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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묘한 Dec 07. 2020

이것은 커뮤니티인가, 스토어인가

카카오프렌즈 스토어 리뉴얼을 통해 바라본 카카오의 캐릭터 커머스 전략

 "팬을 모으면 비즈니스가 성공한다." 이는 브랜딩의 오랜 격언 중 하나이다. 팬덤을 모은 브랜드는 성공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처럼 예상치 못한 큰 변화가 닥쳤을 때, 이러한 팬덤 커머스는 더욱 큰 위력을 발휘한다. 경제 불황기에는 필수품을 제외하면 소비를 줄이기 마련이지만, '팬심으로 사는' 굿즈 소비만큼은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이다. 


 근래 들어 이러한 팬덤 커머스는 인플루언서, 셀럽 등 사람에서, 캐릭터와 같은 가상의 IP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연이은 인성 논란으로 유명 셀럽들이 만든 브랜드들이 위기를 겪는 반면. 지난해 불어닥친 펭수 신드롬, 올해 연이어 대박을 터트린 놀면 뭐하니? 에서 시작된 부캐 열풍까지, 이러한 인성 리스크에서 자유로운 가상의 IP들은 확실히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따라 캐릭터나 부캐 등을 영리하게 활용한 브랜드들은, 특히 MZ세대 공략에 성공하며, 소비 둔화라는 위기 속에서도 반전의 기회를 잡고 있다.


(팬덤 커머스 관련 내용은 아래 글에서 자세히 다뤘으니 참고하면 좋다)


 그렇다면, 이러한 팬덤 커머스, 캐릭터 커머스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는 곳은 어디일까? 물론 여러 후보들이 있겠지만, 역시 가장 앞서 있는 곳은 카카오가 아닐까 싶다. 펭수 이전 캐릭터 시장의 대세였던, '라전무' 라이언부터, 요즘 대세 죠르디까지. 수많은 IP를 보유한 데다가, 캐릭터 상품 개발은 물론 오프라인 매장 사업까지 성공시킨 카카오. 더욱이 올해 8월 기존 카카오 IX에서 담당하던 카카오프렌즈 사업을 카카오 커머스가 담당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캐릭터 기반 커머스를 확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던 중이었다.


이것은 커뮤니티인가, 스토어인가

 그리고 지난 11월 25일, 드디어 카카오 커머스의 첫 야심작이 공개된다. 바로 카카오프렌즈 스토어를 커뮤니티 공간으로 리뉴얼하여 오픈한 것이다. 새단장을 한 카카오프렌즈샵을 한번 들어가 보면 낯선 풍경에 일단 멈칫하게 된다. 아니, 사실 완전 처음 본 풍경은 아니다. 스토어의 첫 화면은 우리가 익히 보던 인스타그램의 UI와 매우 닮아 있기 때문이다. 다만 난 스토어를 들어왔는데, 웬 SNS가 나타나니 당황스러울 뿐.


(백문이 불여일견, 일단 들어가 보자)



(카카오프렌즈 스토어 화면 갈무리)


 카카오프렌즈 스토어는 여러 탭으로 나눠져 있다. 오늘 탭이나 인기 탭은 정말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 혹은 커뮤니티에서 익숙한 UI가 우리를 반긴다. 놀라운 것은 게시물의 좋아요 수나 댓글 수다. 정말 여기가 스토어인가 맞나 싶을 정도로 반응이 정말 남다르다. 카카오프렌즈 캐릭터가 가진 힘이 여기서 느껴진다.


 신규 탭이나 마이 탭은 조금 더 스토어에 가깝다. 커머스 플랫폼에서 익히 보던 배너 영역과 상품 리스트가 바로 눈에 띈다. 베스트 순이 아니라 신상품 순으로 정렬돼서 노출된다는 게 조금 색다를 뿐. 물론 굿즈라는 상품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긴 하다. 굿즈도 물론 인기상품이 존재할 수는 있지만, 다른 상품에 비해 아무래도 롱테일 구조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UI/UX 구성은 오늘 탭의 게시물과 시너지를 내기도 유리하다.


