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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묘한 Dec 24. 2020

온라인 주류 판매 어디까지 왔나?

온라인 주류 판매 규제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온라인 쇼핑으로 사지 못할 물건이 있을까? 불과 수년 전만 해도 비교적 오프라인과 온라인으로 사는 품목이 나눠져 있었다. 하지만 근래 들어 이건 정말 옛날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과거에는 온라인 구매를 꺼리던 옷이나 신선식품도 요새는 오히려 온라인으로만 사는 사람도 많아졌다. 


 하지만 온라인으로 아예 구매하지 못하는 품목도 있다는 걸 아는 사람들은 은근히 없다. 아무리 집 밖으로 나가면 위험한 시대라 하더라도, 꼭 밖에 나가야 살 수 있는 것. 바로 술이다. 술은 생각보다 정말 엄격하게 관리되는 품목이다. 온라인 판매뿐 아니라, 고작 2018년에 수제 맥주의 소매점 판매가 허용되고, 1년 뒤인 2019년이 돼서야 음식점의 생맥주 배달이 허용되었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국내 주류 시장 규모 10조 원, 온라인 쇼핑의 비중이 점차 커져가는 시대. 온라인 주류 판매는 열리기만 한다면, 누구나 탐낼 수밖에 없는 시장이다. 따라서 규제의 빈 틈을 찾아, 이 시장을 선점하려는 시도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모든 규제에는 예외 조항이 있는 법

 이러한 주류의 온라인 판매에 가장 앞서 나가고 있는 것은 이색 구독 서비스, 술담화이다. 사실 구독 경제는 커머스의 가장 핫한 키워드 중 하나 아닌가. 술담화도 이러한 구독 경제 활성화의 바람을 타고 구독자 수가 전년 대비 5,6배나 성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분명 서두에서 주류의 온라인 판매는 금지라고 하지 않았나?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전통주는 예외 규정을 적용받는다. 전통 산업 보호 차원에서 우체국과 농협 등 일부 쇼핑몰의 온라인 판매가 허용되다가, 지난 2017년 7월 이후로 일반 쇼핑몰에서의 판매도 전격 허용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통주라는 자체가 소주, 맥주 등 일반 주류나 심지어 와인보다 낯설기도 하고, 따라서 접하기 어려웠던 것도 사실. 더욱이 종류는 많지만 대부분 영세한 규모였다. (그래서 예외를 허용할 정도로 보호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따라서 당연히 일반적인 판매방식으로 단기간 내에 볼륨을 확보하여 대중화되기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하지만 술담화는 이런 약점을 구독 서비스라는 솔루션으로 슬기롭게 극복하였다. 오히려 낯설다는 것과 아직 대중화된 브랜드가 없다는 건 구독 서비스에 딱! 어느 정도 볼륨화에 성공하자 안전한 수익 확보를 위해 PB까지 출시하였다. 구독 서비스로 전통주 시장을 키우고, 그 과실을 PB로 따 먹겠다는 아주 정석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늘 규제 속에서도 해답을 찾을 것이다

 술담화처럼 규제의 예외 조항 내에서 시장을 개척하는 경우가 있다면, 반대로 규제의 빈 틈을 찾아 공략하는 업체들도 있다. 역시 유사한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퍼플독이 대표적이다. 온라인 주류 판매는 불법이지만, 음식과 같이 배달하면 허용된다는 점을 잘 노려 와인 구독 서비스를 론칭하였다. 물론 규제 리스크가 전통주보다 크기 때문에, 속도는 비교적 더딘 모양이지만, 매월 10% 정도의 꾸준한 성장은 이어가고 있다. 이 역시 와인이라는 상품의 특성이 구독과 잘 맞기 때문에, 앞으로도 좋은 성과를 보이지 않을까 싶다.


 또한 아예 규제의 예외를 가지고 꼼수를 부리는 판매자들도 일부 존재한다. 앞서 말한 전통주 예외를 활용하여 '무늬만 전통주'를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것. 전통주를 판별하는 기준 자체가 객관적이기 어려운 데, 이를 노린 것이다. 현행 법상 전통주를 구분하는 기준은 제조법이 아닌 생산주체와 원재료. 따라서 우리가 익히 떠올리는 전통주가 아니라 소주나 와인과 같은 종류도 전통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렇듯 우리에게 익숙한 품목의 주류를 '전통주 방식'으로 생산한다면 아무 제한 없이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다. 쿠팡 등 주요 판매채널에서 이러한 '무늬만 전통주'는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최근 온라인 쇼핑이 점차 늘어나는 환경 속에서 이들 '무늬만 전통주'가 메이저 브랜드로 올라설 수 있을지도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가 될 듯하다.


오히려 오프라인 진출의 교두보로

 지금까지 엄격한 규제 속에서도 온라인 주류 판매 시장에 도전하는 여러 업체들에 대해 이야기해보았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한다면, 온라인에게 주류 판매는 범접할 수 없는 시장이지만, 반대로 오프라인 유통에게는 절대 뺏기지 않을 최후의 보루와 같은 시장이기도 하다. 특히 편의점 업계에게 주류 판매는 담배와 함께 가장 핵심적인 매출원이기도 하다. (담배도 온라인 판매가 금지된 대표적인 품목이다)


 그래서 오히려 무리하게 온라인 주류 판매를 시도하기보다는 오프라인과 제휴하거나 진출 시 차별화 포인트로 삼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으로 동네 마트 전용 앱 로마켓은 주류 스마트 오더 서비스를 출시하였다.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혼술, 집술 등의 수요는 늘어나는데 온라인 구매가 안 되는 부분을 적극 공략한 것이다. 더욱이 집 앞 식당이나 가게 방문도 꺼리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스마트 오더 서비스와 픽업 서비스를 원하는 수요도 늘어날 수밖에 없으니, 정말 론칭 타이밍 좋았던 것 같다.


 또한 온라인 쇼핑몰이 오프라인 접점을 만들 때 주류를 특화 포인트로 삼기도 한다. 간편식을 중심으로 최근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는 쿠캣마켓의 오프라인 매장이 대표적이다. 쿠캣의 오프라인 매장은 PB 제품을 레스토랑에서 바로 취식 가능하다는 점도 재미있는 포인트지만, 역시 주류 섹션이 방문했을 때 가장 눈에 띄었다. 특히 전통주 소믈리에가 직접 고른 우리 술 40종을 배치하여 타 매장과도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이러한 전통주는 아마 반응이 좋다면 온라인 판매로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지금까지 법적으로 규제되고 있는 온라인 주류 판매에 대처하는 3가지 접근법에 대해 이야기해보았다. 규제의 예외에 있는 전통주로 먼저 시장에 진출하거나, 규제의 허점을 찾아 우회하거나, 아니면 아예 오프라인 제휴나 매장으로 활용하거나 다양한 시도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이렇게 여러 시도가 끊이지 않는다는 것은 역시 주류 시장이 매력적인 시장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거 아닐까? 


 더욱이 여타 규제들처럼 주류 판매에 대한 제한도 점차 완화되고 있다고 한다. 올해 7월만 해도 18개의 주류 규제 개선 방향이 발표되기도 하였다. 아쉽게도 이번에도 온라인 판매는 허용되지 않았지만, 아마 점진적으로 빗장이 풀리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본격적인 주류의 온라인 판매 허용이 시행될 때, 앞서서 문을 미리부터 두드려 왔던 이들 업체들이 가장 선두에 서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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