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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묘한 May 03. 2022

알스퀘어가 프롭테크 시장에서 유독 성장하는 비결은

명확한 타깃 시장 정의부터 압도적인 데이터로 경제의 해자까지

#1

 최근 스타트업들이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오피스 자랑입니다. 좋은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오피스를 강남이나 판교를 옮기는 것은 기본이고요. 인테리어와 공간 설계에 기업의 가치관을 담아 홍보 포인트로 삼습니다. 허먼밀러 같은 사무용 가구 및 집기 선택부터, 독특한 공간 구성까지 모든 것이 기업의 브랜딩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2

 라스트마일 배송과 퀵커머스가 새로운 커머스 트렌드의 중심이 되면서, 도심 물류거점 확보가 중요한 경쟁력이 되고 있습니다. 근데 생각보다 도심 물류 거점은 조건이 까다롭습니다. 일반 매장처럼 목 좋은 곳에 있어야 하지만, 임대료는 저렴해야 하고, 배송 차량이 드나들어도 주위 주민들의 불만이 나오지 않아야 합니다. 여기에 많은 물건을 보관할 수 있는 충분한 실내 공간은 물론, 대형 트럭이 드나들 수 있는 넓은 주차장까지 필요합니다.


 위의 2가지 사례는 최근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복잡성이 얼마나 증가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물론 부동산은 먼 과거부터 기업 경영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배후 수요와 상권을 고려해서 매장을 내야 했고요. 사무실 위치도 당연히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아예 보는 관점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이제 직원들은 사무실의 위치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내부 인테리어에서 풍기는 이미지부터 집기 하나하나까지 꼼꼼히 비교합니다. 매장의 종류도 점차 더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단순 판매 만을 위한 공간에서 다양한 체험을 통해 브랜딩 경험을 주는 플래그십 스토어로, 혹은 아예 판매를 전혀 하지 않고, 상품 보관과 출고만 담당하는 다크스토어까지 말입니다.


 오늘은 이와 같은 상업용 부동산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프롭테크 기업, 알스퀘어를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알스퀘어는 사무공간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한 번에 편리하게 진행할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를 지향합니다. 사무실 임대차부터, 인테리어, 가구, 전자기기 구매까지 모두 서비스해주고 있고요. 최근에는 리테일 영역으로 확장하며, 물류센터, 중대형 건물 매입 매각까지 확장하고 있습니다.


 알스퀘어는 B2B 시장을 중점적으로 타깃하다보니,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기업은 아닙니다. 하지만 작년엔 무려 85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고요. 직방과 다방 등 기존 프롭테크하면 바로 떠오르던 기업들의 실적이 주춤한 사이, 가장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알스퀘어의 비즈니스 모델은 어떻길래, 이렇게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걸까요.



구색이냐 큐레이션이냐


 현재 부동산 업계를 둘러싼 이른바 프롭테크 기업의 방향성은 크게 2가지로 나눠지고 있습니다. 더 많은 매물을 모아, 보여주는 구색을 확보하는 방향과, 데이터와 컨설팅을 기반으로 더 나은 맞춤 큐레이션을 제공하는 형태로 말입니다.


프롭테크 시장의 흐름은 주거용에서 상업용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출처: 한국프롭테크포럼)


 주거용 부동산의 경우, 기존 공인중개사 시장이 워낙 폐쇄적이고, 개별 건당 수익이 낮아 사실상 구색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경쟁 판도가 흘러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장의 성장성도 더디고, 서비스를 확장하기도 어렵습니다. 직방과 다방이 수년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도 결국 시장 자체의 한계에 기인한 바가 큽니다.


 하지만 상업용 부동산의 경우 건당 수익은 큰 반면, 원하는 니즈는 매우 다변화되어 있어서, 맞춤형 서비스가 작동할 여지가 더욱 큽니다. 서두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복잡성이 증대될수록 기존의 영세한 사업자들이 제공할 수 있는 것으론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서비스가 진입할 여지가 생기는 겁니다.


 그런 면에서 알스퀘어는 애초에 진입할 시장 자체를 매우 잘 골랐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특성에 맞춰 데이터 기반의 원스톱 서비스와 맞춤형 큐레이션을 추구하고 있기도 하고요. 물론 이와 같은 무기를 가지고 시장에 뛰어든 건 알스퀘어가 유일한 건 아닙니다. 결국 누가 더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더 나은 맞춤형 서비스를 제안할 수 있느냐에 따라 성패가 엇갈리게 될 것인데요. 해외에 비해 주목할만한 프롭테크 기업들이 적었던 국내 시장에서 이와 같은 경쟁이 일어난다는 것은 부동산 시장 전체로 봐서도 매우 긍정적인 방향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처럼 매력적이지만, 그만큼 어려운 상업용 시장의 문제들을 알스퀘어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요.