지금까지 이런 팩토리는 없었다

 여기서 카카오가 정말 영리한 점은 전체 비즈니스 모델 고려하며, 이번 리뉴얼 작업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커뮤니티 형태로 스토어를 개편하려면, 우선 정기적인 콘텐츠 업데이트를 위한 지속적인 신상품 출시가 필요하며, 또한 앞서 언급한 것처럼 주로 신상품 위주로 노출되고 소비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카카오는 이번 카카오프렌즈 스토어 개편과 더불어, 지난 11월 29일 홍대 팩토리 스토어를 거의 동시에 오픈하였다. 즉 커뮤니티 형태의 스토어 구성과 신상 위주 노출을 통해 초기 판매량을 끌어올려 최대한 재고를 소진시키고, 그래도 남은 재고는 팩토리 스토어를 통해 안정적으로 처리하겠다는 것. 


 팩토리 스토어는 당연히 기본적인 콘셉트는 기존 창고형 매장을 그대로 따라 하였다. 상품 진열을 간소화하는 형태로 구성되어 기존 스토어와는 완전히 차별화된다. 하지만 일단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들이 산처럼 쌓여 있다는 것부터가 기존의 다른 창고형 매장들과는 완전히 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존재 자체로 재미 요소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피겨 포토존 등 즐길거리도 놓치지 않은 것도 포인트, 단순히 할인이라는 가치뿐 아니라 경험의 가치도 놓치지 않으려는 고심이 느껴진다. 


 이렇게 정리해보면 전체 비즈니스 로드맵이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는가? 기존 카카오프렌즈 매장과 새롭게 개편한 온라인 스토어가 브랜드 경험을 극대화시키고, 팩토리 매장은 재고의 안정적인 소진을 담당하는 동시에 기존 매장과는 또 다른 경험을 제공하기 까지, 정말 카카오의 세심한 설계가 돋보인다.


왜 자꾸 카카오 IP는 대박 나는 건데?

 하지만 이러한 커머스가 잘되려면 결국 팬을 끌어 모으는 IP, 즉 캐릭터가 잘되야하는 법. 카카오가 정말 무서운 것은 캐릭터를 띄우는 데 정말 도가 텄다는 것이다. 카카오프렌즈의 라이언이 대박 났을 때만 해도, 단지 운이 좋았던 거 아닌가라는 평가가 있었던 것도 사실. 하지만 니니즈마저 죠르디라는 슈퍼스타를 배출하면서 카카오가 정말 IP를 잘 만드는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특히 요즘 대세 죠르디는 정말 기획력의 승리라고 볼 수밖에 없다. 메인 타깃인 MZ세대에게 딱 맞춘 취준생이라는 콘셉트가 우선 훌륭했다. 또한 이러한 서사를 전달하기 위한 채널로 인스타그램을, 수단을 <죠르디 24시>라는 숏툰을 택한 것은 정말 신의 한 수라고 볼 수밖에 없다. 타깃 고객에 딱 맞춘 채널과 콘텐츠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를 공개한 후 죠르디의 인기는 본격적으로 치솟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카카오는 쌍방향 소통을 통한 캐릭터 정체성 만들기까지 도전하고 있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라이언이 키우는 반려묘 춘식이다. 춘식도 죠르디와 동일하게 인스타그램에서 노출되는 숏툰을 통해 캐릭터의 서사를 쌓아가고 있으며, 가장 중요한 이름마저도 공모와 투표를 통해 정하였다. 이렇게 인지도를 올린 캐릭터를 가지고, 다시 이모티콘을 만들고, 그 이모티콘으로 카카오페이지 내 라이언 콘텐츠를 홍보하기까지. 소름 돋을 정도로 카카오의 IP 활용은 치밀하다. 이 정도로 열심인데, 당연히 캐릭터가 대박 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지금까지 카카오프렌즈 스토어 개편을 시작으로 본격화된 카카오의 팬덤 커머스, 캐릭터 커머스 전략에 대해 다뤄봤다. 카카오의 커머스 모델은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정말 흥미롭다. 선물하기, 메이커스 등 커머스 시장 내 주류나 해외 사례와 상관없이 독자적인 방식으로 설계한 비즈니스들이 많고, 동시에 카카오라는 브랜드와 너무 잘 어울리게 설계된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네이버와 쿠팡의 양강 구도가 점차 공고해지는 가운데, 카카오는 이러한 경쟁구도를 뒤흔들 가장 유려한 다크호스로 손꼽히고 있다. 과연 카카오의 캐릭터 사업이 이러한 커머스 시장 패권 경쟁에서 비장의 한 수로 작용할 수 있을까? 또한 지배구조 개편을 하며, 향후 본격적인 사업 확장을 위한 준비를 마친 라인의 라인 프렌즈는 라이벌 카카오프렌즈에 맞서 어떤 움직임을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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