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 겨냥한, 아마존프레시 1호점 오픈
Amazonned(아마존드)란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아마존드는 '아마존에 의해 파괴된다'라는 뜻의 신조어이다. 아마존이라는 기업이 진출하는 시장마다, 혁신이 일어나고 기존 질서가 파괴된다는 의미로 만들어진 것인데, 얼마나 아마존이라는 기업의 경쟁력이 무서운가를 잘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파괴적 혁신을 무기로 시장을 위협해온 아마존. 이들의 위협에 가장 먼저 노출된 곳은 미국의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이다. 백여 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미국의 여러 쇼핑몰, 백화점, 전문점 등이 파산하였고, 특히 코로나 이후로는 이러한 변화는 더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아마존드의 위협 속에서도 미국 유통업계의 가장 큰 거목이라 할 수 있는 월마트는 꿋꿋이 버텨내고 있다. 아니 오히려 타도 아마존을 외치며, 온라인으로 영역을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월마트는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온라인 매출을 2배 성장시키며, 좋은 실적을 거두었다. 그뿐이 아니다. 북미 이커머스 2위 업체인 쇼피파이와 손을 잡고, 반 아마존 연합의 선봉에 서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아마존은 이러한 월마트의 도전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까? 월마트에 인수된 보노보스의 CEO는 아마존을 회색곰에 비유했었다. 실제로 아마존은 결코 경쟁자를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아마존은 자신들을 위협하는 경쟁자를 공격하거나 아니면 아예 인수해버리는 포악한 지배자였다. (아마존이 다이퍼스닷컴이나, 자포스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그렇기에 아마존은 월마트의 약진을 얌전히 지켜만 보고 있지 않았다. 아마존은 과감하게 월마트의 안방인 오프라인 유통에 손을 뻗는다. 바로 아마존프레시 1호점을 오픈하면서 말이다.
지난 8월 27일(현지시간), 아마존은 LA 우드랜드힐에 위치한 아마존프레시 1호점의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이 매장은 지난 2017년 인수한 홀푸드마켓과는 명확하게 구분되는 형태의 것이다. 홀푸드마켓은 유기농 식품 전문 마켓으로 상품 구색도 한정적이고, 가격대도 높아서 월마트의 직접적 경쟁자는 아니라고 볼 수 있다. 한살림과 이마트가 경쟁자라 보기에는 약간 애매하듯이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 오픈한 아마존프레시는 다르다. 아마존프레시는 홀푸드에서 취급하지 않는 코카콜라, 오레오 같은 매스 브랜드도 판매하고 있고, 취급하는 상품군도 매우 다양하다. 또한 온라인에서 주문한 상품을 픽업하고, 반품할 수 있는 전용공간도 마련되어 있다고 한다. 아, 이거 아무리 봐도 월마트랑 비슷하다.
그렇다면, 왜 이 시점에 오프라인 매장일까? 오프라인의 종말이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점에 말이다. 물론 온라인 쇼핑의 비중은 점차 증가하고 있고, 코로나 이후 더욱 가속화되고 있긴 하다. 하지만 식료품 시장은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장보기는 여전히 오프라인에서 해야 한다는 인식이 매우 강하다. (국내보다 미국 시장은 더 보수적이다) 실제로 식료품 시장만 보면 월마트의 점유율은 무려 21%인데 반해, 아마존의 점유율은 4% 미만에 불과하다. 홀푸드마켓까지 합쳐서 말이다.
따라서 월마트도 견제하고, 먹음직스러운 식료품 시장 내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선 오프라인 접점 확보는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일 수밖에 없다. 홀푸드마켓으로 비록 양적 성장은 못했지만, 어느 정도 운영 역량은 쌓았으니 더욱 거리낄 게 없었을 것이다.
