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네이버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을 통해 엿본 올해 전망은?
네이버가 또 해내고 맙니다. 지난 1월 27일 네이버가 지난해 또다시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고 발표했기 때문인데요. 매출은 전년대비 28.5%나 오른 6조 8,176억 원을 기록하였고, 영업이익도 1조 3,255억 원으로 9.1% 증가하였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렇듯 좋은 성적표를 받았음에도 네이버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오히려 실적 발표 이후 증권사들이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하였기 때문인데요. 이렇듯 실적과 반비례하는 저평가를 받게 된 데는 수익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잘하고도 욕먹은 네이버는 아마 올해는 다르리라 절치부심하고 있지 않을까요? 실제 네이버가 자체적으로 내린 진단과 처방을 이번 2021년 4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 질의응답을 통해 엿볼 수 있는데요. 과연 네이버의 올해 계획은 무엇일지, 5가지 키워드로 정리해서 전달드려 보겠습니다.
그렇다면 먼저 도대체 왜 수익성이 문제일까요? 네이버는 2017년만 하더라도 20%를 넘는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던 회사였습니다. 하지만 2019년에는 무려 10.8%까지 떨어지며, 한 자릿수를 눈앞에 두게 되는데요. 문제는 라인으로 대표되는 해외사업. 막대한 투자는 이어지는데, 적자 상황이 지속되며, 전체 네이버 실적을 악화시켰던 건데요. 라인이 Z홀딩스라는 이름으로 떨어져 나가면서, 연결 실적에서 제외되자마자 다시 20% 선을 회복합니다.
이처럼 수익구조는 좋아졌지만, 외형은 당연히 줄어들었고요. 바로 여기서 네이버는 마법을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불과 채 2년이 되지 않아, 줄어든 매출 이상의 성장을 거듭하며 다시 연매출 6조 원 대를 기록한건대요. 문제는 매출이 늘어난 만큼 수익은 다시 악화되어, 상징적 의미를 가진 영업 이익률 20% 선이 무너졌다는 거였습니다.
이러한 네이버의 고속 성장을 이끈 건, 그리고 동시에 수익성을 저하시킨 것도 모두 다 커머스였습니다. 커머스는 광고 만으로는 성장 한계에 도달했던, 네이버에게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심지어 네이버는 거래액 기준 시장 1위 사업자까지 올라서기까지 했을 정도였죠.
2020년 네이버 광고 매출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2.8%였습니다. 하지만 작년에는 48.3%로 떨어지며 50% 선이 무너졌고요. 대신 커머스 비중은 20.5%에서 21.6%로, 핀테크 비중은 12.8%에서 14.4%로 늘어나며 더욱 비중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커머스는 성장률은 확실히 핀테크나 콘텐츠에 비하면 둔화된 모습이나, 규모 자체로 영향이 크고요. 핀테크는 작년에 무려 46.8%의 성장률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더욱이 핀테크 매출의 근간이 되는 네이버페이는 네이버 쇼핑에 의존하는 정도가 높은 만큼 결국, 네이버의 최근 외형 성장은 모두 다 커머스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커머스와 핀테크 사업의 수익성이 서치 플랫폼 대비 좋지 않다는 겁니다. 네이버에서 정확하게 각 사업부문별 비용과 이익 규모를 밝히고 있지 않지만요. 이번 컨퍼런스 콜에서 확실히 광고형 매출과 이외 매출 간 수익성 격차가 크다는 건 인정하였고요. 그나마 커머스 사업 매출 대부분은 쇼핑 검색 광고에서 발생하고 있어 수익성이 나쁘지 않으나, 핀테크는 물론, 콘텐츠와 클라우드 등 신사업 분야는 이익률이 낮거나 적자 상태라는 게 문제입니다.
