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플레이 전격 출시, 쿠팡의 노림수는 무엇일까?
지난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 마치 산타클로스의 선물처럼 쿠팡의 OTT 서비스 - 쿠팡플레이가 론칭되었다. 파괴적 혁신의 대표주자 쿠팡답게, 신사업 출시 타이밍도 예술적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 5인 이상 모임 금지라는 강경책까지 더해져, 그 어느 때보다 우울했던 크리스마스 연휴. 집콕 이외에는 별다른 계획을 세울 수 없던 수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즐길거리를 딱 제공해주었기 때문이다. 보통 1달 무료 이용을 보장하는 넷플릭스, 왓챠와 달리 특별한 프로모션은 없었지만, 기존 로켓와우 회원은 바로 이용 가능한 실질적인 무료 서비스라는 점에서 정말 선물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비즈니스 관점에서 쿠팡의 OTT 시장 진출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다. 국내 OTT 시장은 이미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왓챠 등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레드오션이라는 것. 더욱이 자체 콘텐츠를 만들 역량은커녕, 제휴하는 회사 하나 없이 시장에 외로이 진출했다는 것. 더욱이 기존 경쟁자뿐 아니라, 네이버와 카카오라는 IT업계의 두 공룡도 호심탐탐 노리고 있는 시장이며, 이미 발을 들이 밀고 있다는 것. 쿠팡의 롤모델 아마존이 프라임비디오를 운영하고 있잖아라는 이유 하나로 진출하기에는 정말 만만한 곳이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팡이라는 이름 하나 때문에, 동시에 시장은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이미 비슷한 레드오션이었던 배달 애플리케이션 시장에도 진출하여, 경쟁구도를 뒤흔들고 있는 쿠팡 아닌가. 정말 쿠팡스럽게 느린 배달이라는 고객의 불편요소를 정확하게 캐치하여 해결하는 동시에,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시장의 경쟁질서까지 뒤흔들며 성과를 만들어낸 곳이 바로 쿠팡이다. 이번에도 쿠팡이 아무 생각 없이 시장에 진출하진 않았을 거라는 게 모두의 생각이다. 그렇다면 쿠팡플레이는 대체 어떤 의도를 가지고 만들었을까? 그리고 어떤 전략을 가지고 시장을 뒤흔들려할까? 한번 파 해쳐보도록 하자.
잠시 시간을 되돌려 2019년으로 가보자. 미드를 좋아하는 이라면, 당시 가장 정말 핫했던,\ 체르노빌이라는 HBO의 드라마를 기억할 것이다. 체르노빌 사건을 다룬 HBO의 5부작 미니시리즈였는데, 정말 웰메이드 드라마로 입소문을 타면서, 미드 쫌 본다 하던 사람들의 애를 태웠다. 왜 애를 태웠냐고? 안타깝게도 체르로빌은 넷플릭스나 국내 OTT 서비스로 시청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HBO는 당시 자체 OTT 서비스를 출시하며 넷플릭스와의 관계를 끊었던 상황이고, 따라서 체르노빌은 HBO Max의 전신인 HBO Go 또는 제휴 관계를 여전히 유지하던 훌루나 아마존의 프라임비디오로만 시청 가능했다. 그러자 어떤 상황이 벌어졌냐고? 애를 태우다 못해 현기증이 났던 미드 마니아들이 대거 아마존프라임에 가입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열풍은 체르노빌을 왓챠에서 정식으로 서비스할 때까지 이어졌다.
물론 체르노빌로 인해 아마존프라임 자체가 대중화된 것은 아니었다. 일부 마니아들에게 국한된 이슈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잘 만든 콘텐츠 하나가 서비스 자체를 완전히 띄운 사례도 존재한다. 바로 OTT의 선두주자 넷플릭스다. 넷플릭스가 한국시장에 진출한 것은 2016년. 소소하게 이용자 수가 늘긴 했지만, 웨이브의 전신인 pooq과 옥수수, 티빙 등에 비하면 정말 미미한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던 넷플릭스는 2019년 중요한 분기점을 맞이하게 되는데, 바로 킹덤이 릴리즈 되면서 1년 사이 이용자 수가 3배나 증가한 것이다. 넷플릭스는 킹덤효과 덕분에 한계점을 돌파하였고, 국내 1위 OTT 서비스로 올라서게 된다.