모든 것은 데이터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알스퀘어가 이와 같이 상업용 부동산의 모든 어려움들을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하며 사업을 확장하는 배경에는 보유한 데이터가 있습니다. 상업용 부동산은 기업 간 거래가 많아 정보를 확보하는 것이 주거용 부동산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정보도 거래도 제한적이니까요. 알스퀘어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업을 시작한 2012년부터 직접 발로 뛰며 모든 건물을 전수 조사했다고 합니다.


알스퀘어는 여기에 유니크, 딥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데, 직접 발로 뛰며 모은 것이다 보니 독자적이고, 임대인 성향까지 데이터화할 정도로 깊이 있다는 뜻이라 합니다. 약 15~20명 정도가 5년 이상 매달려서 모은 정보라고 하는데요. 초창기부터 전수 조사를 추구하였고, 과거에는 정말 무작정 모으는 방식이었지만, 지금은 매뉴얼도 갖췄다고 합니다.


이렇게 모은 데이터가 무려 16만 건. 여기에 기본적인 면적, 임대료, 관리비 등은 물론이고요. 어디로 출입구가 나있는지, 관리인의 성향은 어떤지까지 아주 사소한 정보까지 모두 수집하여 관리하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적극적으로 개발 인력을 채용하며 이렇게 어렵게 모은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테크 역량까지 내재화시키고 있고요. 그래서 아직은 일반 고객에게 공개되고 있진 않지만, 아래 이미지처럼 시스템화 시켰다고 합니다.



알스퀘어가 가진 사무실 정보는 위와 같이 DB화 되어 관리되고 있습니다 (출처: 알스퀘어)



 그렇다면 이러한 데이터는 실제로 어떻게 쓰일까요? 알스퀘어가 성공적으로 한 딜 중에 현대자동차 전시장 사례가 있는데요. 단순히 사무실 입지나 면적 이상의 데이터가 필요했다고 합니다. 주변 대로에서 배면이 넓은가, 길가에서 전시한 차량이 많이 보이는가, 차량이 많이 드나드는 곳인가, 주차 대수가 많이 나올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고 하니까요. 알스퀘어는 이와 같은 다양한 데이터들을 모두 가지고 있었기에, 클라이언트의 니즈를 맞춰서 좋은 매물을 찾을 수 있었고 계약 성사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합니다.



데이터를 기술로 고도화했습니다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의 시작은 좋은 데이터를 모으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그런 면에서 직접 발로 뛰어, 전수조사를 하며, 정말 집요하게 깊이 있는 데이터를 모아 온 알스퀘어의 DB는 차별적 경쟁력을 보유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란 말이 있듯이, 아무리 양질의 데이터가 있더라도 이를 손쉽게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데이터 인프라가 없다면 이를 사업적 성과로 만드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테크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래서 알스퀘어도 진정한 테크 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우선 개발 인력 확보부터 시작하였는데요. 작년 연말 기준 전체 인원 중 15% 정도였던 개발 인력 비중을 올해 상반기 안에 30%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이 테크 인력을 통해, 데이터의 활용도를 어떻게 끌어올릴 수 있을까요? 기본적으로 알스퀘어가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법은 넷플릭스와 유사합니다. 넷플릭스는 태거라 불리는 인원이 있어, 하나의 작품에 수많은 라벨을 붙이고 이를 기반으로 추천 시스템을 만들어 차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알스퀘어도 하나의 매물에 최소 수십 개의 라벨링 값을 붙여 두었고요. 현재는 이러한 라벨링을 기준으로 필요한 조건의 매물을 빠르게 찾고, 리스트화 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 개발된 상황입니다. 또한 이를 내부 인원들은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으로 만들었고요. 추후 고객사에게도 공개할 예정이라 합니다.



기술에 감성을 더했습니다


 알스퀘어는 데이터와 테크 역량만 갖춘 것이 아닙니다.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디자인 역량도 갖추고 있었기에 토털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부분은 기업의 오피스 구축 프로젝트에서 빛을 발하게 되는데요. 단순한 공간 구성뿐 아니라,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담은 톤 앤 매너와 컬러까지 고려합니다.


2020년에 진행한 토스의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는 이러한 알스퀘어의 노하우가 잘 드러나는 곳입니다. 역동성을 강종하기 위해 노출 천장을 구현하고, 동선 양 쪽으로 미팅룸과 각 실들을 다이내믹하게 배치하여 확장성을 강조하였습니다. 또한 개인 업무 공간뿐 아니라 샤워실과 미용실까지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특색 있는 공간까지 배치하였고요.