물론 투자 단계인 신사업들이 결실을 맺는 시기가 오면, 당연히 터닝 포인트는 찾아올 겁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인내심은 그리 깊지 않고요. 더욱이 글로벌적으로 테크 기업의 수익성에 대해 검증하는 트렌드가 강화되면서, 수익성 압박은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결국 그나마 사업이 안정화되어 있다고 할 수 있는 커머스에서 조금 더 많은 영업이익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 그럼 네이버가 가장 먼저 취할 액션은 무엇일까요? 네이버 커머스의 핵심은 누가 뭐래도 스마트스토어입니다. 영업이익을 늘리려면, 결국 스마트스토어 매출액을 늘리거나, 비용을 줄이는 2가지 방법밖에 없는데요. 스마트스토어의 비용을 단기간 내에 드라마틱하게 줄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결국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에서 거두는 매출액을 늘리는 접근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네이버의 커머스 사업은 거래액 대비 수취하는 매출액 비중(Take Rate)이 낮은 편에 속하는데요. 2020년 기준으로 당시 빅3 이커머스 기업의 추정 Take Rate은 아래와 같습니다. (모두들 아시다시피 현재 이베이코리아는 이마트에 인수된 상황입니다)
네이버 : 거래액 26.8조 원 / 매출액 1.1조 원 / Take Rate 4.1%
쿠팡 : 거래액 21조 원 / 매출액 13.9조 원 / Take Rate 66.3%
이베이코리아 : 거래액 20조 원 / 매출액 1.3조 원 / Take Rate 6.5%
물론 거래의 대부분이 직매입 구조로 발생하는 쿠팡과 오픈마켓이 메인인 네이버를 직접 비교하긴 어렵습니다. 다만 네이버와 이베이코리아만 비교하더라도, 수취하는 비율이 2% 이상 차이 나는 것을 확인 가능한데요. 이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가 거래 수수료는 최저 수준으로 받고, 대부분의 매출을 광고로 거두는 특수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영업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요.
그렇다고 광고를 무한정 늘리기도 어렵습니다. 광고 인벤토리 확대는 필연적으로 사용자 경험을 해치기 때문이고요. 더욱이 이미 2020년에 한 차례 광고를 확대하여 적용한 바 있어서, 또다시 이를 반복하는 건 네이버에게도 좋은 선택은 아닙니다. 그래서 네이버가 선택한 모델은 바로 쇼피파이입니다.
작년 쿠팡은 아마존에, 네이버는 쇼피파이에 빗대어 경쟁구도를 바라보며 분석한 글들이 많았는데요. 직매입과 물류 인프라 기반으로 확장한다는 점에서 아마존과 쿠팡은 닮아 있고요. 온라인 쇼핑 플랫폼 솔루션 서비스가 메인이라는 점에서 네이버와 쇼피파이는 닮았습니다.
다만 네이버와 쇼피파이가 다른 점은, 네이버는 검색 기반의 거대한 포털을 기반으로 쇼핑몰들에게 트래픽도 제공해주는 반면 쇼피파이는 아예 독자적인 플랫폼 구축을 지원하는 데 그칩니다. 그래서 쇼피파이는 네이버처럼 광고 비즈니스를 할 수 없는데요. 그래서 다양한 부가 기능들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매출을 얻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이와 같은 부분이 약하기 때문에, 한국의 쇼피파이가 되기 위해, 여러 부가적인 기능들을 제공하는 머천트 솔루션을 강화하겠다고 밝혔고요. 이번 컨퍼런스 콜에서도 이와 같은 방향성을 거듭 강조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커머스 부문의 신규 매출원이 안정적으로 자리만 잡는다면 수익성에 대한 네이버의 고민도 일정 부분 해결될 수 있을 전망입니다.
그런데 네이버는 욕심쟁이입니다. 수익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이커머스 시장 1위 사수라는 꿈도 버리지 않고 있기 때문인데요. 작년 상반기 밝힌 바 있던 2025년까지 시장 점유율 3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가 아직도 유효하다며, 이를 위해 시장 성장률을 유의미하게 상회하는 거래액 규모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합니다.
시장 성장률이라는 가이드라인이 중요한 이유는, 실제로 주요 플레이어들이 시장 성장률을 하회하는 실적을 기록하며 헤매고 있기 때문인데요. 네이버와 쿠팡은 유독 이를 훌쩍 뛰어넘는 성과를 거두면서, 양강 구도를 형성하는 데는 일단 성공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30%라는 목표가 불투명해 보이는 건 유이하게 시장 성장률 이상을 기록 중인 쿠팡의 기세가 너무나도 무섭다는 겁니다. 쿠팡도 확실히 성장이 둔화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네이버보단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이고요. 결국 빠르면 올해, 쿠팡이 거래액 기준 1위 자리를 탈환하는 골든 크로스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와 같이 중요한 시점에 네이버가 너무나도 뼈아픈 건 스마트스토어의 최근 실적이 심상치 않다는 점입니다. 성장 둔화가 이어지는 건 물론이고, 신규 스토어 수도 덩달아 줄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무려 이번 컨퍼런스 콜에서는 아예 스마트스토어를 언급하지 않는 상황까지 발생했습니다. 이전 분기까지만 해도, 묻지 않아도 매출 성장률과 스마트스토어의 신규 판매자 수 추이를 꼬박꼬박 언급해주던 것과 비교하면 확실히 공기가 달라졌습니다.
