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정윤 Jan 03. 2023

외식업의 2023년 트렌드 전망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X 배달의 민족

삶의 수준이 향상되면서 식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람들에게 ‘먹는다’는 것은 이제 생존 욕구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한 차원 높은 즐거움을 추구하는 미식(美食)이 됐다. 특히 생활에 필수적인 의·식·주 중에서도 식(食)은 의(衣)나 주(住)와 달리, 매일 새로운 소확행의 기회로 찾아온다. 젊은 사람들에게 취미가 무엇이냐 물어본다면 절반 이상은 ‘맛집 다니는 것’이라고 할 만큼 외식은 우리의 일상과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그만큼 외식업의 트렌드는 전반적인 소비 트렌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새해를 준비하며 필자를 포함한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배달의 민족’과 협업해 2023 외식업 트렌드를 전망했다. 총 7개의 키워드로 발표된 외식업 트렌드는 ‘업’에 초점을 맞췄다기보다 외식을 즐기는 소비자들의 변화에 무게를 두고 도출한 것이다. 먹을 것에 진심인 독자라면 흥미로운 내용이 많으니 더 자세한 내용을 ‘배민외식업광장’ 사이트에서 확인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럼 ‘C.O.N.C.E.P.T’의 일곱 글자로 요약되는 7개 트렌드 키워드를 살펴보자.




첫 번째 키워드 ‘금쪽같은 내 한 끼(Casual but special: my precious meal)’는 외식 전반의 변화이면서 다른 트렌드의 기저에 작용하고 있는 변화이다. 지금까지 ‘끼니’라고 하면 항상 ‘때우다’라는 단어가 뒤따를 만큼 일상의 식사는 빠르고 간편하게 허기를 채우는 데 초점을 맞췄었다. 하지만 이제 끼니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변화하고 있다. 높아진 물가에 삼시 세 끼를 모두 잘 차려 먹는 것은 어렵지만 시간을 들여서 ‘한 끼만큼은 천천히’, 예산을 집중해 ‘한 끼만큼은 제대로’ 즐기려 한다. 예를 들어 점심은 삼각김밥으로 때워도 어쩌다 한 번 저녁에는 고가의 ‘오마카세(남에게 맡긴다는 뜻의 일본어로 주문할 음식을 가게의 주방장에게 일임하는 것)’를 즐기는 소비자가 그러하다. 더이상 그럭저럭 괜찮은 식사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과 집중을 통해 소중한 나 자신을 대접하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금쪽같은 내 세 끼’ 아닌, ‘금쪽같은 내 한 끼’라고 이름 붙였다.



이어지는 세 가지 키워드는 소비자들이 이처럼 중요해진 한 끼를 어떻게 즐기고 무엇을 즐기며 어떤 이유로 즐기는지에 대한 변화를 다룬다.


두 번째 키워드 ‘미션 잇(eat)파서블(On a mission: Eat-possible)’은 소비자들이 특별한 외식 경험을 위해 ‘어떻게’ 즐기는가에 대한 대답이다. 구체적으로는 ‘피켓팅(피 튀길 만큼 치열한 티켓팅)’을 하듯 한정 수량 메뉴를 먹기 위해 치열한 게임을 벌이는 소비자들이나 ‘수박쌈장밥’처럼 상상을 초월하는 창의적인 음식 조합에 열광하는 소비자를 예로 들 수 있다.



(출처 - 배민외식업광장 사이트)



세 번째 트렌드 키워드 ‘정답 식사(Need of a well-curated meal)’는 사람들이 ‘무엇’을 먹는지에 있어서 ‘정답’이라 부를 만큼 완벽을 추구하는 양상을 가리킨다. 금쪽같은 한 끼인 만큼 실패 없이 즐기고 싶지만, 미식에 대한 정보가 넘쳐나고 식문화가 점차 고도화되는 만큼 역으로 선택은 어려워진다. 이 때문에 전문가가 식재료·식음료 간 완벽한 조합을 추천해주는 ‘페어링’이나 ‘마리아쥬’가 중요해지고 있으며 ‘술 마실 땐 메로나’처럼 식사 상황에 꼭 맞는 음식을 공식처럼 여긴다.