카카오뱅크의 여의도 파크원 입주 사례도 감성적인 접근이 통했습니다 (출처: 연합뉴스)


 토스의 경쟁사인 카카오뱅크의 여의도 파크원 오피스 중개 사례도 이와 같은 감성적인 접근이 통했던 대표적 사례인데요. 애초에 카카오뱅크는 강북권역을 떠나기 싫어했다고 합니다. 직원들의 통근 환경 등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인데요. 이러한 경우, 금융사가 모여 있다는 입지적인 조건 이외에도, 한강 뷰나 여의도 공원, 더 현대 서울과 같은 주변 환경의 우수함을 같이 어필하여 설득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사실 일반적인 기업들이 이러한 공간을 구현하기는 상당히 어려움이 많습니다. 대규모의 조직의 경우 사무 공간 설계를 담당하는 팀이 따로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별도 조직이 없습니다. 과거에는 오피스 자체를 옮기는 경우도 드물었고요. 하지만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들이 늘어나면서, 끊임없이 사무공간 확장의 니즈는 나오는데, 이를 전담할 인력을 따로 배정하기는 애매한 상황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더욱이 구성원들이 원하는 조건은 점점 더 까다로워지고 있기도 하고요.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원스톱 서비스를 BM으로 삼았다는 것은 매우 영리한 접근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를 통한 매물 확보를 넘어서, 한 번의 딜에서 수익을 극대화할 수도 있고요. A/S 제공 등을 통한 지속적인 관계 형성을 통해 추가적인 딜을 손쉽게 확보할 수도 있습니다.



상권을 넘어서, 맞춤형 디테일을 더하다


 오피스에서 시작한 알스퀘어가 본격적으로 확장을 위해 진출하고 있는 시장이 리테일 시장입니다. 리테일을 위한 부동산 역시 최근에는 새로운 트렌드가 불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단순히 상권이나 유동 인구, 임대료 수준 정도가 중요했다면, 최근에는 각 산업군과 구하는 매장 유형에 따라 맞춰줘야 하는 조건이 너무나도 상이하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쿠팡 모바일 센터의 경우, 신기하게도 건물보다 토지가 더 중요한 사례였다고 합니다. 차량을 대고 물건을 실을 주차장 등의 공간이 더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몇 톤 트럭까지 들어올 수 있냐는 매우 중요하지만 과거 물류센터와 달리 설비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도 특이점입니다. 또한 배송을 위한 거점이기 때문에, 서울 모든 지역구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매물을 찾아야 한다는 특성도 가지고 있습니다. 틀에 박힌 데이터 DB였다면, 결코 대응할 수 없는 조건이었을 겁니다.


 물론 일반 매장 매물들도 알스퀘어가 담당하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물류센터나 다양한 브랜드의 거점 매장 등 특이성이 강한 사례일수록 많은 데이터와 디자인/브랜딩, 맞춤 컨설팅 역량을 가진 알스퀘어가 더욱 빛을 발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가장 중요한 1호점 매장 오픈에 참여했다는 측면에서 GOMU 사례는 의미 있었다고 합니다 (출처: GOMU)


 일례로 슈마커가 만든 새로운 브랜드인 GOMU 매장은 1호점 플래그십 스토어를 망원동에 꼭 내고 싶었다고 하는데요. 타깃 자체가 생활형 상권이었지만, 상징성 있는 1호점인 만큼, 어느 정도 트래픽은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선 망원동이 너무나 적합했기 때문입니다. 망원동은 주거지역과 망원 시장이라는 생활형 상권과 더불어 망리단길이라 불리는 핵심 상권이 교차하는 곳이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알스퀘어 DB에도 매물이 없었고, 정보수집팀이 따로 붙어 숨겨진 매물을 찾는데 집중하여 결국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었다고 합니다. 막대한 DB에 더해, 맞춤 컨설팅 조직까지 갖춘 덕에 할 수 있던 일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알스퀘어가 이렇게 무섭게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간략히 알아보았는데요. 발로 뛰며 수집한 데이터에 IT 기술력을 더하고, 여기에 디자인 역량까지 더해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다가, 최근에는 이를 기반으로 리테일 부동산으로 확장까지, 정말 성공할 수밖에 없는 비즈니스 모델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본문에서 자세히 다루진 않았지만, 오피스로 시작하여 리테일 부동산까지 확장했듯이, 성공 방식을 이번에는 베트남 등 동남아로 옮겨 해외로도 이전시키고 있다고 하는데요. 아직 성과를 말하기 이르긴 하지만, 여기서도 통한다면, 지속적인 성장성도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 같습니다. 과연 알스퀘어가 프롭테크 업계의 새로운 유니콘으로 떠오를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이 글은 알스퀘어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고 작성되었습니다.



머스와 IT에 관한 트렌드를 기록하고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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