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트렌드 키워드는 한 해 동안 어떻게 전개되었을까?
이제 2022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기에 앞서, 올 한 해는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지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총 5회에 걸쳐 연초에 소개했던 2022년 10대 트렌드가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살펴보고 향후에는 어떻게 발전할지에 대해 전망하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그 첫 번째로 엔데믹 시대를 맞아 달라진 일상의 트렌드를 알아본다.
비대면 수업, 재택근무, 길어진 혼자만의 시간…. 일상이 무너진 팬데믹 시대에 무엇보다 중요했던 건 건강한 하루하루를 지켜내는 것이었다. 그러한 흐름에서 <트렌드 코리아 2022>에서 전망했던 키워드가 ‘바른 생활 루틴이’와 ‘헬시 플레저’였다. 각각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어 계획적이고 생산적인 하루를 통해 미세행복을 추구하고(‘바른 생활 루틴이’) 힘들고 어려운 건강관리 대신 재밌고 즐겁게 건강을 지킨다는 (‘헬시 플레저’) 의였다.
루틴이들이 한 해 동안 보여준 ‘갓(God)생’ 라이프를 돌아보면 눈에 띄는 것은 흔히 ‘자기계발’이라 부르던 자기관리의 영역이 변화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어학 성적이나 자격증 공부, 직무 계발 등 미래에 대한 대비가 주를 이루었다면, 최근 루틴이들이 얻고자 노력하는 것은 ‘아침에 일어나면 물 한 잔 마시기’ ‘매일 필요 없는 물건 하나씩 버리기’ 등 오늘 하루의 일상을 잘 살아내는 힘, 바로 ‘일상력’이었다. 그렇다면 일상력은 어떻게 얻는 것일까?
일상력을 기르는 첫 번째 방법은 스마트함과 아날로그적 감성을 넘나드는 다양한 도구의 활용이다. 스마트한 도구의 대표적인 예시는 습관 형성 앱이다. 이미 대중적으로도 인지도가 높아진 ‘챌린저스’는 평균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가 약 20만 명에 달하게 되었고 루틴 쪽에 초점을 맞춘 앱 ‘마이루틴’ 역시 2022년 1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MAU가 8배 상승했다는 소식이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갓생 라이프를 주도했던 2030세대뿐만 아니라 4060세대도 루틴이 대열에 참여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4060세대가 많이 이용하는 네이버 ‘밴드’는 2019년 무렵부터 ‘미션 인증’ 기능을 도입하였는데 최근 이를 활용하는 4060 루틴이들이 많아지면서 네이버 밴드의 미션 인증 글이 누적 2000만여 개에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반면, 오히려 디지털 네이티브로 불리는 1020세대는 ‘손맛’이 좋은 아날로그 도구를 찾는다는 점이 흥미롭다. 손맛의 재미를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다꾸(다이어리 꾸미기)’다. 매일의 행복을 중시하는 루틴이들이 많아지면서 다이어리 상품의 디자인도 변화했다. 과거에는 주로 월간·주간 계획을 쓰려는 사람들을 위해 ‘위클리’ 중심의 플래너가 많았던 반면 요즘에는 오늘의 기록과 꾸밀 수 있는 공간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널찍한 ‘데일리’ 칸에 집중한 다이어리 상품들이 많아진 것이다. 이와 유사하게 멸종되다시피 했던, 종이로 된 가계부를 적는 사람들이 눈에 띄는 것도 사람들이 아날로그 감성의 도구로 일상력을 찾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일상력을 높이는 두 번째 방법은 작은 재미를 모아 하루하루 나아가는 것이다. 최근 고금리 고물가에 유행하게 된 무지출 챌린지가 대표적이다. 그저 허리띠를 졸라매며 아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도전과제를 부여하며 절약도 하나의 게임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챌린지의 재미를 더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인데 ‘포도알 스티커 붙이기’도 한 방법이다. 하루에 하나씩 자신과의 약속을 지킬 때마다 포도를 한 알씩 붙여서 한 송이를 완성해간다. 어린 시절로 돌아간 기분과 함께 일상력이 쌓이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는 뿌듯함을 느끼는 것이다.
일상을 지키는 재미의 중요한 부분은 먹는 재미일 것이다. 최근 다양해진 단백질 강화식품은 몸도 얻고 맛도 얻고 싶은 루틴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을 외치는 루틴이들이 찾는 단백질 보충제는 주로 분말 형태의 단백질 셰이크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칩, 쿠키, 바, 음료 등 형태를 다양화하고 있다. 이에 소비자들의 펀딩으로 상품을 출시하는 와디즈 플랫폼에는 맥주 맛 프로틴 음료가 등장하기도 했다.
일상력을 얻는 세 번째 방법은 여러 사람이 모여 함께하는 것이다. 함께할 때 더 열심히 하게 되는 현상을 ‘사회적 촉진(social facilitation)’이라 하는데, 이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함께하는 것이 쉬워진 요즘 더 활발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온라인 스터디라고 하면 흔히 영어 공부를 위해 ‘하루 영어 단어 10개 외우기’와 같은 과제를 함께 하는 것을 떠올리지만, 최근에는 ‘공부’의 영역을 넘어서 운동 인증하기, 이부자리 정리하기 등 일상 전반으로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함께하는 일상력을 활용하는 기업 및 공공기관의 캠페인 활동도 돋보였던 한 해였다. 기업과 다양한 제휴를 진행하는 챌린저스 앱의 자체 발표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캠페인형 챌린지를 개설한 누적 제휴 기업 수는 전년 동월 대비 11배 이상, 누적 참여자 수는 9만5000여 명에 달해 전년 대비 14배 이상의 성장 폭을 보였다고 한다. 기업 제휴 챌린지의 대표적인 예로는 한화생명에서 진행한 ‘라이프게임 챌린지’가 있다. 넷플릭스 콘텐츠 ‘오징어 게임’을 콘셉트로 하여 1~5라운드의 게임 동안 심신 건강을 증진하는 습관을 실천하고 인증하는 내용이다. 모든 챌린지에서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최종 상금이 분배되는데, 해당 캠페인에는 2만6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여하여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1만4250명) 챌린지에 성공했고 일인당 1만3000원 정도의 상금을 손에 쥐었다.
나아가 함께하는 일상력 높이기는 개인적 가치만 얻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움직임으로 이어진다. 환경부는 2022년 3월, 물의 날을 맞아 챌린저스 앱에서 ‘생활 속 물 절약 챌린지’를 개최했는데 7000명에 달하는 사람이 일상 속에서 지킬 수 있는 물 절약 미션을 실천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LG유플러스는 미션 성공 후 받는 리워드를 기부하도록 독려하는 ‘나의 도전으로 세상에 기부하기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제 일상력을 위한 ‘바른생활 루틴이’와 ‘헬시플레저’ 트렌드는 어떻게 될까? 팬데믹에서 발원한 트렌드였으니 지나간 트렌드가 될 것인가? 현재 상황을 살펴보면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이 한층 꺾였음에도 나라 안팎으로 끊이지 않는 사건·사고에 마음을 놓을 수 없다.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먼 미래에 대한 그림도 잘 그려지지 않는다.
이러한 생활 속에서 매일 작더라도 자기 효능감을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성취감은 더욱 절실해진다. 특히 자기계발에서 중요해진 ‘자기 돌봄’의 가치는 우리 사회의 가치관이 '지금 여기', '작더라도 확실한', '나의 행복'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것과 관련이 깊다. 트렌드가 나타나는 구체적인 현상은 변화하더라도 그 가치는 장기간 지속할 것으로 전망할 수 있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