이러한 사례들은 결국 OTT 서비스에서 가장 핵심은 킬러 콘텐츠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냐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콘텐츠를 독점하기 위해, 자체 제작에 엄청난 자본투자를 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콘텐츠 투자를 등한시할 경우, 퀴비처럼 시장에서 철수하거나, 애플TV처럼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일까? 아마존의 프라임비디오는 알고 보면 넷플릭스보다 3배 많은 영화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자체 콘텐츠에도 투자를 게을리하지 않는 것을 물론이다. 그 덕분에 더 보이즈처럼 히트한 오리지널 콘텐츠도 다수 가지고 있다. 결국 프라임비디오는 아마존프라임에 가입하면 딸려오는 서비스가 아니라, 그 자체로도 경쟁력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쿠팡플레이는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참으로 실망스러운 서비스이다. 물론 접근성이나 가격 경쟁력은 참으로 훌륭하다. 로켓와우에 가입되어 있다면, 따로 회원가입도 결제할 필요도 없이 앱만 설치하면 바로 이용 가능하니 말이다. 하지만 접속하자마자 눈에 띄는 이번 주 인기작 Top 20. 가장 처음 보이는 건 라라랜드. 음 뭐 크리스마스 시즌이니 그럴 수 있다고 하자. 근데 2번째로 보이는 것이 무려 2016년에 개봉한 영화 마스터. 물론 37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나름의 흥행을 거둔 영화 기는 하다 많은 쫌 그렇지 않은가? 하지만 정작 문제는 그다음. 바로 그 뒤로 등장하는 콘텐츠는 2013년에 방영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아무리 메가 히트작이라곤 하지만, 정말 빈곤한 콘텐츠 확보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UX가 특별한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OTT 시장 내 경쟁자 왓챠는 추천 서비스로 확 떴다. 아무래도 회사 규모가 작다 보니, 콘텐츠 확보나 자체 제작에는 뒤쳐질 수밖에 없지만 추천 서비스라는 강력한 UX를 무기로 삼아, 왓챠가 가진 나름의 영역을 지켜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쿠팡플레이의 UX는 어떨까? 더욱이 커머스 업계에서는 UX의 선구자로 유명한 쿠팡이 아니던가. 그래서 살짝 기대를 해보았지만, 아무리 뜯어봐도 특별한 게 없다. 난이도가 더 높은 커머스 상품 추천으로 다져진 개발력이 있다 하지만, 콘텐츠 자체가 빈약하다 보니, 앞으로 큐레이션 기능이 붙더라도 그다지 효용성은 크지 않을 듯하다. 그러면 우리는 자연스레 이러한 의문에 도달하게 된다. 도대체 뭘 믿고 쿠팡은 OTT라는 레드오션에 뛰어든 것일까?
배달앱 시장의 기린아, 쿠팡이츠로 잠시 돌아가 보자. 쿠팡이츠의 흥행요소는 무엇일까? 쿠팡이츠 광고를 보면 알겠지만, 가장 강력한 포인트는 빠른 배달 속도다. 한 번에 한 집만 배달하기에 경쟁사 대비 압도적인 배달 속도와 예측 신뢰성을 자랑한다. 더욱이 코로나 19 팬데믹과 B마트 론칭이 겹치면서 배민라이더스의 배달 속도가 정말 느려진 현재, 이 점은 정말 강력한 무기로 작용하였다.
