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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묘한 Feb 24. 2022

쇼피파이가 네이버에게 전합니다

물류 없이는 이커머스 성장 둔화의 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아래 글은 2022년 02월 23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전체 뉴스레터를 보시려면 옆의 링크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뉴스레터 보러 가기]




엇갈린 쇼피파이와 아마존      

 쇼피파이의 주가가 급락하고 있습니다. 16일 하루 동안 16.5%나 하락한데 이어, 17일에는 700달러 선마저 무너지며 이틀간 낙폭이 무려 26.0%에 달했습니다. 물론 쇼피파이의 실적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친 건 사실입니다. 거래액은 전년 대비 32% 성장하고, 매출도 41%나 늘었지만 영업 이익이 35%나 급락했거든요.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으신가요? 그래도 성장은 나쁘지 않았는데, 주가가 이렇게나 떨어지다니 말입니다.


사실 쇼피파이의 작년 실적은 역대 최대 규모이긴 했습니다. 기대보다 못하고 성장성이 떨어진 게 주가에 치명적이었던 거죠 (출처: 쇼피파이 / design by 슝슝)


 사실 투자 전망을 결정적으로 어둡게 만든 요인은 바로 성장 둔화였습니다. 성장 속도가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 아래 있었던 작년, 재작년보다 강력하지 않을 거라는 메시지가 전해졌던 겁니다. 실제로 2020년부터 무섭게 성장하던 쇼피파이의 질주는 작년 2분기부터 급격하게 멈춰 선 모양새입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잦아들면서 쇼피파이의 성장률도 급격하게 둔화되고 있습니다 (데이터 출처: happist)


 그리고 이러한 부정적인 시선은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에게까지 옮겨가고 있습니다. 성장 둔화가 쇼피파이 만의 문제는 아니니 말입니다. 쇼피파이와 유사한 쇼핑몰 솔루션 업체 빅커머스는 물론, 버티컬 커머스 웨이페어, 수공예 플랫폼 엣시, 오픈마켓 이베이 등 사업 모델과 상관없이 주가 하락은 퍼져나가고 있는데요. 유일한 예외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쇼피파이의 최대 경쟁자 아마존입니다. 아마존은 쇼피파이 주가가 폭락했던 16일에 오히려 1%가량 주가가 올랐거든요.



물류 투자를 한다는 게 더 치명적입니다

  아마존이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 둔화라는 거시적인 악재 속에서도 비교적 선방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사실 아마존의 근래 성적표도 그다지 좋지는 않았습니다. 투자 수익으로 깜짝 실적을 발표하긴 했지만, 본업인 온라인 유통 쪽은 모두 손실을 기록했으니까요. 하지만 아마존에게는 2억 명이 넘는 아마존 프라임 고객들이 있습니다. 이렇듯 고객 기반이 탄탄하다 보니, 오히려 경기가 좋지 않을 때, 견디는 힘이 강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아마존은 단기 처방으로 아마존 프라임 가격 인상을 내놓기도 했고요.


 그렇다면 아마존은 어떻게 이러한 충성 고객들을 확보할 수 있었을까요. 아마존이 가진 힘의 원천은 역시 물류입니다. 다른 경쟁자가 제공하지 못하는 배송 경험 때문에 고객은 아마존을 떠나지 못합니다. 당연히 쇼피파이 역시 이를 잘 알고 있고요. 그래서 올해 2억 달러, 그리고 내년과 내후년에 걸쳐 무려 10억 달러를 물류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투자 소식이 오히려 주가에는 더 악영향을 끼쳤습니다. 아마존에 대항하기 위해 창고를 구축한다는 건,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기존 쇼피파이가 가졌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간 쇼피파이의 강점은 물리적인 투자 없이도 아마존과 싸울 방법을 찾아냈다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아마존의 길을 그대로 걷겠다는 건 너무나 위험하게 들립니다. 쇼피파이가 지난 3년 동안 투자한 금액보다 무려 10배 이상을 배팅하는 거지만, 아마존과 경쟁하기엔 여전히 불충분해 보이니까요.



네이버는 오히려 더 투자해야 합니다      

 쇼피파이가 겪고 있는 이러한 딜레마는 네이버에게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그간 아마존과 쇼피파이의 대결구도는 흔히 쿠팡과 네이버의 그것과 비교되었을 정도로 유사한 양상을 띄고 있기 때문입니다. 네이버 역시 성장 둔화를 쿠팡보다도 더 심하게 겪고 있고요. 단기적으로 이를 이겨 내기 위한 여러 방안들을 내놓고 있지만, 결국 물류 역량 없이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네이버는 쿠팡과 물류로 싸우기 위해 풀필먼트 얼라이언스라는 묘수를 내놓았습니다 (출처: 네이버)


 그나마 네이버는 현명하게 접근했는데요. 접 물류에 투자하기보다는 풀필먼트 얼라이언스라고 불리는 일종의 동맹군을 만든 겁니다. 하지만 쉬운 길은 없는 법입니다. 아직은 기대보다 효과가 미미하고요. 동맹의 핵심인 CJ대한통운이 파업 여파로 흔들리는 사이, 역으로 쿠팡이 택배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습니다.


 이제 쿠팡, SSG, 마켓컬리 정도를 제외하고는 온라인 물류 투자를 통해 승부를 보는 건 대부분 포기하고 있습니다. 막대한 적자를 감수하며 물류 인프라를 구축한 선발주자들을 따라 잡기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한 거지요. 하지만 이커머스 시장 1위를 여전히 노리는 네이버는 물류를 포기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네이버는 이제 선택을 해야 합니다. 네이버도 쇼피파이처럼 조금 더 공격적으로 물류 투자를 단행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 싶은데요. 풀필먼트 동맹군들이 네이버와 지분으로 묶인 만큼, 추가적인 투자로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더욱이 쇼피파이와 달리, 네이버가 가진 자본력은 쿠팡 못지않고요. 알리바바가 물류 동맹 차이냐오를 통해, 징둥을 이겨낸 사례도 있으니 아직 기회는 충분하다고 봅니다. 




머스와 IT에 관한 트렌드를 기록하고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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