네 번째 트렌드 키워드인 ‘식부심(식+자부심: Confidence in eating)’은 왜 소비자들이 식사에 많은 노력을 들이고 완벽함을 추구하는지 그 이유를 엿볼 수 있다. ‘소식좌’ ‘대식좌’처럼 먹는 것을 통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정의하고 나아가 그것을 남들과 차별화된 자신의 정체성으로 여긴다. 그뿐만 아니라 식재료나 취식법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는 것, ‘잇터러시(eat+literacy)’를 통해 자신이 ‘먹을 줄 아는 사람’임을 보여주는 것이 곧 자부심이 된다는 것이다.



다섯 번째 트렌드 ‘스토리 다이닝(Every dish has its story)’은 외식이 단지 취식이 아니라 하나의 스토리를 품은 경험으로 진화한다는 점을 나타낸다. 요리 하나, 디저트 하나도 예술작품처럼 즐기는 ‘아트푸드’가 인기를 얻고, 식사 과정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요소가 하나의 콘셉트로 통일된 경험을 제공하는 음식점이 많아지는가 하면, 소비자들도 마치 고궁에 한복을 입고 놀러 가듯 식당 콘셉트에 맞게 옷을 갖춰 입고 식사를 즐기기도 한다.




(출처 - 배민외식업광장 사이트)



여섯 번째 트렌드 ‘식사이클링(Power of food recycling)’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필(必)환경 시대를 맞아 식사 과정 자체만이 아니라 식사 후 처분 단계도 외식 소비자들에게 중요 이슈로 부상하고 있음을 짚고 있다. 1인 가구가 많아지면서 배달 음식이 남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이렇게 남은 음식 및 식재료를 어떻게 활용할지 실천 가능한 ‘식(食)+활용’을 제안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음식 배달을 많이 이용하면서 일회용품에 경각심을 갖게 된 소비자들이 많다. 실제로 설문조사에서 소비자들은 친환경 포장용기를 쓰는 음식점에 호감이 간다고 답하였다. 용기(容器)를 분리수거하는 팁이라도 제공하는 센스가 필요한 시점이다.



마지막 일곱 번째 트렌드 ‘친절 프리미엄(Time to show your kindness)’은 심화하는 무인화·비대면 추세 속에서 외식업의 인간미, 즉 ‘친절’이 프리미엄으로 작용한다는 의미이다. 외식업에서 음식의 맛과 같은 품질 부분은 상향 평준화하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서비스가 중요한 차별화 지점이 되고 있다. 매장을 방문했을 때 경험하는 ‘대면 친절’과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경험하는 ‘원격 친절’ 모두가 중요한 요소다. 음식점 입장에서는 인력이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도 소비자들이 사람 간에 오가는 진정성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작은 팁이 필요해졌다.





소개한 7개 트렌드가 시사하는 바를 한 단어로 정리한다면, 바로 표제어로 내세운 ‘concept’이다. 예전부터 콘셉트 있는 음식과 식당은 많았지만 이제 콘셉트는 음식 메뉴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이 음식을 소비하는 방법과 이유에까지 필수불가결한 가치가 되고 있다. 새해에는 거창한 콘셉트가 아니더라도 작지만 고유한 콘셉트를 지닌 음식이나 식당이 많아져서 불황 속에서도 음식점은 자신의 자리를 지켜내고 소비자들도 뻔하지 않은 외식 생활을 즐길 수 있기를 기원한다.



---------------------------------------------------------------------

본 내용은 국방일보 <병영에서 만나는 2022 트렌드>에 연재된 글을 수정한 것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2022년 회고 ⑤ - 휴식과 행복 (여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