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는 콘텐츠로 고객을 붙잡으려 하는 거 아닐까요?
지난 1월 21일 마켓컬리가 여성 커리어 성장 지원 커뮤니티 헤이조이스를 인수한다는 소식이 난데없이 전해졌습니다. 조금 의외의 인수 소식이 아닐 수가 없었는데요. 우선 타이밍이 신기했습니다. 컬리가 상장을 위해 막 달리기 시작한 시점이었고요. 더욱이 여전히 적자 상태인 컬리가 다른 스타트업을 인수한다는 것 자체가 놀랄 일이었습니다.
물론 마켓컬리와 헤이조이스는 핵심 고객층이 겹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둘 다 소득 수준이 높은 여성 직장인을 타깃으로 하기 때문인데요. 따라서 양사 간의 마케팅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헤이조이스의 운영사 플래너리의 이나리 대표는 컬리의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총괄한다고 하니, 그간 쌓아온 역량을 적극 발휘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인수 배경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렵습니다. 마케팅 시너지는 결국 부차적인 것이고, 헤이조이스의 사업이 돈을 버는 일에 직결되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켓컬리도 결국 온라인으로 채널이 옮겨졌을 뿐 본질적으로는 마트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매번 방문하는 대형마트에는 문화센터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혹시 컬리는 헤이조이스를 가지고 일종의 온라인 문화센터를 만들고자 하는 건 아닐까요?
그러면 문화센터는 실제 대형마트가 돈을 버는 데 기여를 하고 있을까요? 놀랍게도 문화센터가 고객의 쇼핑 행위를 유동함으로써 매장 수익을 창출한다는 건 무려 학계 연구로 입증된 사실이라 합니다. 문화센터 이용을 통해 자연스레 방문 빈도가 높아지고, 매장에 대한 로열티도 커지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코로나 이전에는 백화점과 대형마트 업계에서 적극적으로 문화센터를 운영했던 겁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성공 공식은 온라인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특히 콘텐츠 생산, 더욱이 여성 타깃으로 이를 만들어내는데 전문가인 헤이조이스가 합류한다면, 당연히 파괴력이 나지 않겠습니까? 최근 큐레이션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등 안 그래도 자체 콘텐츠 역량 확보에 진심이던 컬리에게 헤이조이스는 어쩌면 최적의 선택지였는지도 모릅니다.
여기까지 보셨다면 혹시 생각나는 곳이 있지 않으신가요? 네 바로 쿠팡인데요. 쿠팡도 쿠팡플레이라는 OTT 서비스를 만드는 노력까지 기울여 고객 락인에 총력을 쏟고 있습니다. 얼핏 보면 매우 다른 접근 같지만, 고객을 붙잡기 위해 콘텐츠에 투자한다는 점에서는 컬리의 헤이조이스 인수와 쿠팡플레이는 본질적으로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부가적으로 이번 컬리의 인수는 시장에도 긍정적인 시그널을 주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최근 이커머스 플랫폼을 향한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컬리의 상장에도 빨간 불이 켜지고 있는데요. 여기서 조급한 모습을 보인다면 시장의 평가는 더욱 차가워질 겁니다. 하지만 오히려 컬리는 일희일비하지 않고, 더 먼 미래를 준비하는 일들을 차근차근해나가고 있다는 것을, 이번 헤이조이스 인수를 통해 보여준 것이 아닐까요? 주어진 시장 환경은 쉽지 않지만, 이런 저력이 있기 때문에 컬리의 미래는 여전히 기대해볼 만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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