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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묘한 Nov 25. 2020

약빤 아마존이 온다

아마존 약국 론칭, 그 의미는?

 아마존의 사업 확장은 어디까지일까? 파괴적 혁신 상습범 아마존이 이번에는 다음 희생자로 약국을 지목했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11월 17일, 아마존이 온라인 약국 서비스를 정식으로 론칭했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명실상부, 지구상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중 하나이다. 특히나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마다, 기존 기업들이 만든 질서를 파괴하고 시장을 뒤흔들어 버리기 때문에 '아마존드(Amazonned)' 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이다. 그렇기에 기존 약국들이 아마존 당할 것인지, 아니면 이를 이겨내고 생존에 성공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놀랍게도 서비스 론칭 소식이 들리자마자, 의약품 유통 관련 주가가 바로 급락했다고 한다)


  또한 아마존은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들의 스승이기도 하다. 쿠팡이 아마존 모델을 따라 사업전략을 펼치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따라서 우리는 아마존의 행보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마존의 신사업이 성공을 거둔다면, 근시일 내에 이를 벤치마킹한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아마존이 하면 다를까?

 그렇다면 아마존 약국은 성공할 수 있을까? 아마존이 가지고 있는 복안은 무엇일까? 아마존이 만든 온라인 약국은 기존의 것과 얼마나 다를까? 아마존은 이미 이커머스 시장에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압도적 1위를 차지하였고, 경계를 넘어서 수많은 오프라인 기업들을 파산으로 내몬 전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수년간 집중하였던, 식료품 시장에서는 아직 뚜렷한 성과를 못 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번 온라인 약국은 성공할까? 실패할까? 개인적으로 볼 때, 이번 아마존 약국은 확실히 기존의 성공사례들처럼, 또다른 파괴적 혁신 사례를 만들어 낼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아마존 약국이 가진 가장 큰 차별화 요소는 '편의성'이다. 물론 단순하게 생각하면 굳이 약을 온라인으로 주문할 필요가 있나 생각할 수 있다. 어차피 보통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은 뒤, 처방전을 가지고 돌아가는 길에 약국을 들리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마존이 우선적으로 공략하고자 하는 타깃은 당뇨병 치료제, 혈당 치료제 등 주기적으로 복약해야 하는 만성 질환자들이다. 이들은 매번 거의 동일한 처방을 받아 약을 먹지만, 약이 떨어지면 다시 병원에 가서 처방전을 받고 약국을 들려야 한다. 하지만 아마존 약국은 웹사이트나 모바일 앱으로 주문만 하면 의사에게서 직접 처방전을 전달 받아, 약을 조제하여 이틀 내 배송해준다. 이정도면 굳이 온라인 약국을 써야할 이유가 충분하지 않은가?


 더욱이 서비스 출시 시기도 너무나 바람직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원격진료와 온라인 쇼핑에 대한 수요가 더욱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최근, 전세계적인 대유행이 다시 시작되면서 지역 봉쇄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필수품인 약에 대한 온라인 쇼핑 수요가 폭발할 수 밖에 없다. 상품 특성상 규제의 장벽이 높았을 뿐이지, 속성 자체는 생필품과 다를바 없다는 것을 아마존이 잘 공략한 셈이다.


 또한 아마존은 자신들이 가진 필살기, 아마존 프라임을 적극 활용한다고 한다. 아마존 약국은 유료 회원제 아마존 프라임과 연계한 혜택을 론칭 때부터 강력하게 제공하여, 초기 고객 확보는 물론 기존 프라임 고객의 유지도 강화시키려는 의도가 잘 녹여져 있다. 대체 어떤 혜택을 주기에 이러냐고? 먼저 너무나 당연하게도 아마존 프라임 회원은 약국 서비스 이용 시 2일 내 무료 배송을 보장 받을 수 있다. 그 뿐이 아니다. 복제약은 최대 80%, 브랜드약은 40%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의료보험이 일반적인지 않은 미국 특성상 이러한 가격 강점은 더 큰 메리트로 다가가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아마존의 준비가 너무 완벽하게 되어 있다. 이미 2018년에 7억 5천만 달러라는 거액을 투자하여 필팩을 인수하며 약국 진출을 준비해왔던 아마존이다. 그래서일까? 서비스 시작부터 미국 50개 주 중 45개 주에서 이용 가능할 정도로 규모가 일단 엄청나다. 아마존고와 홀푸드가 규모 면에서 밀려서 식료품 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하지 못했던 것을 철저하게 반성한 것이다. 그동안 아마존이 일부 지역에서 테스트베드 매장을 운영하며 신중하게 접근했던 다른 신사업과 달리, 이번 약국 서비스는 정말 이 악물고 준비한 느낌이다.