아마존이 만든 오프라인 매장은 과연 무엇이 다를까? 아마존이 만든 오프라인 매장들은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한 적이 많았다. 특히 아마존고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계산대를 거치지 않고도 계산이 되는 기술혁신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아마존프레시가 내세운 대표주자는 대시카트이다. 대시카트는 아마존고보다 더욱 편리한 결제를 제공한다. 카트에 넣기만 해도 자동으로 결제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담은 상품들의 목록이나 금액 합계를 바로 화면에서 확인 가능하도록 도와준다. 또한 쿠폰 스캐너가 달려 있어, 쿠폰도 바로 적용 가능하다. 또한 매장 곳곳에는 알렉사가 내장되어 있는 에코쇼 키오스크들이 매장 내 동선 안내도 척척해준다. 이처럼 최첨단 기술들이 방문한 고객들에게 최적의 쇼핑 경험을 선사해준다.
동시에 온라인 아마존과도 많은 부분이 연결되어 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기존 프라임회원들은 무료배송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온라인 주문에 대한 픽업이나 반품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여기에 더해 일종의 풀필먼트 센터 역할까지 담당할 예정이라 한다.
마지막으로 오프라인 만의 특성도 놓치지 않았다. 우선 조리팀을 배치하여 즉석 해서 만든 다양한 음식들을 즐길 수 있게 하였다. 그뿐이 아니다 매장이 위치한 지리적 특성을 고려하여 LA의 로컬 브랜드들도 입점시켜 특색을 더할 예정이다. 물론 동시에 유명 매스 브랜드 상품은 물론, 타 지역의 특산품들도 선보여 다양한 구색을 갖췄다고 한다.
이렇게 아마존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아마존프레시는 빠른 시일 내에 7개의 매장을 캘리포니아와 일리노이에서 오픈할 예정이라 한다. (정확한 시점을 발표하지는 않았다) 당연히 7개 매장을 다 오픈하더라도 월마트에게는 위협이 되지 않는다. 덩치가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더욱이 1,2개의 테스트 매장을 오픈하는 건 몰라도, 이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는 건 다른 문제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존재한다. 물론 그동안 아마존의 오프라인 매장은 더디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아마존고도 작년 연말까지 고작 16개 오픈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그때와는 상황적으로 달라진 점이 많다. 우선 무인결제 시스템이나 운영이 많이 안정화되었다. 따라서 기술적 제약으로 확신이 더뎠던 아마존고도 2021년까지 3천 개로 늘린다고 하며, 홀푸드마켓에도 이러한 무인 결제 시스템을 적용한다고 한다. 즉 더 이상 기술적 요인으로 확산이 지연될 일은 없어 보인다.
그리고 아마존은 이번 모델을 가지고 해외 진출까지 고려하고 있다. 특히 주목하고 있는 곳은 영국 시장이라 하는데, 영국의 터줏대감 격인 테스코가 온라인과의 경쟁으로 많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라 한다. 이러한 야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빠르게 아마존프레시 모델을 제 궤도에 올리고자 할 것이다. 또한 서두에 밝힌 월마트의 온라인 진출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아마존프레시와 같은 오프라인 매장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이커머스가 탄생한 이래로, 온라인 기반 업체와 오프라인 기반 업체의 경쟁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온라인 기반 업체가 오프라인에서 대규모로 성공한 적이 없고, 반대로 오프라인 기업이 온라인에서 지배적인 위치에 올라선 사례도 찾아보기 힘들다. 마치 물과 기름처럼 온오프 기업은 서로의 영역에서 섞이지 않고, 힘을 쓰지 못했다.
하지만 앞으로의 시대는 이러한 구분이 없어질 것이다. 마윈이 말한 신유통의 시대가 올 것이다. 고객은 싸고 편리하게 좋은 물건을 사길 원할 뿐이지, 온라인/오프라인이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세계에서 온라인 쇼핑을 가장 잘하는 아마존과 오프라인 쇼핑을 가장 잘하는 월마트의 다음 행보는 너무나도 중요할 수밖에 없다. 둘이 걸어가는 발자취가 다른 기업들의 마일스톤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재밌게도 아마존이 오프라인 매장 오픈 소식을 전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월마트도 참지 않고, 새로운 구독 서비스 론칭을 발표했다. 누가 봐도 아마존프라임을 겨냥한 것이 분명한 서비스를 말이다. 이렇듯 아마존과 월마트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과연 누가 최초로 온-오프 시장 모두를 장악한 선도기업으로 올라설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