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앞서갔던 티몬, 과연 콘텐츠 커머스로 반전을 보여줄 수 있을지
티몬이 올해 목표로 했던 상장을 결국 포기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졌습니다. 이렇게 상장 계획을 철회한 배경에는 기대했던 기업 가치 실현이 어렵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티몬의 대주주 측은 약 1조 7천억 원에서 2조 원 수준을 원했다고 합니다. 이는 현재 티몬이 거두고 있는 실적에 비해선 조금 과한 기대치이긴 합니다.
이렇게 티몬이 엑시트 직전에 일이 틀어진 건 처음이 아니라고 하는데요. 2019년에도 롯데가 티몬을 1조 원 초반 대에서 인수하는 것으로 막판 최종 사인만 앞두고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갑자기 대주주 측에서 20% 정도 가격을 높이면서, 결국 협상이 결렬되었다고 하네요.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은, 대주주의 욕심과 달리 티몬의 실적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20년 티몬의 매출은 2019년 대비해서 12%나 감소하였고요. 그렇다고 흑자를 내고 있지도 못합니다. 더욱이 경쟁 환경 자체도 네이버, 신세계, 쿠팡이라는 삼강 체제가 곤고하게 형성된 터라,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티몬에게는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여기서 특히나 아쉬운 점은 티몬은 국내 최초 소셜 커머스 플랫폼으로, 이커머스 시장 내에서도 상당히 선진적인 전략을 펼쳐왔다는 겁니다. 비록 쿠팡의 로켓배송보다 시작은 늦었지만, 직매입 기반의 슈퍼마트 서비스를 운영했었고요. 최근 대세가 된 라이브 커머스도 티비온이라는 이름으로 업계에서 가장 먼저 전면에 내세운 곳이 티몬이기도 합니다.
다만 티몬은 소유주가 여러 번 바뀌면서, 최초 세웠던 슈퍼마트와 티비온, 2개의 차별화 포인트를 끝까지 지키지 못했습니다. 더욱이 사모펀드에게 지분이 넘어가면서 경영 방향 자체가 외형 성장보다는 수익 개선에 초점이 맞춰졌고요. 이에 따라 특가 딜 기반의 타임 커머스 전략으로 급선회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작년 3월에 월 단위 흑자를 기록하는 등 일시적으로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요. 결국 지속적인 성장을 드라이브 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차라리 슈퍼마트에 지속적으로 투자하여, 생필품, 신선식품 카테고리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티비온을 통해 판매자들에게 차별화된 혜택을 제공했다면, 오히려 더 성장하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다만 관련된 시장이 무르익기 전에 너무 시대를 앞서 나가 서비스를 론칭하기도 했었고요. 결정적으로 티몬에게는 쿠팡의 소프트뱅크처럼 믿고 거액을 베팅한 투자자가 없었다는 점이 크리티컬 했습니다.
그렇다면 티몬은 앞으로도 계속 생존할 수 있을까요? 티몬은 피키 캐스트 출신의 장윤석 대표를 선임하는 등 경영진을 대거 교체하며 재도약을 위한 숨 고르기에 들어갔습니다. 우선 타임 커머스 전략을 축소시켰는데요. 40여 개에 달하던 특가 매장을 10개 안팎으로 통합 정리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피키 캐스트 출신 대표답게 콘텐츠 기반으로 커머스 전략을 새로 짠다고 합니다. 이를 위해 회사 변화를 이끌 TFT인 "이삼팀"을 발족시켰는데요. 평균 나이 29세, MZ세대 임직원 30여 명으로 구성된 이삼팀을 중심으로 티몬의 문법을 처음부터 다 바꿀 예정이라 합니다.
또한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한동안 사라졌던 티몬의 자체 캐릭터 '티모니'를 다시 꺼내 들기도 했다는데요. 과연 과거 혁신적인 모델을 통해 커머스 시장을 뒤흔들었던 티몬이 다시 부활할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