왜 하필 약국이었을까?

 그러면 대체 왜 아마존은 이렇게 열심히 약국 서비스 론칭을 준비해왔을까? 당연히 아마존이 볼 때, 처방약 시장이 너무 매력적으로 느껴져서 아니였을까? 보통 어떤 기업이 새로운 영역으로 진출할 때 2가지 관점을 가지고 진출 여부를 타진한다. 첫 번째는 시장 매력도, 시장 자체의 성장성과 크기, 경쟁 강도 등을 보는 관점이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자사 적합도,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역량이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시장인지 평가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2가지 기준에서 처방약 시장은 아마존과 매우 잘 어울린다.


 우선 미국의 의약품 유통 시장, 특히 처방약 시장은 매우 매력적인 시장이다. 우선 시장 크기가 무려 5천 억 달러에 육박한다. 너무 큰 금액이라 감이 안잡힌다고? 미국 전체 소매시장 규모가 5조 달러, 그중 20년 이커머스 시장만 7천 억 달러로 추정된다고 한다. 처방약 시장은 미국 전체 이커머스 시장의 70% 정도 되는 엄청난 크기를 가진 것이다. 또한 더 중요한 것은 현재 이 시장에서 온라인 판매 비중은 고작 10% 미만이라는 점. 산업 특성상 규제가 엄격하여 온라인화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서 그렇지,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또한 처방약 시장은 아마존이 가진 역량으로 충분히 석권할 수 있는 적합한 곳이기도 하다. 아마존의 최대 강점은 물류 인프라. 이러한 역량은 신속 정확한 배송이 요구되는 의약품 배송에 있어서 더욱 큰 강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아마존은 AWS 등을 운영하며, 방대한 데이터를 핸들링할 수 있는 역량도 가지고 있기에, 의료 데이터 활용에도 유리하다. 더욱이 여러 규제들도 이미 필팩을 인수한 아마존에게는 장애물이 아니다. 필팩을 인수한 이유 자체가 미국 50개 주 모두에서 약국 면허를 보유한 업체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번 약국 서비스도 사실상 미국 전지역에서 동시에 론칭할 수 있었다. 이처럼 시장의 기회를 포착하고 철저한 준비를 마친 아마존, 성공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아마존은 더 큰 그림을 그리는 중이다

 놀라운 것은 아마존의 계획은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실 아마존은 처방약 시장을 넘어서 헬스케어 시장의 지배자로 군림하고 싶어한다. 미국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무려 3조 7천억 원. 아까 말한 미국 전체 소매시장에 비벼볼 수 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크기이다. 더욱이 성장성은 소매시장보다 높다는 것. 특히나 미국인의 50%가 만성질환자라는 통계가 있는 상황에서 정말 매력적인 시장이 아닐 수 없다.


 지난 8월에 출시한 스마트밴드의 탈을 쓴 건강 구독 서비스 헤일로의 출시는 이러한 야망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의료 데이터 분야에서는 인프라 구축에만 머물렀던 아마존이 본격적으로 사람의 건강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모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큐레이션은 아마존의 헬스케어 시장 진출 시 큰 무기로 쓰일 것이다.


 결국 궁극적인 아마존의 목표는 헬스케어 사업을 커머스, 클라우드에 이은 3번째 축으로 삼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금융, 택배 등 이종산업으로의 진출을 적극적으로 꾀하고 있는 아마존이지만, 현 시점에서 가장 유력한 차기 주력 산업 후보는 역시나 헬스케어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국내 상황은 어떨까? 아직 국내 커머스 업체들은 이와 관련하여 이렇다 할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다. 국내법상 일반 의약품은 오직 약국에서만 팔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원격진료 도입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처방약 택배 판매도 가까운 미래에 허용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는 점. 더욱이 점차 높아지는 고령 인구 비중과 유통 시장 내 온라인 비중 등을 고려할 때, 당연히 허용만 된다면, 국내 온라인 처방약 시장도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 국내의 커머스 업체들과 의약품 유통 업체들도 슬슬 이러한 온라인 약국 시대를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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