하지만 그뿐일까? 쿠팡이츠에는 숨겨진 성공 요소가 많다. 그중 하나는 바로 UX다. 쿠팡이츠는 별도의 앱으로 접근 가능한 서비스지만, 철저하게 쿠팡과 유사한 사용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쿠팡플레이처럼 쿠팡이츠도 쿠팡 앱에 로그인한 상태면 바로 로그인 가능하며, 결제 기능도 동일하다. 한 번 쿠팡에서 쿠페이로 등록했다면 동일한 원클릭 결제가 가능하다. 심지어 쿠팡 앱 내에서 쿠팡이츠 메뉴가 있어 클릭하면 이동이 가능하다. 즉 쿠팡 앱 자체가 쿠팡이츠, 쿠팡플레이 등 신사업의 고객 획득 소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쿠팡 앱은 국내에선 손꼽히는 슈퍼 앱이다. 지난 11월 와이즈앱 기준으로 MAU 순위 5위가 바로 쿠팡이다. 쿠팡 위에는 카카오톡, 유튜브, 네이버, 밴드 딱 4개 앱만이 자리하고 있을 뿐이다. 심지어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보다 사용자 수가 많다. 쿠팡의 위엄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가? 네이버 쇼핑이 네이버라는 검색 포털을 기반으로 성장했듯이, 카카오 비즈보드가 엄청난 대히트를 쳤듯이, 트래픽은 곧 힘이다. 따라서 쿠팡 또한 오롯이 그 자체의 트래픽 만으로도 무수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 쿠팡플레이는 로켓와우 고객에게는 무료인 서비스이다. 솔직히 2900원으로 가입하는 OTT 서비스로써의 쿠팡플레이는 매력적이지 않다. 아무리 싸도 굳이 돈 내고 가입할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켓와우 고객에게 그저 주어지는 혜택이라면, 그저 땡큐 아닌가? 정확한 수치가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현재 로켓와우 고객 수는 500만 명으로 추정된다. 500만 명이 그저 선물 받는 기분으로 쿠팡플레이를 다운로드한다면, 순식간에 330만 명의 유료 가입자를 확보한 넷플릭스를 가볍게 제치게 된다. 1/5만 전환시킨다고 해도, 100만 명의 유료 가입자를 확보한 거대 OTT 서비스로 자리 잡게 되는 셈. 아마 적어도 이용자 수 측면에서는 지각변동을 불러일으킬 수준이 아닌가?
하지만 이렇게 모은 고객이 정말 유의미한 고객일까? 아마 아닐 것이다. 가장 유사한 사례가 애플이 만든 OTT 서비스 애플TV 아닌가? 무료 이용까진 많은 사용자 확보에 성공했지만, 그 뒤로 유료 전환까지 이어지게 만들진 못했다. 또한 네이버 플러스의 시행착오도 보았을 것이다. 네이버 플러스는 바이브, 시리즈 등 네이버가 가진 콘텐츠 서비스의 혜택을 주 무기로 내세웠지만, 각각 서비스가 시장 내 경쟁력이 부족했기에 파괴력을 만들지 못하고, 4개월 만에 혜택을 일부 수정해야 했다.
이처럼 무료로 만든 고객은 모래성일 뿐이고, 결국 쿠팡이 원하는 락인 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쿠팡이 원하는 건, 프라임비디오처럼 단지 번들로 주어지는 사은품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서비스일 것이다. 쿠팡과 쿠팡이츠, 쿠팡플레이가 각기 강점을 가진 고객층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의 신규 고객을 확보해주고, 동시에 상호 락인 효과를 강화시키는 그림이 되어야, 진정한 아마존 모델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그럼 쿠팡은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 걸까? 알고 보면 쿠팡의 OTT 시장 진출은 상당히 차근차근 여러 단계에 걸쳐 준비되어 온 프로젝트이다. 먼저 지난 7월 싱가포르의 OTT 서비스 hooq 인수가 시작이었다. 이미 종료된 서비스였지만, OTT 서비스를 위한 기술력은 성공적으로 확보한 것. 그 뒤로 10월에 들어, 쿠팡플레이 등의 상표를 출원하고, 사업 목적에 온라인 음악 서비스와 기타 부가 통신 서비스를 추가하며 신사업 진출이 가시화되었음을 알렸다. 이렇게 꼼꼼히 준비해온 쿠팡이 콘텐츠 확보에 대한 계획도 없이 사업을 론칭했을 리 없지 않은가.
