를 적는 것이 있다. 감정을 기록하는 것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기 위한 첫 번째 스텝이다. 간단히 표정 스티커를 선택함으로써 그날 하루의 기분을 기록하는 감정 일기 앱이 인기다. 언어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어렵지만 ‘아주 좋음’부터 ‘매우 좋지 않음’까지 5단계로 구성된 귀여운 표정을 선택하는 것은 누구나 간단하게 실천할 수 있다. 앱에 따라서는 누적된 데이터를 분석해 기분 변화에 대한 통계도 내준다.
명상을 돕는 앱도 많아졌다. 전 세계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명상 앱 ‘캄(Calm)’은 유료 서비스임에도 1억 회 이상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이 앱에서는 명상에 도움이 되는 자연의 소리나, 다양한 상황에 적합한 명상 음악, 잠이 드는 것을 돕기 위한 수면 동화 같은 것도 제공한다.
명상은 심리학계에 새로 등장한 개념인 ‘마음챙김(mindfulness)’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행동이다. 마음챙김은 말 그대로 오감에 집중해 내면을 충만하게 만드는 것을 말하는데, 과도한 스트레스에 쫓기듯 사는 것을 잠시 내려놓고 현재를 충분히 음미하는 것이다.
마음 건강 관리의 두 번째 단계는 ‘전문가 매니징’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나 전문 심리상담사와 같은 마음의 전문가를 찾아 정확한 진단 및 처방을 받음으로써 적극적으로 마음 관리에 나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서울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에 개원한 개인병원의 진료과목 중 정신건강의학과가 2017년 대비 2022년에 76.8% 늘어 가장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정신건강 관련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도 있지만, 마음의 병을 방치해뒀던 예전과 달리 조기부터 전문적인 관리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진 점을 이유로 짚는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는 말처럼 정신건강에 대한 사람들의 부정적 인식이 한결 완화됐다는 것이다.
이는 정신과 전문의들이 출연하는 방송 프로그램이나 유튜브, 강연 등의 인기가 높아진 것과도 관련이 크다. 오은영 박사의 상담프로그램은 양육 관련으로 출발했지만 ‘금쪽 상담소’와 같이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방송까지 확장됐다. 그만큼 내면의 치유와 관련된 일반인들의 관심이 크다는 것이다.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인식이 변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진료받는 것을 부담스럽게 여기거나 혹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병원에 다니는 것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비대면 서비스들도 등장했다. 의사와 연결이 되는 원격진료의 개념은 아니지만 전문 심리상담사에게 상담받을 수 있는 플랫폼들이다. ‘마인드 카페’의 경우, 성격유형 검사, 스트레스 검사 등 다양한 심리검사를 비대면으로 편리하게 진행할 수 있으며 검사 결과나 상담도 텍스트 혹은 전화로 이용할 수 있다. ‘트로스트’라는 서비스의 경우, 상담이 필요한 주제나 감정별로 카테고리가 나눠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주제는 연애·결혼, 직장·진로, 가족, 자기 이해 등이 있고 감정은 우울, 불안, 무감정 등이다. 보다 민감한 주제에 집중해 익명으로 대화를 나누는 서비스도 있다. 또한 ‘솔카운셀’은 따돌림, 성 정체성, 종교 등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려워하는 고민에 대해 공감과 위로를 얻을 수 있는 플랫폼이다.
본 내용은 필자가 국방일보에서 연재하는 <병영에서 만나는 트렌드>글을 수정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