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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정윤 Oct 22. 2023

2024년의 열 가지 키워드

<트렌드 코리아 2024> 10대 키워드 미리보기

날씨가 부쩍 쌀쌀해졌다. 계절이 바뀌며 한 해의 마지막 분기에 들어설 때쯤 매년 서점가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 있다. 내년도 우리 사회를 전망하는 트렌드 관련 서적들이 등장하는 것. 필자가 집필에 참여하고 있는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는 올해로 열여섯 번째 트렌드 키워드를 발표했다. 시리즈는 매년 10개의 트렌드 키워드를 선정하는데, 경제와 소비뿐만 아니라 사회 곳곳의 떠오르는 이슈와 가치관 변화를 고루 담는 것이 특징이다. 앞으로 격주마다 각 키워드를 자세히 다룰 예정이지만 그에 앞서 열 개 키워드의 흐름을 짚어보고자 한다.





2024년 트렌드의 기저를 이루는 키워드는 ‘분초 사회’이다. 우리 삶에서 중요한 단위가 화폐도, 일(日)·시(時)도 아닌, 분(分)과 초(秒)가 된다는 의미이다. 물질 중심의 소유 경제에서는 발품을 팔고 시간을 희생에서 돈을 아끼는 것이 더 중요했다면 경험 경제가 무르익으면서 사람들은 돈을 써서라도 시간을 확보하고자 한다. 시간 중심의 분초 사회에서는 어떻게 ‘시간 대비 가치’, 즉 ‘시성비’를 확보할지 모두의 관심이 주목된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변화한 가치관도 관찰된다. ‘육각형 인간’ 키워드는 사람들이 이상(理想)을 대하는 태도가 변화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키워드이다. ‘육각형’은 요즘 1020세대가 많이 사용하는 말인데, 여섯 개 축으로 그래프를 그리는 핵사곤(육각형) 그래프에서 무엇 하나 빠지지 않고 정육각형을 채울 수 있는, 한마디로 ‘완벽한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최근 사람들이 엄격한 잣대로 타인을 평가하고 타고난 특성에서부터 완벽한 것을 선망하는데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 키워드이다.



사람들이 추구하는 재미도 변화하고 있다. 이는 ‘도파밍(도파민+파밍)’이라는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다. 새로운 자극을 만나면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얻기 위해서 농작물을 수확하듯(파밍) 끊임없이 자극적인 재미를 추구한다는 의미이다. 재미를 추구하는 것은 일상에 신선함을 불어넣을 수 있는 기제가 될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이용자를 붙잡아두기 위해 더욱 중독적으로 진화하고 있는 플랫폼과 숏폼 콘텐츠 생태계가 있다. 도파민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은 모두에게 더욱 어려운 일이 되는 것이다.





떠오르는 사회적 이슈를 반영한 키워드도 있다. ‘요즘 남편, 없던 아빠’ 키워드는 만혼과 비혼, 초저출산 시대에 결혼과 가정생활의 변화를 조명한다. 30대 가구의 맞벌이 비중이 50%를 훌쩍 넘긴 요즘 남성과 여성에게 요구되는 역할의 경계는 흐려지고 이제 가정에서 남성에게 기대되는 모습은 이전 세대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던’ 남편이자 아빠다. 결혼 준비 과정에서부터 가사·육아 분담, 여가생활의 변화에 이르기까지 남성의 변화를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혼인 및 출산과 관련된 사회적 어려움을 해결하는 출발점이 될지도 모른다.



수도권의 쏠림과 지역 불균형 문제에 시사점을 던지는 키워드로 ‘리퀴드 폴리탄’이 있다. 그대로 풀이하자면 ‘액체 도시’라는 의미인데 그만큼 도시와 도시 생활이 액체처럼 유동적으로 변화한다는 의미이다. 교통의 발달로 전국이 일일생활권이 됐을 뿐만 아니라 한 달 살기나 워케이션(work+vacation)같이 새로운 형태의 주거, 혹은 체류가 등장하면서 오래전부터 사용돼 온 ‘정주’ 개념이 약화되는 것이다. 대신 해당 지역과 관계를 맺고 있는 인구를 늘리기 위해 각 지역만의 콘텐츠를 발굴하고 기획하는 민간영역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사회적 화두는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이다. ‘돌봄 경제’ 키워드는 ‘돌봄’에 대한 시각을 전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제까지 돌봄이란 노약자라는 특정집단에 한정되는 개념으로 통용됐다. 그런데 비단 1인 가구 증가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삶이 뿔뿔이 흩어지는 ‘나노화’가 심화하면서 정서적·관계적 돌봄으로 돌봄의 개념이 확장되고 있다. 이제 돌봄은 누구든 주체이자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지역공동체와 기업의 역할도 요구한다. 돌봄이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돌봄 경제’의 도래라 할 수 있다.


   



소비자와 기업이 주목할 키워드로는 세 가지를 소개한다. 먼저 소비자들의 소비과정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디토 소비’ 키워드가 있다. ‘디토(ditto)’는 ‘나도’ ‘이하동문’이라는 의미인데 점차 시장에서 정보와 선택지가 범람하면서 소비의 모든 과정에서 누군가의 선택·제안을 그대로 따르는(‘디토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따라 하는 것조차 무엇을 따라 할지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주체적인 선택의 일종이라는 것이다.



소비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물가가 빠르게 오르면서 가격조정의 필요성이 커지기도 했지만 실시간으로 시장환경을 반영할 수 있는 빅데이터·AI 기술이 발전했다. 기업들은 시간·고객·옵션에 따라 한 가지 상품에도 백 가지 가격을 매기는 ‘버라이어티 가격전략’을 구사하게 됐다. 가장 효율적인 이윤추구를 하는 기업도, 과한 지출을 방어해야 하는 소비자도 변화하는 가격 체계를 이해해야 할 것이다.



‘스핀오프 프로젝트’는 시장 참여자라면 누구에게든 적용되는 키워드이다. 영화가 본편에 이어 속편·외전으로 스핀오프(spin-off)하는 것처럼 브랜드도, 신사업을 도모하고 싶은 조직도, 경력개발을 원하는 개인들도 작지만 꾸준히 변화를 시도하는 ‘스핀오프 정신’이 필요하다.






마지막 키워드는 ‘호모 프롬프트’이다. AI가 상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떠오르는 인재상은 어떤 사람일까? ‘호모 프롬프트’는 그 답이라 할 수 있다. ‘프롬프트(prompt)’는 AI에게 수행할 명령을 내리는 것을 말하는데, 호모 프롬프트는 다시 말해 인공지능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넓은 시야에서 조망하며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인문학적 역량을 갖춘 사람이다. 기술이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수록 사람만이 가능한 영역에 대한 요구가 커질 것이다. 이것은 2024년의 표제어 ‘DRAGON EYES(용의 눈)’로 이어진다. 결국 용의 눈을 그려 넣는 ‘화룡점정’의 몫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는 의미이다.






본 내용은 필자가 국방일보에서 연재하는  <병영에서 만나는 트렌드>글을 수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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