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커머스, 편의점 업계는 괜찮을지 몰라도 점주에겐 분명 위협입니다
지난주 전해드렸던 쿠팡이츠 마트 서비스 론칭 소식 기억하시나요? 글 말미에서 이러한 쿠팡이츠의 공세를 B마트보다 편의점 업계가 더 예민하게 받아들일지 모른다고 말씀드렸었는데요. 정말로 최근 들어 편의점 위기설에 관한 기사들이 부쩍 늘고 있습니다.
물론 퀵커머스 하나 때문에 편의점 위기설이 번지고 있는 건 당연히 아닙니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으로 국내 편의점 수는 무려 5만 개가 넘는다고 하는데요. 이는 인구 1,000명당 1개 수준인 꼴로, 2,000명 당 1명 수준인 일본에 비해서 인구당 점포 밀도가 2배 이상 높습니다. 그래서 편의점 업계의 성장은 한계에 도달했다는 전망이 이전부터 많았었고요. 이러던 찰나에 퀵커머스까지 등장했으니, 당연히 위기설이 퍼져나갈 수밖에요.
사실 이와 같은 편의점 위기론은 쿠팡이츠 마트의 등장 전에도 종종 등장하던 소재였습니다. 특히 B마트의 성장이 너무 빠르다며,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론까지 이어졌고요. 심지어 B마트 규제법이 발의될 뻔했었습니다.
하지만 숫자로 보면 퀵커머스, 즉 근거리 배달 서비스가 편의점 업계를 위협하기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우선 B마트의 실적을 봐볼까요? 위의 그래프만 봤을 때는 정말 위협적으로 보이지만요. 여기에는 증가율 수치라는 함정이 있습니다. B마트 자체가 론칭한 후 서비스 지역을 끊임없이 확장 중이기 때문에, 증가율이 높을 수밖에 없고요. 정확한 영향도를 평가하기 위해선 매출 규모를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우아한형제들의 감사보고서를 토대로 한 작년 B마트의 매출액은 최대로 잡아도 2천억 원 수준에 불과합니다. 편의점 업계 1,2위를 다투는 GS25와 CU의 전년도 매출액이 모두 6조 원대라고 하니, 이는 결코 위협적인 규모라 볼 수 없습니다. 더욱이 보수적으로 추정한 올해 1분기 편의점 내 배달 매출도 675억 원 수준으로 전체 판매금액의 1%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숫자들을 볼 때, 당장은 편의점 업계 전체가 퀵커머스 때문에 흔들릴 일은 없어 보입니다. 다만 그동안 편의점은 온라인 쇼핑의 성장이나,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도 다른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에 비해 타격이 적은 편이었는데요. 이제 편의점의 좋은 시절은 갔고, 경쟁의 물결에 드디어 합류했다 정도의 의미는 가질 것 같네요.
더욱이 온라인 쇼핑의 공세에 시달린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업계를 보고 교훈을 얻었는지, 편의점 업계의 대응은 꽤나 재빠릅니다. GS리테일이 요기요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데요. GS리테일은 요기요 인수를 통해 퀵커머스 시장에 직접 뛰어들 생각인 걸로 보입니다. 시장의 변화에 오히려 공격적으로 대처하여, 뒤처지지 않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러한 편의점 업체의 선방이 개별 편의점 점포들, 즉 가맹점주들의 살림살이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작년 편의점 3사는 매출 실적을 성장시켰지만, 점포당 매출은 오히려 줄고 있는데요. 이는 신규 점포 출점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걸 의미하고요. 신규 점포가 늘수록 경쟁은 치열해지기 때문에 개별 점포의 경영은 악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온라인 기반의 퀵커머스까지 본사가 직접 나선다면, 일선 점포들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전망입니다.
또한 현재도 편의점 매출의 40% 정도는 담배이고, 10%는 주류로, 둘의 비중이 절반을 넘어서는 상황인데요. 이 2개 품목은 법적인 규제를 받아 배송/배달이 제한되기 때문에, 퀵커머스 매출이 급성장하더라도, 어느 정도 편의점 오프라인 점포 실적을 방어해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문제는 담배와 주류의 마진이 좋지 않기 때문에, 비중이 높아질수록 경영환경은 더 악화될 거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무분별한 출점은 규제하고, 가맹점주들과의 상생을 위한 방안이 준비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