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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정윤 Nov 26. 2022

2022년 회고 ② - 소비와 투자

부풀었던 투자 열기는 어떻게 되었나?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생활 모습은 여러 가지가 있다. 비대면 플랫폼을 통해 회의를 한다거나 손을 자주 씻고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전염병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지만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쳤던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재테크 열풍이다. 이전까지 재테크에 관심 없던 사람들도 ‘동학 개미’ ‘서학 개미’라는 말이 너무나 친숙해질 만큼 주식 시장에 새로이 참여하게 되었고 파이어(FIRE·Financially Independent Retire Early)족*이 목표라 말하는 사람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전 사회적인 재테크 열풍은 돈을 쓰는 곳은 많아도 돈을 벌 수 있는 곳에 대해서 월급 외에는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소득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였다.

*파이어족: 경제적 독립을 이루어 조기 은퇴를 하는 사람




(그림 출처: 위키피디아)

2022년 트렌드로 제안된 ‘머니러시’는 이 같은 변화를 1800년대 미국에서 있었던 ‘골드러시’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마치 미 서부에서 금광 개발 붐이 일면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던 것처럼 머니(money·돈)를 창출할 기회를 찾아 사람들이 몰려든다는 것이다. 활황을 맞이했던 투자시장은 머니러시 현상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였다. 그렇다면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감이 걷히고 전 세계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풀었던 돈주머니를 죄기 시작한 2022년 한 해 동안 머니러시 흐름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불과 1년 사이에 전환된 재정정책과 시장 환경의 변화는 투자자들의 심리와 행동에 즉각 반영됐다. 주식 시장의 열기가 빠르게 가라앉은 것이다. 2022년 2월, 국내 증시에서 개인 투자자의 일평균 거래대금 규모는 13조8000억 원으로 지난해 4분기(15조9000억 원) 대비 2조 원 가까이 줄어들었다. 개인매매비중 역시 2020년 이전 수준으로 하락했다(66.2%).


이와 같은 변화는 머니러시 트렌드가 일시적인 붐이었다는 생각으로 이어지기 쉽다. 하지만 주식 자체에 대한 관심이 식었을 뿐 사람들은 다른 분야와 방법을 통해 돈에 대한 관심을 이어갔다. 재무 관리를 삶의 필수적인 영역으로 여기기 시작한 것이다. 2022년 여름 즈음에는 개인투자자들이 안전 자산으로 옮겨가는 흐름이 관찰됐다. 금융투자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월부터 8월 중순에 이르기까지 개인 투자자의 채권 순매수액이 9조5000억 원을 넘었으며 이는 2021년 동기간의 3조4000억 원 수준의 2.7배가 넘는 양이다.


사실 가장 안전한 투자처 중의 하나는 현물 자산이다. 옛날부터 결혼 예물로 ‘롤렉스’ 시계 같은 값비싼 명품을 장만하는 이유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가치를 잃지 않고, 때로는 오히려 그 가치가 더 커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롤렉스’ 시계, ‘로마네콩티’ 와인, ‘맥캘란 파인앤레어’ 위스키 등 시간이 흐르며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보는 현물 자산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등장하고 있다. 현물자산을 투자 목적으로 직접 구매하기는 부담스러우므로 공동 투자자가 되어 수익을 나누어 갖는 ‘조각투자’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처럼 흔치 않은 대상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나 대상에 대한 관심과 어느 정도의 지식이 필수이다. 그렇다 보니 아예 자신이 덕질하는 분야에서 가치를 알아보고 수익을 실현하는 일명 ‘덕테크’도 하나의 중요한 재테크 수단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식집사(식물+집사·식물을 시중들 듯 귀하게 키우는 사람들)들의 희귀식물 재테크가 있다. 보기 힘든 독특한 무늬를 가진 식물종의 경우 재배하기가 까다로운 만큼 잎 한 장당 30만~50만 원, 잎이 여러 장인 개체는 100만 원도 훌쩍 넘는 고가에 판매된다고 한다. 식물을 기르는 것 자체로 느끼는 힐링과 번식시키는 재미, 나아가 부수입까지 얻을 수 있는 일석삼조 효과가 있는 것이다.




좋은 투자 대상에는 공통된 특성이 있다. 바로 ‘희소성’이다. 원하는 사람은 많지만 모두가 가질 수는 없을 때 그 가치가 커진다. 그리고 소비에 있어서도 희소성은 소장욕을 자극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양질의 물건이 넘쳐나는 상품 과잉의 시대에서 사람들은 점차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귀한 물건이나 독특한 경험을 원한다. 2022년 트렌드로 제안된 ‘득템력’은 비싼 값을 지불해도 살 수 없고 시간과 노력, 혹은 운이 있어야만 가질 수 있는 소비 경험이 중요해진다는 점을 짚은 바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득템력을 뽐낼 수 있는 소비가 핫한 소비로 떠올랐다는 점은 ‘오픈런(open run·매장이 문을 열자마자 뛰어가 물건을 쟁취하는 것)’이라는 단어가 매우 자주 사용되었다는 것에서 알 수 있다. 과거에는 물품이 많이 입고되지 않는 소수의 명품 매장에서나 볼 수 있었던 오픈런이 여러 영역으로 확산했다. 롯데멤버스와 리서치 플랫폼 라임이 20~40대 소비자 2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2.2%가 오픈런을 경험해 본 적이 있다고 답하였으며 그 영역은 식품·공연·금융상품 등 매우 다양하게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응답자들이 오픈런을 경험한 소비 품목을 살펴보면 몇 가지 이유가 섞여 있다는 것이 눈에 띈다. 공연 티켓의 경우에는(29.5% 응답) 예전부터 ‘피켓팅(피 튀길 만큼 치열한 티켓팅)’이라 부를 만큼 한정된 기회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반면 예·적금 등 금융상품(18.7%)이나 ‘반값 치킨’ 등 특가상품(14.8%) 오픈런은 돈을 아끼기 위한 발품 팔기에 가깝다. 마지막으로 식당·베이커리 등 맛집(20.1%), 포켓몬빵 등 캐릭터 빵(16.3%), 스타벅스 MD처럼 한정수량 상품(14.8%)의 오픈런은 희소성이라는 매력도 있지만 사회적으로 화제가 되는 제품을 ‘득템’하는 것 자체로 재미를 얻고 그 과정을 게임처럼 즐기며 특별한 경험으로 여긴다는 특징이 있다.




결국 덕테크와 같은 새로운 재무관리 전략을 꾀하는 투자자, 끊임없이 차별화된 소비 경험을 통해 득템력을 쌓는 소비자들의 모습은 투자에서도 소비에서도 ‘과정’과 ‘의미’가 중요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재테크가 평생에 걸친 필수 과업이 되는 시대 속에서 단순히 숫자로 확인되는 결과에만 매달리는 것은 오래 지속하기 어렵다. 그 과정에서 재미를 찾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때 지속가능성과 함께 좋은 결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본 내용은 국방일보 <병영에서 만나는 2022 트렌드>에 연재된 글을 수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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