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시장과 리셀 시장의 주인공은 대체 누가 될까요?
아래 글은 2022년 02월 23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무신사와 크림의 물러날 수 없는 정면 대결은 정말 우연하게 시작되었습니다. 지난달 중순, 크림의 고객 1명이 무신사에서 구매한 피어 오브 갓 에센셜 티셔츠를 되팔고자 검수를 의뢰한 것이 발단이었는데요. 크림이 이를 가품으로 판정하면서, 무신사와 크림은 정면충돌하게 되었습니다.
이 둘은 정말 진지하게 공방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고작 상품 하나인데, 이와 같이 가품 여부가 중요해진 까닭은 둘의 비즈니스의 존폐 여부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고객이 티셔츠를 구매한 곳은 오직 정품 만을 판다는 무신사 부티크이고, 리셀 플랫폼 크림은 정확한 제품 검수가 비즈니스의 핵심이니 말입니다.
그리고 지난 2월 22일, 드디어 둘의 목숨이 걸린, 감정 여부가 발표되었습니다. 감질나게 판정을 맡은 한국명품감정원은 그 누구의 손도 들어주지 않았는데요. 해당 상품에 대해 "감정 불가" 판정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다만 무신사는 공식 유통사를 통해 해당 상품이 모두 정품임을 확인했다는 입장을 발표하였고요. 추가로 크림에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한다고 합니다. 반면 크림 역시 논란이 된 에센셜 티셔츠에 대해 무상 검수를 하겠다는 공지를 올리며 오히려 맞불을 놓았습니다. 이렇듯 둘 다 물러서지 않자 여러 커뮤니티의 반응도 엇갈리고 잇고요. 이들의 가품 여부 공방은 아무래도 장기전이 될 것 같습니다.
여기서 잠깐, 무신사는 아마 대부분 익숙하실 텐데 크림은 조금 낯선 분들도 계실 겁니다. 크림은 무려 네이버가 자회사인 스노우를 통해 론칭한 리셀 전문 플랫폼인데요. 연간 거래액이 4,000억 원 규모로 추산될 정도로 리셀 시장을 선점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크림에게도 경쟁자는 있습니다. 바로 무신사가 만든 솔드아웃인데요. 이와 같이 애초에 경쟁 구도를 가진 두 회사이기에 더욱 물러날 수 없는 거일 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동시에 이번과 같은 가품 논란 등은 예견된 것이기도 했습니다. 온라인 명품 플랫폼, 리셀 플랫폼 등 고가의 상품을 다루는 곳들은 태생적으로 가품 이슈에 시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들 업체가 공식 판매처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는 건 결국 가격밖에 없고요. 대신에 신뢰도는 아무래도 떨어지게 됩니다.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여러 공급 루트들을 두루 활용해야 하고, 검증되지 않은 상품들이 섞여올 리스크가 항시 존재하거든요.
이와 같은 상황에서 경쟁자와 차별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연히 우리 플랫폼은 다 검증된 정품만 있고, 다른 곳은 그렇지 않다는 점을 어필해야 합니다. 작년 명품 커머스 캐치패션이 동종업계의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을 고발한 것도 유사한 맥락의 일입니다.
문제는 이와 같은 신뢰도 이슈가 참으로 애매한 문제라는 점입니다. 이번 무신사-크림 논란도 결국 감정원이 판정 불가라는 판정을 내렸듯이 말입니다. 사실 많은 상품들을 판매하다 보면, 그러면 안 되지만 실수로라도 일부 가품이 섞일 수도 있고요. 모두가 공식 판매처 혹은 현지 부티크 등과의 관계를 내세우지만, 결국 본사와 직접 거래가 아닌 이상에야 허점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리셀 시장은 더욱 의심의 눈초리를 받기 쉽습니다. 그래서 크림이나 솔드아웃, 트렌비 등 중고 시장에 뛰어든 업체들은 모두 전문 검수팀을 꾸리고, 보상제를 마련하여 이를 돌파해왔는데요. 이번 논란으로 인해, 이미지 타격이 어느 정도씩은 감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최근 포털에서 연재 중인 한 유명 웹툰에서도 온라인에서 사기를 당해 가품을 구매한 에피소드가 다뤄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달린 댓글 중에는 항상 반복되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다소 비싸더라도 명품은 역시 백화점에서 사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이와 같이 럭셔리 시장에서 백화점은 오랜 기간 쌓아온 신뢰라는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같은 병행 수입이라도 백화점이 했다면, 대부분은 의심하지 않고 정품이라고 받아들이고요. 고가 브랜드는 꼭 백화점 공식몰에서 구매하는 소비자들도 상당수 존재할 정도입니다.
최근 백화점의 성장률이 온라인 쇼핑보다 높아지는 신기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데요. 이는 명품 소비가 증가한 덕분입니다. 하지만 이는 철저하게 오프라인 매장 구매에 기대고 있습니다. 작년 온라인 명품 구매도 폭증하면서, 명품 플랫폼들도 급성장하였는데, 백화점들의 온라인 전환은 여전히 더디다는 것은 아쉬운 포인트가 아닐 수 없는데요. 신뢰라는 한계에 갇힌 온라인 플랫폼들과, 신뢰는 가졌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 못하고 있는 백화점들. 럭셔리 시장을 과연 누가 결국 차지할지, 정말 아직은 변수가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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