이미 쿠팡의 계획 하나는 드러난 상황이다. 스포츠 독점 중계권 확보를 위해 스포티비와 협상 중이며, YBM과 교육 콘텐츠 제휴에 대해도 합의 중이라 한다. 특히 스포츠 중계권 관련해서는 프리미어리그는 물론, NBA, MLB 등 다방면적으로 협의 중이라 하며, 이미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로켓중계가 나오는 거냐며 환영 일색이다. 최근 스포티비가 프리미어리그 중계권을 독점으로 가져왔지만, 잦은 오류로 많은 비판을 받은 바 있으며, 이외에도 스포츠 팬들은 중계권을 가진 방송국에 늘 불만을 가져왔다. 그에 반해 로켓배송을 통해 고객 친화적인 브랜딩을 해온 쿠팡에 대해서는 호의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콘텐츠 중에서도 몇몇 웹드라마들이 눈에 띄는데, 장기적으로는 이들 웹드라마 제작사들과 협업도 가능할지 않을까 싶다. 사실 대형 플랫폼사들이 자체적인 제작 역량을 갖추면서, 이들 중소 제작사들의 콘텐츠들은 설자리를 잃고 있다. 양질의 콘텐츠 제작 역량은 갖췄으나, 시청자를 만날 플랫폼이 간절한 이들과 시청자들은 단기간 내에 다수 확보할 것으로 보이나, 콘텐츠는 없는 쿠팡이 만난다면 시너지를 내지 않을까? 쿠팡의 오리지널 콘텐츠? 생각보다 쉽게 만들어질 수 있다.
이처럼 스포츠 콘텐츠들을 제휴를 통해 킬러 콘텐츠를 확보하고, 중소 제작사들과 협력하여 오리지널 콘텐츠들을 장기적으로 확보해나간다면, 쿠팡플레이가 단지 무료 번들 서비스에서 벗어나 국내 OTT 시장의 또 다른 다크호스로 떠오르지 않을까? 물론 이러한 상상이 가능한 이유는 쿠팡이라는 플랫폼과 브랜딩의 힘, 그리고 단기간 내에 상당한 볼륨의 트래픽이 모일 것이 확실해 보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혜성처럼 등장한 OTT업계의 새로운 주자, 쿠팡플레이에 대해 다방면으로 이야기를 해보았다. 확실한 것은 아직 쿠팡플레이의 완성도는 분명히 아쉽다는 것이다. 콘텐츠의 부족뿐 아니라, 쿠팡플레이 앱의 리뷰들을 살펴보면, 사용성에 대한 피드백도 상당히 많다. 이 때문일까? 론칭 첫날만 해도 4점이 넘던 평점도 3점 후반대로 하락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동시에 쿠팡이기 때문에 앞으로 조금 더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동안 벌리는 일마다 시장에 어떤 의미로든 충격을 줬던 쿠팡이니 말이다. 더욱이 동시에 역시나 쿠팡의 스케일은 참 쿠팡답다는 생각도 든다. 미디어를 결합한 커머스를 시도한 곳은 많았지만, 그래 봤자 웹 예능이나 웹드라마 정도를 만드는 수준에 그친 곳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쿠팡은 무려 OTT 서비스를 직접 론칭했다. 말 그대로 가슴이 웅장해지지 않은가? 또다시 시작된 쿠팡의 대담한 행보가 이번에도 해피엔딩으로 끝날까? 아니면 실패작으로 남을까? 분명한 것은 넷플릭스 이후, 국내 OTT 시장에 새로운 메기가 등장했다는 것. 안 그래도 치열했던 OTT 시장, 내년엔 더욱 뜨거워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