질의응답 과정에서 밝혀진 스마트스토어의 4분기 거래액 성장률은 25%로 전분기 대비 4%p 다시 하락하였는데요. 연간으로도 35% 수준이라 하니, 확실히 빨간 불이 켜진 상황이긴 합니다. 새로운 대안 없이는 네이버는 속절없이 경쟁자의 왕좌 등극을 지켜봐야 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정말 네이버에겐 대안이 없을까요? 우선 이번 컨퍼런스 콜에서 스마트스토어 대신 메인으로 올라선 브랜드스토어와 쇼핑라이브를 주목할만합니다. 우선 둘을 합쳐 론칭 1년 반 만에 스마트스토어 전체 거래액의 10%를 초과하는 성과를 달성했다고 하고요. 이중 쇼핑라이브는 숏폼 콘텐츠로 확장하였는데, 앞으로도 스마트스토어 당 거래액과 추가 매출액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적극 활용될 전망입니다.
또한 브랜드스토어는 전년 대비 무려 110%나 성장하며, 2021년 누적 거래액 1.9조 원을 달성하였다고 하는데요. 이 정도 사이즈면 스마트스토어의 떨어진 성장성을 일부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문제는 브랜드들이 여전히 네이버에 들어오는 것보다 자체 쇼핑몰을 통한 D2C를 선호하기 때문에, 확장성의 한계가 생각보다 일찍 찾아올 수 있다는 점이겠네요.
그래서 더욱 사람들의 관심은 이번 컨퍼런스 콜에서 처음 등장한 크림에 쏠리고 있습니다. 크림은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으로 시작하여 현재는 전체 리셀 시장에서 가장 선도적인 플랫폼이 되어가고 있는데요. 규모도 상당해서, 작년 12월 거래액만 1,000억 원을 돌파했을 정도입니다. 네이버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리셀 시장 확장을 꿈꾸며 공격적인 인수합병에도 나서고 있고요. 국내 시장의 성장세도 가파른 만큼, 크림을 통해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올해 목표는 무려 국내 버티컬 커머스 앱 1위라고 하고요. 아직 무신사의 솔드아웃이나 번개장터 같은 경쟁자들도 존재하는 만큼 속단하긴 이르지만, 그건 보여준 성장세가 무서운 만큼 네이버의 새로운 비밀 병기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까지 네이버가 커머스 사업의 수익성 강화와 매출 확대라는 2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상황과 이를 위해 네이버가 준비하고 있는 여러 요소들을 살펴보았는데요. 네이버에게 그나마 다행인 점은 최대 라이벌 쿠팡도 성장과 수익성을 모두 잡아야 하는 딜레마 상황에 빠져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워낙 나머지 경쟁자들과 상당한 차이를 벌린 만큼, 올해도 이커머스 시장을 주도해나갈 것이 분명하고요. 시장 지배력이 강해지는 만큼 재작년부터 네이버가 공을 들여온 네이버 연합군의 네이버 의존도도 더욱 높아질 겁니다. 따라서 국내 시장의 헤게모니를 설사 쿠팡에 빼앗기더라도, 3등과 넉넉한 격차를 둔 2등 자리는 무난히 지킬 것으로 보이네요.
또한 네이버는 굳이 국내 시장에 집착할 필요가 없습니다. Z홀딩스가 일본 시장을 두드리고 있고요. 유럽 시장도 공격적으로 확장 중이기 때문인데요. 국내 시장도 시장이지만, 올해는 해외에서 네이버가 유의미한 성과를 꼭 거두기를 기대해봅니다. 만약 해외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다면, 네이버의 고민들도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 분명하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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